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을 다녀온 다음 해에는 삼척으로 여름 휴가지를 정했다. 학기 초 학교 일로 정신이 없을 때 여행 숙박 앱에서 <삼척 솔비치 리조트>가 핫딜로 뜬 적이 있었다. 지금은 좀 오래 되었지만 삼척 솔비치가 처음 생겼을 때 그리스 산토리니를 닮은 건물로 화제가 되었고 그렇기에 광고 촬영도 많이 하던 곳으로 기억된다. 언젠가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는데 언제나 비싼 가격이 문제였다. 물론 시간이 안 나는 경우가 훨씬 많았지만.,
그런데 금토, 즉 평일 하루가 포함되어 있어야 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 고민하다가 일단 저질러 보자 하고 예약하였다. 7월 둘째 주 금요일, 토요일이었는데 당시 학교에서는 학교자율과정 기간이라 융통성 있게 하루 연가를 낼 수가 있었다. 물론 담임은 아니고 학년부장었기도 하지만. 그래도 학교를 하루 비우는 게 염려되었다. 그러나 내겐 바글바글 대는 주말보다 평일 하루의 휴가가 너무 절실하였다.
삼척 솔비치는 연식이 좀 되긴 하였지만 그래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워터파크는 물론이고 리조트 앞으로 바로 연결되는 바다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이들은 그 바다를 너무 좋아했다, 수영장에서 놀다가 지루해질 때면 맨발로 바다로 건너가 파도에 몸을 맡겼다. 온몸이 모래투성이일지라도 아이들은 바다에서 좀차럼 나올 줄을 몰랐다.
저녁이 되어 리조트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한창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찍기에 바빴고 나는 모처럼 한가한 여유를 즐겼다.
다음날은 리조트에서 쭉 걸어 나와서 해물 순두부를 먹으러 갔다.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말 그대로 비주얼이 끝내주었던 뚝배기 순두부로 기억한다. 뚝배기 뚜껑 아래를 덮고 있는 살아있는 듯한 문어와 전복이라니.
하루를 솔비치 숙소에서 묵고 나머지는 동해호텔로 예약을 했기에 택시를 타고 건너갔다. 아이들은 넓은 동해호텔을 더 좋아했다. 넓은 침대와 쇼파와 거실까지 있었다. 저녁을 먹으러 나와서 동네를 거닐었다.
여름의 동해시는 처음이었다.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가 나오는 평화롭고 한가로운 곳이었다. 강릉이나 속초처럼 번잡한 곳이 아니었고 마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휴가지였던 같았다. 기차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근처 한섬해수욕장을 찾아갔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한적한 해수욕장이었고 내 마음에 꼭 들었다.
바닷가를 거닐고 바닷가의 데크길을 따라 올라가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뷰가 환상이었다. 아이들과 나는 그해 여름, 제대로 충전하고 힐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