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한 편 끝내기
끄적거리던 동화 1편 습작을 끝냈다. 혼자서 한 건 아니고 같이 쓰는 글벗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글을 고치며 생각한다. 이게 동화인지 에세이인지. 딱 봐도 엄마와 아이들 이야기다. 날 아는 누가 보면 우리 집 이야기인 줄 대번에 맞출 것 같다. 동화를 쓰다 보니 나를 투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공을 어린아이로 설정했지만 내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만들어 낸 아이었다.
대화에 아이들이 할 만한 말을 쓰면서도 이게 과연 아이들의 진심일지, 내가 아이들이 이러길 바라는 건지 아리송해하며 썼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 문제가 있고, 대화가 안 된 게 화를 불러일으키고 무서운 괴물이 되었다가 극적인 화해로 끝나는 이야기. 참 뻔하다. 그리고 생생한 날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 속마음을 다 뒤집어 까서 내 보이는 것 같다.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해야 할까.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 애들에게 무얼 바라는지, 또 동화랍시고 행복한 결말을 향해 작위적으로 끝맺은 것까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게 써 둬서 민망해졌다.
동화 1편을 완성했다. 습작이지만 해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글인가? 내 동화를 보고 누군가 내게 “본인 이야기예요?”라고 물으면 난 웃으면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얼굴이 빨개지진 않을까. 혹시나 이 글 속에서 무언가 이상한 걸 발견하진 않을까 하고 걱정을 할 것 같다.
당연히 이 동화는 또다시 여러 번의 고쳐쓰기를 통해 잘 다듬어져야 겨우 투고를 하든 공모전에 내보든 할 것이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 두려웠다. 육아에 대한 이야기, 엄마로서의 일상, 이런 것들을 쓰다 보면 못난 내 모습이 튀어나올까 봐, 사람들이 보고 수군거릴까 봐.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다니! 하면서 나를 어떤.. 눈빛으로 쳐다볼까 봐. 제 발이 저려서 육아 소재는 절대로 안 쓸 거라 다짐했다. 나를 보여주기 싫었다. 본캐인 엄마가 가장 자신 없어서.
끄집어내지 않으면 절대 변하지 않을 것들이 있다. 속이 다 보이도록 까야한다. 먼지 하나 안 남게 탈탈 다 털어놔야 한다. 그렇게 숨기고 싶던 나의 부끄러움을 마주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동화는 나의 탈피 과정이다. 변하려고 몸부림치는 시간 속에서 나왔다. 감추어두지 말고 꼭 퇴고 다시 해서 공모전에 내야지. 변화는 실천할 때만 가능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