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는 존경하는 세존 고타마와 어린 시절부터 늘 함께 던 친구 고빈다가 남아있는 숲을 떠난다. 여태까지의 자신의 생활도 숲에 둔채 결별을 하는 느낌이다. 여태 가지고 있었던 스승을 모시고 가르침을 듣겠다는 소망은 더 이상 그의 마음속에 있지 않다. 배우려 했지만 배울 수 없었고 그들도 가르침을 주려 하였지만 줄 수 없던 것이 '자아의 의미와 본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싯다르타가 여태껏 자아를 극복하려 했던 것은 오히려 자아 기만하는 것이었고 자아에서 도망친 것이다. 진실은 내가 나를 모르고 나를 두려워하였기에 나에게서 도망친 것이며 그것이 오히려 자아를 산산조각 내버리려 했다는 걸 깨닫는다.
나와 세상을 알기 위한 도구는 ‘나’이어야 한다. 나도 그걸 모르던 때가 있었다. 나를 알고 싶은 마음에나를 모른다는 나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인 심리학을 공부했다. 이미 책 속에 자리 잡은 심리학 이론들에 나의 삶의 껴맞추었고은밀하고 안전하다 생각되는 상담 공간에서 나를 쏟아 내며 나를 알려고 하였다. 그래도 나를 알아가는 길은 앞으로 가는 듯 아닌 듯 8할이 답답함이었다.
책에서 배운 방법으로 나를 알고자 했고 그 틀을 통하여 세상을 보았다. 주변 사람들도 그런 방법으로만났으니 그 만남들은 진실되고 생동감이 넘치기 어려웠다. 재미없고 텁텁한듯한 내 생활을 이야기하면 지도 교수님께서는 잘 사는 법, 상담을 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나의 삶에서 만나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경험하고 가져오라고 강조하셨 지만 피부에 와닿는 삶의 생생함이 무엇인지, 대체 나에게 그것이 책 속 지식보다 더 먼 곳에 있었다. 나를 무장시키던 지식 없이 작고 연약한 나를 있는 그대로 세상에 내던져 경험하는 건 두려움 그 자체였다
싯다르타는 세존이 있던 숲을 떠날 때만 해도 아버지에게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내가 나를 몰랐다는 깨달음과 나는 정말 누구인가 하는 의문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꼼짝 않고 서 있는 싯다르타에게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은 외로움이 찾아왔다. 집을 떠난 지 몇 년이지만 여태까지, 자신은 여전히 아버지의 아들이고 사문들의 무리였다는 깨달음을 만났다. 싯다르타는 이제야 정말 혼자임을 느낀다.깊은 외로움 순간이 지난다.
절망과 냉기에서 벗어난 싯다르타는 자아를 더 단단히 응집시킨 채, 불쑥 일어난다. 마지막 깨달음이다. 어디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진정한 싯다르타로서의 발걸음을 뗀다.
책 공부와 마음 수련을 갑옷을 삼아 진짜 나를 숨기며 잘 사는 척하던 나는 그 갑옷을 벗고 세상의 생생함과 맞닿으려는 했다. 그 마음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다. 싯다르타도 깨달음을 통해 진짜 나로서의 여린 속살로 세상을 만난다. 그 일은 신나면서도 또 얼마나 겁나고 외로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대와 두려움이 함께한 이 순간이 앞으로도 '또' 흔들릴 수 있는 싯다르타의 앞날을 잡아주는 하나의 굳은 씨앗이 되길 바라며 그의 깨달음을 축복하고 싶다. 그리고 그 축복이 또한 내 것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