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0일 초청작가대담 코너 참여 후기
이 행사는 #방정환연구소 주관으로 2024년 11월 8일부터 나흘간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국제 대회이다.
올해는 한국 창작동요 100주년을 기념하여 ‘어린이의 꿈, 100년의 노래가 되다’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라는 원래의 성격에 덧붙여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과 공연이 곁들여졌다.
나는 행사 셋째 날 11월 10일에 있었던 초청작가 대담 코너에 초대되어
‘작가의 작품세계와 캐릭터 탄생 이야기’라는 주제로 원로 동화 작가 #윤수천 선생님과 나란히 출연했다.
이 행사에는 국내외 많은 어린이 문학과 예술 그리고 인권에 대한 연구가들이 모여 교류했는데
다음은 이 행사의 학술연구발표를 모아놓은 자료집에서 발췌한 일부 내용이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 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이 노래는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애창되는 국민#동요 <#오빠 생각>이다.
#경기대 권성훈 교수의 글 ‘최순애 <오빠 생각>의 탄생 과정과 시대적 표상’에서
이 노래에 관한 흥미진진한 히스토리와 더불어
1920년대 일제강점기의 아동문예운동가들의 활약상이 기술되어 있다.
<오빠 생각>은 #최순애가 소녀 시절에 <#어린이> 잡지에 투고하여 입선한 작품이었다.
최순애의 오빠 최영주는 방정환을 도와 어린이 잡지의 편집을 담당하기도 하고
‘수원화성소년회’를 지도하면서 소년 문예운동의 주요 인물로 활약했다.
<#고향의 봄>을 작사한 #이원수가 최순애의 남편이라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최순애는 오빠 최영주, 여동생 최영애와 함께 삼 남매로 자랐는데
자연히 영감이 샘솟는 문예적 활동 분위기의 환경 속에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노래를 쓸 당시에 오빠 최영주는 서울과 수원을 오고 가며 소년운동가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오빠 생각>은 오빠의 잦은 부재로부터의 허전함에서 발로한
여동생의 진솔한 서정이 녹아들어 빚어진 동요인 것이다.
노래 속의 ‘비단 구두’는 원래 ‘비단 댕기’였는데
오빠 최영주가 ‘비단 구두’가 좋겠다는 제안으로 수정이 가해졌다는 얘기가
최순애의 회상을 통해 전해졌다고 한다.
행사의 자료집에는
<#넉 점 반> 시인 #윤석중에 대한 연구도 있다.
서울대 소속 연구자 홍승진의 글 '일제 말기 윤석중 동시의 영적인 길’에 보니
참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대목이 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로 시작하는 국민애창곡을 비롯해서
윤석중 동시에 나타나는 ‘잠 모티프’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기가 잠자는 일을 표현한 작품이나 자연물을 잠자는 아기에 빗댄 작품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했다.
‘기찻길 옆’ 노래도 그렇거니와
또 다른 동시 <집 보는 아기와 눈-작은 데레샤에게>라는 작품에서는
아기가 혼자 집을 보다가 잠들었는데
하늘에서 눈이 내려와 하얗게 쌓인 마당에 도둑이 들어왔지만
눈밭에 찍힌 제 발자국에
지레 겁을 먹고 돌아갔다는 내용의 동시라고 한다.
윤석중의 시대도 시대였지만 개인적인 성장과정도 무척 외롭고 신산했다.
세 살 때 어머니를 잃고 이어 하나뿐인 누나도 잃고 외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그는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나를 재운다’는 말이 심금을 울린다.
그런데 연구자 홍승진은 이렇게 해석한다.
‘어린이 마음과 어머니 마음의 쌍방적 사랑이 나타나며 둘의 마음이 분리되지 않고
어머니 마음은 어린이 마음속에 모셔짐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또 다른 동시 <길 잃은 아기와 눈-작은 데레샤에게>와 <꽃밭>이라는 동시를 소개했다.
길을 잃었으나 동시에 길을 찾는 과정을 발견하기도 하고,
다쳐서 새빨간 피를 보고 한참 울다 보니
그건 피가 아니고 새빨간 꽃잎이었다는 설정의 동시이다.
대립되는 양 보이는 것들의 합일을 넌지시 전하는 윤석중의 우주관을 들여다보게 된다.
내가 그림을 입힌 그림책 <#넉 점 반>의 시구도 간결함과 위트가 빛나는 주옥같은 동시이다.
나는 이 윤석중의 동시 <넉 점 반>의 일차적 독자로서 그 텍스트를 음미하며
그 속에 함축된 배경과 정경들을 주의 깊게 연출하여 그림책으로 꾸며냈다.
2024년 <넉 점 반>20주년 기념 개정판 윤석중 동시 #이영경 그림
포럼의 주제는
‘폴란드 #야누쉬 코르착과 한국 #방정환: 어떻게 어린이를 사랑해야 하는가?’였다.
야누쉬 코르착이 쓴 같은 제목의 책에서 따온 주제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가스실에서 희생되기까지
소아과 의사이자 작가로서 고아원을 만들고
어린이들의 인권을 위해 온몸을 바쳤던 야누쉬코르착.
폴란드의 야누쉬 코르착과 우리나라의 방정환은
탄생시기는 20년의 시차가 있지만
비슷한 시기 전쟁과 홀로코스트의 광풍, 제국주의 침략의 엄혹한 상황에서
#어린이의 인권과 교육을 위해 생애를 바친 공통된 인물이다.
'어린이, 청소년들의 변호인' 야누쉬 코르착과 '어린이해방의 혁명가' 방정환
#방정환연구소 #장정희소장의 글
‘한국 방정환과 폴란드 야누쉬 코르차크의 만남:어린이의 사회적 주체성에 대한 이해’에서는
동시대에 각각 다른 문화권, 다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의 자유, 해방, 권리와 관련하여 서로 깊이 연결된
두 사람의 선언과 활동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어린이 자유 대헌장’과 ‘#어린이 해방 선언문’
‘어린이공화국’과‘어린이 나라’
‘어린이 법정’과 ‘어린이 재판’
고아원 운영과 천도교소년회 조직
이렇게 동서양의 두 혁명가가 데칼코마니처럼
어린이를 ‘사회적 주체’로 천명할 것을 성찰하는 사상과 활동으로
사랑을 실천한 이야기를 읽으며
오늘날 우리나라의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과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시대를 관통하는 최고의 가치는 '사랑'이다.
사랑하는 방법은 그 시대의 정황에 따라 달라질 터인데
우리는 관성대로 또는 기존의 습관대로 해 나가기 쉽다.
아이들은 시대마다 다른 걸 바라고 어른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
이것은 놓여나기 어려운 세대 간의 숙명인지.
사실 어른세대는 너무 옳지 않아서
후대를 가르치는 것은 많은 부분 틀렸다는 것이
나의 본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