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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경옥 Nov 01. 2023

매대에서 나의 책을 처음 본 신인 작가의 마음이란..

광화문 교보문고의 추억. <나는 하고픈 게 많은 교사입니다> 출간.


지난 토요일. 우연히.. 어 아니 사실은 일부러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 그리 멀지 않은 날에 방문했던 적이 있어 쉽게 에세이 신간 코너를 찾았다.

와. 정말 있네. 내 책.


어릴적에 '큰 서점' 하면 광화문만 생각났다. 초등학교 고학년, 서울사람이지만 광화문까지 나가는 것도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광화문까지 집에서 30분이면 가는 거리지만 당시에는 광화문역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건물들 틈을 거니는 것이 얼마나 속된 말로 간지나던지. 아직도 하늘을 바라보듯 건물을 바라보며 걸었던 지난 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광화문 교보문고는 들어설 때마다 커다란 세상처럼 느껴졌고, 책을 고르는 어른들 틈 사이에서 나도 한 번 폼 좀 내보겠다며 책을 고르곤 했다.


아무 바닥에나 털썩 앉으면 안된다고 배웠지만 서점은 달랐다. 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는건 정말 멋있는 일이었다. 내가 또 좋아했던 일은 '유명하지 않은' 책을 골라 읽는 일이었다. 특히 소설류를 그렇게 찾아 읽었는데, 지금의 에세이 같은 느낌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도 에세이가 유행이었을까. 모르겠다.



<나는 하고픈 게 많은 교사입니다> 의 저자 유경옥입니다 :)


사진이 너무 선명하게 나와서 민망하지만.. 그래도 인증샷을 빼놓을 수 없다. 왼쪽 아래켠에는 딸내미 발 한쪽도 보인다.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성인이 되었다. 신랑도 있고 딸도 있는 성인이다. 하지만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어설 때면 그 마음은 또 이전과 같아서 책 한 권 한 권의 냄새에, 사람들의 행태에 설레고 또 따뜻해져버리는 그런 사람이 된다. 성인 말고 설레는 사람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참 소중하다. 매대에 내 책이 언제까지고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 내 책이 매대에 올라와 있는 걸 실컷 볼 수 있는 요즘같은 날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고 소중하다. 이래서 작가님들이 책 한 권으로 멈추지 않는다고 하시는 걸까.


에세이 작가로 데뷔한 것도 참 좋다. 곧이어 내가 공저로 참여한 화제작 <대한민국 미래 교육 트렌드> 책이 발간되어 난 두 권의 책을 쓴 작가가 되었다. (영광이다.) 모두가 의미 있지만, 과거 내가 로망을 가졌던 글을 쓰는 작가로 시작한 게 참 좋다.




지인들, 혹은 내 책을 산 분들이 SNS를 통해 인증샷을 많이 보내주신다.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는 매대 사진.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적인 저 베이지색 표지. 내 주변에 있는 책을 쓴 작가님들도 매대를 보며 각자의 감정을 흠뻑 즐기고 계실까.


11월은 내 개인적인 업무로 상당히 바쁜 한 달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주 토요일이면 서점을 다녀와볼 생각이다. 신인 작가를 와이프로 둔 신랑이 고생 좀 하겠지만. 출간을 출산과 빗대어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에 만약 지금 신랑이 나와 함께 하지 않으면 마치 출산했을 때 옆에 없었던 걸로 느껴버릴 수 있다. 그러니 이 기간을 그저 새로운 아가를 본 듯이 같이 기뻐해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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