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실컷 떠들다가 헤어질 때 기분 좋은 친구가 있다. 우리는 약간 아쉬운 미소로 서로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마치 떠나기 아쉬운 여행지를 뒤로 하는 기분이다. 헤어진 후 집으로 가는 길에서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친구와 나눈 대화에서 삶을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기 때문일까. 그 대화는 슬픔의 공유이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기도 하며 실없는 웃음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담담하게,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게 말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오늘 내가 만난 친구는 이러한 부분에 아주 큰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솔직함'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자신을 더 용기 있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다. 아니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녀는 '지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녀의 이러한 재능들을 사랑한다.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의 '배려'를 사랑한다.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속성들은 그녀의 단편적인 모습만 본 나의 건방진 평가일 것이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이유들을 보면 그것들이 모두 내 단점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랑도 비슷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들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인 경우가 많다. 앞으로 살아갈 날에서 누군가를 싫어하는 이유보다 사랑하는 이유를 더 많이 발견하고 싶다.
인간관계란 시간과 상황에 따라서 인연 혹은 악연이 된다. 뒤엉킨 수많은 관계 속에서도 언제 그리고 어디서 만나든 인연이었을 것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나에겐 이런 인연들은 너무 소중해서 오히려 자주 만나지 않는다. 나의 추악한 면이 보일까 봐, 아니면 상대의 추악한 면을 보고 말까 봐. 그리고 역설적으로 서로의 추악을 봐버린 관계들은 끊어내기가 어렵다. 그러한 관계들은 헤어질 때 때때로 기분이 좋지 않다. 유쾌하게 떠들다가도 서로의 추악이 드러났던 그 순간의 버튼이 다시 눌리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인간관계는 어렵다. 누군가를 멋대로 판단하고 평가하고 재단하는 나의 추악이 별로다.
오늘은 친구를 만나고 와서 조금 늦게 글을 올립니다.
자주 만나진 않지만 만날 때마다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아가는 인연이죠.
오늘은 제가 그 친구를 사랑하는 이유와 제가 생각하는 인간관계에 대해 적어봤는데요. 여러분들에게도 헤어질 때 기분 좋은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