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가 있는 강원도는 참 언제 가도 기분이 좋은 곳이다. 산도 있고 바다도 있으니 참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재작년에 딸 둘을 데리고 강릉에 다녀왔다. 남편이 함게 가지 않으면 장거리는 꼼짝없이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여름 휴가지를 고르다 문득 강릉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인피니티 풀로 유명한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이다. 내 맘에 쏙 들었지만 숙박료가 만만치 않다. 잠시 고민하다 질러 버렸다. 한 학기 동안 보충해서 받은 보충비가 있으니까 하며 스스로 합리화했다. 좋은 숙소는 한 학기 내내 힘들게 일한 나를 위한 보상이라 생각했다. 아이 둘은 당연히 좋은 호텔에서 묵는다고 하면 어디든 따라간다.
다만 고속도로 운전은 자신 없기에 난 아이 둘을 태우고 뚜벅이로 갔다.
아직은 운전이 무섭고 싫다. 여행 와서까지 시종일관 긴장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캐리어에 짐을 챙기고 청량리역으로 기차를 타러 갔다.
기차도 특실로 예매했다. 여름휴가는 나를 위한 플렉스 느낌이 강했다. 기차 특실은 너무 좋다. 가격 차이도 얼마 안 날 뿐만 아니라 좌석 간 거리도 넓고 무엇보다 인구밀도가 적어 쾌적했다.
아이들은 만족했고 강릉역에서 택시 타고 기본요금이면 호텔까지 가니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럽다. 다만 당시는 코로나가 창궐했던 시기이고 어딜 가나 마스크를 써야 했다는 것이 좀 아쉽다. 게다가 해수욕장까지 페쇄되었다. 밖에서 멀찌감치 바라보는 경포대는 여름 바다이건만 쓸쓸해 보였다.
하지만 바닷가를 그냥 거닐고 저녁에 횟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쉬고 있을 때 두 아이에게 번갈아 지나가는 남자들이 번호를 물어봤다고 한다. 너무 놀랬다. 심지어 작은 아이는 아직 고등학생인데 말이다. 아이들은 마냥 신나 했지만 딸 가진 엄마 마음은 그렇지 않다. 모르는 사람의 말에 절대 답변하지 말고 따라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였다.
난 이번 여행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숙소 뒷편에 쭉 펼쳐진 호수, 바로 경포호다. 그곳이 너무 마음에 들어 2박 3일 동안 아침 저녁으로 돌았다. 한 바퀴 돌면 한 시간이 좀 넘는다. 날씨가 더우니 낮에는 돌지 않았다. 아이들이 숙소에서 쉬고 있을 때 나 혼자 돌았다. 그런데 신고 간 샌들이 문제였다. 운동화를 챙겨가지 않았기에 낭패를 보았다. 나중에는 발에 물집이 잡혔다. 할 수 없이 마지막 날은 큰 아이의 운동화를 빌려 신고서 돌았다. 난 그 후 여름 휴가 갈 때마다 운동화를 반드시 챙긴다.
둘째날은 안목해변 강릉 까페거리로 갔다. 그곳 역시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곳도 코로나로 인해 해변에서 해수욕은 하지 못했지만 신발을 벗고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통창이 열린 2층 브런치 까페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도, 바다가 펼쳐지는 넓은 2층 까페에서 디저트로 먹은 빙수의 맛까지도 지금까지 생생히 기억된다.
그 다음엔 택시를 타고 강릉 중앙시장에 가서 여러 가지 주전부리를 사 먹었다. 중앙시장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빵과 디저트가 많았다. 다시 숙소로 와서 TV를 보다가 호텔 꼭대기 인피니티 풀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뚜벅이로 강릉을 갔다 오니 차 없이도, 남편 없이도 멀리 아이들 데리고 휴가를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