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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해슬 Oct 27. 2021

가출 사건

미아 될뻔한 아찔한 순간

엄마들은 아이 키우면서 아찔했던 순간들이 있을 거예요. 저 역시 아이가 렸을 때 가만있지 못해서 병원에 진료볼 때가 가장 곤혹스러웠어요. 아동병원은  대기가 길었고, 기다리는 시간은 아이에겐 마냥 지루한 시간이었으니까요.


언젠가 접수하면서 직원분과 이야기하는 사이에 아이가 옆문으로 빠져나가 버렸어요. 접수를 마치고 아이를 찾는데 대기실에서 안 보이는 예요. 그제야 병원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더라고요. 건물 밖은 주차장이라 차들이 들락날락거리니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까 봐 아찔해졌어요. 병원 건물을 안팎으로 다니며 두어 바퀴 돌다가 아이를 마주한 순간에는 안도감에 눈물이   정도였습니다.


​​

그 뒤 친정 부모님과 식사 자리에서 이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가슴 철렁했었다고 웃으며 말했었지요. 부모님은 저에게 아이 잘 챙겨야 한다고 거듭 당부를 하시며 이런 이야기를 꺼내시더라고요.


 어렸을 때도 갑자기 사라져서 잃어버릴 뻔한  있어.”

“네?”


금시초문이었어요. 살면서 이 이야기를 한 번도 꺼내신 적 없으셨거든요.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제가 대여섯 살  일이었어요. 남동생은 2 어렸고요.  당시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다니지 않았어요. 주택에 살면서 저희는 놀고, 엄마는 집안일을 하셨지요.


그날도 엄마가 빨래를 널고 있으셨다고 해요. 그런데 제가 남동생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꼬맹이 둘은 아장아장 잘도 걸으면서 점점 집에서 멀어졌고요. 어느덧 버스 정류장까지 도착했어요.


 정류장에는 사람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희도 사람들 틈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있었습니다.  정류장 근처 주택에 엄마의 지인분이 사셨는데, 우연히 그분이 꼬맹이 아이들을 보게  입니다.


‘저 애들을 어디서 봤더라.. 어라, 그 엄마네 애들이네. 애 엄마는 어디로 가고 애들만 저리 서 있누?’


아무리 주위를 살펴봐도 아이들 엄마는 보이지 않고 애들만  더래요. 지인분은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 저희를 예의 주시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사람들이 올라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희도 뒤따라 올라가려고 했대요.


“하이고~ 기사님, 이 애들은 안타요. 안타.”


지인분이 얼른 뛰어나와서 저희를 못 타게 붙잡고 버스 기사님께 말했답니다. 그리고 본인 집으로 데리고 간 다음에 저희 엄마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

 시각, 빨래를 끝낸 엄마는 고요 분위기에 멈칫했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 이상하게 조용해지면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이지요. 방을 돌아다니며 저희를 찾았는데 애들이 안 보이는 겁니다! 얼른 집 밖에도 내다봤는데 여전히 보이지 않았어요. 이때부터 엄마는 가슴이 철렁해지며 덜덜 떨리기 시작했어요. 언제 어디로 어떻게 사라졌는지  수가 었으니까요. 엄마는 답답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펴보다가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그 집 애들 여기에 있어!”

​​

엄마는 울면서 저희를 찾으러 오셨대요.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한참인데, 애들 둘이서 겁도 없이 걸어 나가서 버스를 타고 가출까지 감행하려고 했으니까요.




제 나이가 마흔이 다 되어가니 아주 까마득한 이야기이지요.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혀 기억에 없었기에 “말도 안 돼요!”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 두 분이서 “네가 동생 손잡고 나가서 버스 타려고 했어.” 이렇게 증언하시니 억울해도 할 말이 없네요.


​​

 뒤로 모여서 밥을 같이 먹을 때마다 애들 간수 잘하라면서 제가 어려서 동생이랑 같이 버스 타고 가출하려고 했던 사건 이야기하셨어요. 신기한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해서도 들어본  없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비슷한 일을 겪고 나니 그제야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

 기억 속에는 없지만 부모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던 가출 사건. 만약 그때 제가 동생 손을 잡고 버스에 올라탔다면, 저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무도 모르지요. 지금  자리에 있기는커녕 지금까지 살아있을지도   없는 일이에요. 엄마는  얼마나  죄책감을 안고 사셨을까요. 아이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알지 못한   아이 모두 잃어버렸을 테니까요.


가끔 만약 버스를 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이후를 상상해 보는데  아찔해요.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견딜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연락도 끊겼지만 저희의 은인이셨던 엄마의 지인분께  감사드려요.



아이를 놓치는   순간이   있으니, 조심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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