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이사 2주차, 남겼던 소회.
바다 앞에 집을 구했다.
눈을 뜨면 바다가 보이는 남향 집. 따사로운 햇살 덕분에 빨래도 잘 마르고, 따스한 우리 집.
나름의 첫 자취 생활이 시작되었다.
해외를 많이 다녔던 터라 타지에서 사는 게 어색하다고 느낀 적은 없지만, 그 공간이 항상 외국이었기 때문에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화권인 한국에서 스스로 부동을 알아보고, 계약하고, 월세를 내면서 산다는 게 참 새로운 일이다. 이제 곧 가게를 오픈하게 되면 무언가 더 정감이 갈까?
미국, 중국, 남미에 거주했던 삶은 물론이고, 그저 여행을 다녔던 시절에도 이런 기분은 들지 않았었던 것 같은데 무언가 가슴이 몽실몽실하다. 45개국에서 쌓인 경험치인가. 그래도 어디가든 바다를 보면 항상 기분이 좋은 이유도 궁금하군.
내 침실에서 보이는 뷰. 멋지다.
처음에는 휑했는데 하나 둘 가구를 채우다 보니 이제는 정돈된 것 같다.
바다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결국에는 이뤘다.
2020년에는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는데 뭐 하나는 했다.
살고 싶은 곳에 살기. 정말 행복한 일이지.
이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겠다.
이제 당분간은, 계약서에 도장이 찍혀있는 한 여기는 내 집.
초기 집 정리하고 찍은 영상. (전신 거울에 흠칫하는 내가 킬링포인트)
지금은 짐이 꽤 늘어서 이렇게 보여지지 않는다. 역시 맥시멀리스트는 고칠 수 없는 병이다. 모든 것을 소유해야만 안정이 되는 병인가.
어제는 화장대를 중고로 구매해서 낑낑대며 조립했다. 도와주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 한달살기하며 연을 맺은 언니가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었다. 열심히 땀흘리며 만들고 중간에 때려치고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 만들어두고 나니까 뿌듯하다.
첫 집이라 그런지 살림살이도 하나 둘 채우는 재미가 있다. 특히 주방기기에 왜 꽃히는지 모르겠다. 주부가 아니더라도 그릇과 잔은 예쁘고, 집에서 밥을 안해먹더라도 도구는 다 갖춰져 있으면 좋겠는 맥시멀리스트.
인테리어 이런 거 1도 모르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재밌고, 내가 모르던 나의 취향을 찾아가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다. 좋아... 저렴한 걸로 고급지게 보이는 스킬을 사용해보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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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는 서울에서 회사를, 목금토일은 거제도에서 가게 오픈을 준비하는 날이 약 두어달 정도 반복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