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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노을 Oct 07. 2024

전주 이야기

그해 여름 난 전주행 기차표를 끊었다. 혼자만의 숙소를 검색했고, 예약하고 나니 첫 여행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가성비 좋은 1인 비즈니스 숙소가 나의 하루 안식처였다. 어릴 때 추운 주택에서 살았던 기억인지 나는 한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전주에서 한옥보다는 프라이빗한 호텔에서 자고 싶었다. KTX 기차는 참으로 마음을 설레게 한다. 작은 에코백 하나에만 짐을 챙겨 가볍게 떠난 나만의 휴가.

 예전에 가족들과 여행 갔다 돌아오는 길에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잠시 들렀던 전주. 사람 많고 정신없던 그 곳에서 주차 자리가 없어 뱅글뱅글 돌다가 북적이는 식당에서 급하게 비빔밥 한 그릇 먹고 일어섰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전주에 대한 기억은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다. 

 하지만 쉬엄쉬엄 천천히 느리게 걷기 위해 온 한 여름의 전주는 한적하고 고즈넉하여 좋았다. 한창 여름휴가 기간이었지만 코로나로 상권은 조용했고 거리는 더 조용했다. 더운 여름이라 한복을 입기가 선뜻 내키지 않은 탓일까? 몇몇 젊은 커플 외에는 한복차림이 눈에 띄지 않았다. 무엇보다 코로나 탓이 가장 컸으리라. 

 한옥마을 거리, 정동성당, 전주난장 그리고 자만벽화마을, 오목대에서 내려다본 한옥뷰는 마음에 오래 남았다. 천천히 걷다가 들어간 작은 음식점에서의 한그릇 콩나물국밥, 경기전을 마주보던 2층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여유로움, 전주 초코파이를 사들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첫 여행의 만족감을 느꼈다.


 사실 올 2월에 또 한 번 전주를 방문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겨울에 전국 투어를 도는 데 서울 공연을 보고 난 후 지방 공연도 가고 싶어 무작정 표를 예매했다. 콘서트의 묘미는 표를 예매하고 가기 전까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여행이나 뮤지컬 공연도 마찬가지이지만.

여름에 갔던 전주, 겨울에는 또 어떨까? 

 겨울 전주는 조용하였다. 거리에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적었지만 그래도 적당히 관광객이 있었고 난 여전히 심심하지 않게 돌아다녔다. 

 한옥마을을 구석구석 다녔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녔다. 특히 이번에는 콘서트 때문인지 더욱 낭만적인 여행이었다.      

 올 봄에 또 전주를 방문하였다. 여름과 겨울은 한복 체험을 하기에는 덥고 춥다. 코로나도 어느 덧 풀렸기에 따뜻한 봄에 딸 둘을 데리고 한복 체험을 하러 왔다.

 워낙에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인스타라든지 SNS를 활발하게 할 때라 그런지 엄마와 여행에 순순히 따라왔고 우리는 봄의 전주를 즐겼다. 

 예쁜 한복을 고르고 머리모양을 예쁘게 하고 경기전을 돌아다냐며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가장 예쁠 때의 모습을 기록해 주고 싶었다. 

 혼자 와서는 못 갔던 맛집과 까페도 가고 숙소도 좋은 곳에 머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전주는 내 마음속 1위의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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