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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on 마리옹 Feb 02. 2024

럭셔리 리테일 디자인

명품 VMD의 꿈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럭셔리 브랜드들의 조직 체계에 Visual merchandising이라는 분야는 대개 존재하지 않거나, 마케팅 부서에서 담당하거나, 이벤트 부서에서 알음알음 담당하면서 소속이 불분명하게 다루어졌다. 그러나 럭셔리 브랜드들의 성장과 그들 사이에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유통이라는 분야를 더욱 전략적으로, 예측 가능하면서도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들이 마케팅 및 경영학 분야에서 다뤄지면서 비주얼 머천다이징은 하나의 분야로 대두된다.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제품을 전시하고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어, 매장 전체를 꾸미고 브랜드 이미지를 연출하는 직종으로 럭셔리 및 패션 브랜드들의 조직 내의 중요한 하나의 부서로 자리 잡게 되었다. 매장을 신설할 때 어느 위치에 어떤 콘셉트로 구성되고 배치되어야 효과적인지를 판단하고, 그 지역의 특성을 분석해 주력 제품을 결정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회사마다 이 부서를 마케팅/커뮤니케이션 (marketing/communication) 부 밑으로 둘지, 리테일/스토어 플래닝 (retail/store planning) 부 밑으로 둘진 조금씩 달랐다. 가끔은 같은 회사인데도 담당하는 역할과 회사의 예산 및 헤드카운트에 따라 본사의 Visual merchandising 부서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소속, 리전이나 마켓은 리테일/스토어 플래닝 소속으로 이루어지는 회사도 존재했다.


필자의 경우는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하고 교과 과정 중에 패션 비주얼머천다이징 (이하 VMD)라는 과목을 수강하면서 처음 VMD라는 분야를 접했다. 거의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쇼윈도우 디스플레이라는 캔버스에 브랜드의 고유함을 담아내면서 디자인적인 요소와 어떤 상품을 선택해 효과적으로 매출을 끌어낼지에 대한 마케팅적인 접근 방법을 적절하게 융합하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필자에게는 심미적인 디테일들이 중요했지만, 마케팅적으로도 측정가능하고 임팩트가 있는 전략들을 알고 이들을 연출하는 일이 너무 반복적이게 심플하지 않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 솔루션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때 대학 수업으로 배웠던 것과는 많이 다른 VMD의 역할을 10여 년간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들에서 일하며 실무로 접하고 성공적으로 해낸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수업을 통해 VMD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프랑스 경영학석사 과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인턴십을 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졸업 논문을 제출해야 했다. 이때 비주얼머천다이징 컨설팅 업체에서 6개월 간 일했는데 여러 종류의 클라이언트들을 위해 컨설팅을 해주며 VMD라는 분야가 자동차, 제약회사, 우체국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적용가능 하다는 것과, 매장 전체를 꾸미는 것에 있어서 명품 럭셔리 브랜드들만큼 예산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분야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때 결심하게 되었다. 


'나는 럭셔리 비주얼머천다이징을 하겠다. 프랑스 파리에 유서깊은 명품 브랜드로 들어가 예산 걱정없이 마음껏 아름다운 연출을 할 수 있는 visual merchandising 전문가가 되어야지.'


실제로 VMD로 취직하여 실무를 처리하며 느낀 것은 VMD는 여러 분야에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와 그에 따른 분위기를 연출해야하는 경우, VMD의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디테일을 추구해야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러한 경우들은 이벤트, 전시, 스토어 오프닝 및 레노베이션, 팝업, 다른 브랜드나 업체와의 콜라보 이벤트 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연출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플랜, 그리고 실행력이 필요했다.


'내가 사인한 job description에 이것도 포함되어있었나? 분명히 보석 진열하는 VMD 라고 했는데...'하는 의구심이 들때쯤, 난 이미 부틱에 마련된 VIP Bar의 선반들의 데코나 홍콩의 로컬 아티스트들과 진행한 협업의 포스터를 어떻게 프린트하면 좋을지, 회사의 heritage 부서가 담당하기로 한 장인이 쓰던 도구들을 어떻게 진열하지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고 솔루션을 내놓기에 여념이 없었다.

반클리프 아펠의 시드니 부틱 2층, VIP고객들을 접대하기 위해 아르데코(Art Deco)스타일의 샴페인 바를 마련했다.

이렇게 열심히 반클리프의 Regional VM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도중, 같은 그룹 Richmont사내의 넘버원 브랜드인 Cartier가 VM인재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까르띠에는 전 세계에 260여개의 부틱을 보유하고 있고, 이제 그 부틱 네트워크를 업데이트 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더이상 똑같은 부티크를 다른 로케이션에 그대로 복제하는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고 믿기때문에 새로운 부틱 오프닝 전략을 만들고 진행할 계획인데, 그 일을 맡아서 진행 할 프로젝트 매니저가 필요해요."

 

Cartier본사의 Talent acquisition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난 후, 나의 심장이 두근두근하며 뛰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싱가폴, 태국, 호주, 한국을 돌아다니며 똑같은 컨셉의 반클리프&아펠의 Boutiques들을 오프닝 하고 18번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마쳤을 때 느꼈던 그 권태가 이유없이 내 안에서 꿈틀대고 일어난 건 아니었구나! 내 평생의 Dream job이라고 생각했던 이 일을 정복하고 나니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건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그래서 6년간의 홍콩에서의 싱글 커리어 우먼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여정에 나섰다. 프랑스 파리로 돌아가 럭셔리 리테일 디자인의 전문가로 배우며 일하는 꿈을 이루고 이번에는 기필코 프랑스라는 나라에 뼈를 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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