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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on 마리옹 Jun 08. 2024

명품 브랜드 본사 취직 경험담

에르메스, 반클리프 아펠, 까르띠에 본사에서의 경험들

파리에 정착하여 프랑스어 실력을 최고치로 올린 후, 나는 명품 브랜드 본사에서 일하고자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여기저기 지원서를 보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어 실력을 갈고닦았고, 인턴십경력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


내 생애 처음 인턴직을 구했을 땐, 너무 신이 났다. 프랑스에서 내 전공을 살려 패션 쪽에서 일해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여기저기 지원해 보았는데, 샤넬과 지방시 등의 명품 패션 브랜드에 납품하는 직물을 제조하는 공방에 인턴으로 합격한 것이다! 나의 타이틀은 Assistante de Création (아시스텅뜨 드 크레아시옹)으로 직물을 만드는 굉장히 크리에이티브한 일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우리는 (패션을 전공한 또래 여러 명의 인턴들과 함께) 어떤 컬러 / 어떤 느낌으로 고객사에 보낼 샘플을 만들지에 대해 의논하고, 그에 필요한 원사들을 찾아 (원사롤이 엄청 무거워서 두세 명이 함께 들어 움직여야 했다.) 직조기를 사용하여 샘플을 만들어냈다. 3개월 동안의 인턴십을 마치고 느낀 점은 더 공부를 해서 크리에이티브하지만 좀 더 전략적인 발상을 하는 매니저 급으로 올라가야겠다는 것이었다.


느낀 바와 나의 실행력을 더해 프랑스 국공립 대학의 경영전문대학원인 IAE de Rennes, IAE de Gustave Eiffel에서 각각 전략 마케팅 & 럭셔리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프랑스는 아직도 굉장히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문 대학의 졸업여부나 어떤 전공을 했는지가 졸업 후 커리어를 결정짓는데 굉장히 중요하다. 이 학위들은 나의 꿈에 다가설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한 같은 학교 출신 선배들이 끌어주고 도와주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취직하고 싶다면 석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인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럭셔리 경영학 석사 학위를 준비하며 마침내 에르메스에서 Operational development 어시스턴트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직무는 마케팅, 세일즈 및 비주얼머천다이징을 아우르는 경험으로 사회 초년생으로서는 어떤 분야가 나에게 더 잘 맞는지 조금씩 테스트해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에르메스에서의 1년은 지금 와서 생각해도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본사와 매장이 어떻게 전략적으로 소통하면서 리테일 브랜드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키워 나가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13개월의 계약은 속절없이 끝나가고 있었고, 에르메스는 한국에 가서 일해보는 것은 어떻겠냐며 나를 한국 스태프 트레이닝에 보내 한국 팀원들과 만날 기회를 주선해 주었다. 하지만 난 프랑스가 좋았고, 이제 겨우 파리 생활에 적응한 것 같은데 4년 만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자니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난 에르메스에게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파리에 남아 다른 회사에서 일해 볼 기회를 찾겠다며 작별을 고했다.


'에르메스 본사에서 1년 넘게 일했는데 분명히 좋은 기회가 잡힐 거야.'라고 굳게 믿었던 나의 자신감은 곧 6개월의 실업으로 이어지며 결국 파리가 아닌 암스테르담, 런던, 싱가포르, 홍콩에까지 이력서를 보내게 되었다. 결국 나에게 처음으로 러브콜을 보낸 곳은 홍콩이었고, 이후 반클리프 앤 아펠에서 리전 비주얼 머천다이징 담당으로 일하게 되었다. 리치몬트 그룹은 홍콩에 아태평양 지사를 두고 있다. 오피스는 홍콩 센트럴에 위치하고 있는데 홍콩 침사추이의 하버뷰가 한눈에 들어오는 정말 근사한 빌딩이다.


반클리프에서 근무하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51개 매장을 담당했다. 중국, 홍콩, 대만, 대한민국, 싱가포르, 태국, 호주를 아우르는 APAC리전은 정말 다이내믹했다. 우린 전 세계에서 제일 판매액이 높은 리전이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프랑스 본사에 요구할 수 있었고, 매장 인테리어부터 윈도 디스플레이, VMD 트레이닝, 하이주얼리 이벤트까지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출장이 잦아 홍콩에서 반, 다른 나라에서 반 정도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이 항상 들었다. Regional HQ (리저널 헤드쿼터)에서 일한다는 것은 본사의 가이드라인과 방향성을 이해하고 이를 각 국가의 사정에 맞게 조정 및 전달시키는 일과 각 국가 (마켓)의 실정과 문제점들을 잘 요약해서 이론적으로 전략을 구상하는 프랑스 본사 직원들에게 피력하고 중도의 솔루션들을 함께 만들어나가며 문화적인 절충을 해 나가는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홍콩에서 6년 넘게 있으면서 리저널 자리에 대해 익히고 성공적으로 아태평양 지역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을 때, 다시 파리 본사에 가서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찾아왔다.


 Cartier 본사의 VM팀에 스카웃되어 다시 파리로 돌아가기까지, 6년의 시간이 걸렸다. 까르티에에서는 더욱 큰 도전과 성취가 있었다. 글로벌 매장 오픈과 리뉴얼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공간에 구현하는 법을 배웠다. 또한 새로운 제품군의 브랜드 콘셉트를 개발하고, 플로럴 데코레이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창의적인 업무도 맡았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에르메스와 반클리프 앤 아펠, 그리고 까르티에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커리어를 쌓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들이 어떤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고객을 만나는지, 장인정신과 아름다움을 어떻게 구현하는지를 몸소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 본사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큰 자산이 되었다. 이제 나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명품 브랜드의 본질과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나의 이야기가 명품 업계 취직을 꿈꾸는 누군가에게 영감과 용기를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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