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보이는 것들 3
2024년 2월
코 야오야이에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난생 처음 타본 스쿠터에 긴장했던 모양이다. 나와 달리 스쿠터에 익숙한 친구들은 곧장 바다로 향했다. 산책나온 강아지마냥 신나게.
나는 그늘에 누워, 시원한 코코넛 스무디 마시며 친구들을 바라봤다. 따스한 햇살과 산뜻한 바람, 향긋한 코코넛 냄새가 온몸을 감쌌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파도소리를 배경 삼아, 천천히 눈을 감았다.
해파리처럼 늘어졌던 몸에 힘이 돌아올 무렵, 물놀이에 지친 친구들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했고, 발끝에 닿는 모래는 부드러웠으며, 햇살은 포근했다. 나는 배를 하늘로 향한 채, 보노보노처럼 물 위를 둥둥 떠다녔다.
'아... 따뜻해...'
어느새 나는 머릿속에서 지구본을 꺼내어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서울에서 푸켓까지 6시간 반, 푸켓에서 이 섬까지 다시 한 시간.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국내 여행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감각.
넓어지는 궤적 만큼, 현실감은 흐려졌다. 따뜻하게 감싸는 이 바다와 차가운 사무실 의자, 둘 중 어느 것이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일주일 전엔 회사 화장실에서 울고 있었는데, 지금 나는 이름 모를 바다 위에 떠 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해변에서 너무 멀어진 건 아닐까 걱정돼 눈을 떴다. 눈부신 하늘, 끝없는 바다, 그리고 저 멀리 친구들이 보였다. 처음 수영을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가 안심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떠올렸다.
한 시간 뒤, 스쿠터를 타고 항구로 돌아갈 나를.
한 달 뒤, 다시 서울에 돌아가 일상을 살아갈 나를.
막막하고 두려웠지만, 그래도 믿기로 했다.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잘 해낼 거라고.
여기까지 온 나를 칭찬하면서.
"여러분도 여행지에서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진 듯한 순간을 경험해 보신 적 있나요?"
초초야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