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초
휴학을 한 지 3개월이 지나자 생활패턴이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그동안 집에서 핸드폰만 보던 탓이 컸죠. 규칙적인 생활을 되찾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삶을 다시 규칙적으로 바꾸는 데에는 '일'만 한 게 없거든요. 다행히 저는 아르바이트 경력이 많아서, 일을 금방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남은 휴학이 끝날 때까지 아르바이트하다가 유럽여행을 다녀오고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복학했습니다. 학교에 돌아간 후에 친구들이 휴학동안에 뭘 했냐고 물어보면 "아르바이트하고 유럽여행 갔어!"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더라고요. 이때 깨달았습니다. 저는 아직 24시간을 경영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요. 학교를 다닐 때는 강의를 듣고, 남은 시간에는 과제를 해야 됐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사는 느낌이었지만, 휴학동안 그것들이 사라지고 나니 뭘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졸업 후, 일단은 직장에 다니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기로 다짐했습니다. 저는 주말보다 일정이 있는 평일 자투리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보내는 편이었거든요. 그리고 무엇이라도 경험해야 나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휴학동안 아르바이트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일하면서 내가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졸업과 동시에 지금의 회사에 들어왔고, 다행히 정시퇴근이 일상인 부서에서 일을 하게 되어 퇴근 후에는 저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책도 읽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하고, 운동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퇴근 후와 주말만으로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하고 싶은 것이 더 명확해지자, 회사에서 하는 업무가 비생산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이제는 나 자신을 그리고 시간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자신이 생겼습니다. 휴학을 했던 5년 전의 저보다 더 성장했단 걸 느꼈네요. 예전에는 넘어지고 일어나는데 1시간이 걸렸다면 이제는 10분 만에 일어날 마음과 근육이 생겼거든요. 이 근육과 마음은 그동안 제가 했던 기록과 도전 그리고 긍정적인 루틴들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이 것들을 발판 삼아 다시 한번 5년 전처럼 1년이라는 시간을 제 자유의지대로 운영해 보겠습니다. 그때보다 더 강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부단하게 나아가길 바라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