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초의 여행
친애하는 OO에게.
체크아웃을 하기 전에 근처 마트에 들려 기념품으로 프랑스 과자랑 쨈을 좀 더 샀어.그리고나서 며칠 전에 봐뒀던 서점에 들러 프랑스어로 된 '어린 왕자' 책과 엽서도 샀어.서둘러 숙소로 돌아와 늦지 않게 체크아웃을 한 후, 야무지게 크로와상까지 포장해서 공항으로 향했지. 스무스하게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 입구에 앉아 아까 사 온 크로와상과 어제 사둔 납작 복숭아를 꺼내 들었어. 1주일 동안 파리에서 납작 복숭아랑 빵만 먹은 것 같아. 이 맛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먹으면서도 그리운 거 있지?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했는지, 빵을 다 먹고도 1시간이나 여유가 있더라. 면세점은 가봐야 돈도 없어서, 앉아서 핸드폰이나 했지. 그러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나 봐. 다행히 탑승객들의 소리덕에 늦지 않게 잠에서 깨었어. 정신 차려보니 내 옆자리에 어떤 사람이 앉아있더라? 그리고 나한테 말을 걸더라고. 이번에 혼자 여행 다니면서 모르는 사람들과 스몰토크하는 능력이 좀 길러졌거든?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지.
그 청년의 이름은 조던이래. 내가 영어 듣기를 완벽히 하는 것은 아니라서 완벽하게 이해는 못했지만, 조던은 '바이오' 어쩌고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라 워크샵의 일환으로 핀란드를 간다고 했어. 그리고 저 떠들썩한 청년들이 자기 친구들과 교수님이라는 거야. 신기하게도 내가 갈 호스텔과 조던의 호스텔이 같더라고. 조던은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어도 공부해봤다고 했어. 아무래도 내가 카톡하는 것을 보고 아는 척한 듯? 카톡아이디가 있더라ㅋㅋㅋ
대화를 좀 나누다 보니 탑승할 시간이 다 돼서 우리는 헬싱키에서 보자며 굿바이 인사를 했어. 유럽여행 마지막날에 영화 같은 상황에 놓인 것 같은데, 나 기대해도 돼? 뒷 이야기는 헬싱키에서 마저 쓸게!
ps. 아 그리고 저 대학원생들과 옆자리면 부담스럽겠다 생각했는데, 아니라서 다행이었어... 휴...
2019.06.15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이번 글은 여행지에서 보내온 편지 형식으로 써봤습니다.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친구에게 전하 듯 글을 썼습니다.
내년에 퇴사하고 나면 이번 글과 같은 컨셉으로 해외에서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일단 제가 가장 최근에 다녀온 해외여행이 4년 전 유럽이라서 실시간 발송은 안 되겠지만, 그때 썼던 일기를 토대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