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리 여행을 즐겨하지도 또 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유년 시절을 돌아다보면 생업을 위해 먼 타지에서 홀로 나가 일을 하셨던 아버지의 부재, 어린 네 자녀들을 홀로 돌보시며 힘겹게 살아가셨던 엄마, 그러기에 가족여행은 꿈조차 꾸지 못했다. 그 옛날에는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였지 않을까? 당시는 그렇게 모두들 살기에 바빴다.
중,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 수련회가 여행의 전부였고 대학에 입학해서야 친구들과도 여행을 가고 학교 MT 등으로 여행다운 여행을 다녔던 것 같다.
가족이 생기고 난 후에는 난 가족여행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더 더욱. 일 년에 꼭 한 번은 여행을 갈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하지만 같이 사는 남자는 전형적인 집돌이였고 운전은 더더욱 싫어했고, 그리고 너무 일이 바빴다. 그러기에 항상 남편의 눈치를 보고 남편의 빠듯한 휴가를 쪼개서 다녔다.
그러니 휴가가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내가 원해서 온 여행이기에 집에서도 여행지에서도 아이 돌봄은 주로 내 차지였다. 운전하는 사람이 차 막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출발은 항상 일찍, 돌아오는 날은 ‘아침 먹고 바로 출발’이었다.
하지만 운전을 못하는 나는 남편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힘겹게 여행을 다녔다. 아이가 점점 크고 출퇴근에 불편을 느낀 내가 운전면허를 따게 됨에 따라 이제 남편의 도움 없이도 아이 둘과 난 여행을 다닐 수가 있었다. 남편이 휴가를 잘 내지 못하는 직업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둘 다 딸이기도 해서 우리 셋이 여행을 다니는 게 가끔은 오히려 더 홀가분할 때도 있었다. 입맛도 취향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