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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 May 22. 2024

EP.42 멍! 멍! 멍!

- 온몸에 멍을 달고 다니는 여자

 어렸을 때부터 수족냉증을 달고 살아 겨울보다는 여름을 좋아했다. 더운 건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한데 추운 건 무슨 짓을 해도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롱패딩을 10월부터 꺼내 입고 아무리 내복을 두 세 겹 껴입어 봐도 매서운 바람 앞에서는 1도 소용이 없었기에 언제나 겨울보다는 여름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이제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 여름. 언제나 반갑기만 했던 이 계절이 올해는 조금 두렵다.   

  

운동을 많이 해서 건강해져서 그렇냐고요? 아니 전혀요.     


매서운 더위에서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사람이 클라이밍을 시작한 후 땀이 주르륵주르륵 흘리는 체질로 바뀌게 돼서 그러냐고요? 이것도 불편하긴 하지만 전혀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근데 도대체 왜 두려워하냐고요? 바로 멍 때문입니다. 이놈의 멍 때문에 도대체가 반팔과 반바지를 입을 수 없게 되자 버틸 만했던 여름이 이제는 곤욕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클라이밍을 한 지 3년이나 됐다면서 왜 이제서 그래?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궁금해하지도 않을 테지만...) 궁금증에는 답변을 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물론 역시 아무도 안 궁금할 테지만..) 바로 멍이 들 수 있는 최악의 운동 2개를 함께 하기 때문이다. 폴댄스와 클라이밍. 이 두 운동이 합쳐지자 이렇게 큰 시너지를 낼 줄이야.. 운동을 하기 전엔 1도 상상하지 못했다. 알고 싶지 않았지만 경험으로 알게 된 슬픈 현실.. 덕분에 내 몸은 두 달째 온몸이 멍으로 푸르뎅뎅하다. 푸른 몸의 여자를 찾고 계신다고요? 그게 바로 접니다.      


사실 클라이밍은 잘만 하면 멍이 들지 않는 운동이다. 멍이 들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냥 홀드를 잡고 쭉쭉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을.. 하지만 나는야 누구나 인정하는 몸치. 그것만이면 다행이게? 욕심은 많아서 반드시 홀드를 1개라도 더 잡아야 마음이 풀리는 야망녀. 그런 멍청한 습성들이 모이자 억지로 동작을 한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기에 몸의 다양한 부위가 홀드에 부딪쳐 멍이 든다. 그래서 클라이밍은 내 다리의 전면 부분과 팔의 후면(팔꿈치 근처)의 멍을 담당하고 있다.      


폴댄스는 어떠냐고요? 클라이밍과 비슷합니다.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부위로 버티면 멍이 그리 크게 들지 않는 좋은 운동이죠. 하지만 사람의 본성은 어디 가지 않죠? 제가 누구입니까?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몸치 중에 몸치 그러나 욕심은 많은 야망녀 아니겠습니까? 몸치이나 폴에서는 떨어지기 싫어하는 1인이기에 악으로 깡으로 버티다 보니 정확하지 않은 자세로 폴을 지지하다 보니 폴에 닿은 부분은 수업이 끝나면 어느새 빨갛게 부어오르고 다음날이면 큰 멍으로 변경된다는 매직. 이리하여 폴댄스는 내 다리의 후면부와 팔의 안쪽의 멍을 담당하고 있다.      


자 이제 감이 오십니까? 둘이 합쳐져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 다리의 전면은 클라이밍으로 어딘가 부딪쳐서 생긴 멍으로 가득하고 후면은 폴로 인해 생긴 크나큰 멍이 버티고 있습니다. 다리 전체가 멍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신 당신! 바로 정답을 생각하시고 계신 겁니다. 이뿐이랴 팔도 상황은 비슷하다. 팔의 안쪽 부분은 폴로 인해 멍이 들어있고 팔의 후면 부분은 클라이밍으로 생긴 멍이 가득하다. 아하하하 멍든 만큼 운동을 잘하면 아마 난 지금 국가대표 금메달 선수가 아닐까?   

  

날씨가 유난히도 덥던 어느 날, 약속이 있어 평소와 다름없이 아무 생각 없이 반팔과 반바지를 꺼내 입었다. 사실 멍은 이제 나에게 언제나 함께하는 반려동물 같은 거기에 아무런 생각도 없었고 존재한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그렇게 집 밖으로 나갔는데 느껴지는 사람들의 시선.     


설마 날 쳐다보는 건 아닐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시선이 느껴졌다. 오늘 나 화장이 잘 됐나 봐. 기쁜 마음으로 룰루랄라 친구와의 약속 장소로 향했고 만나자마자 친구가 외친 말.  

    

“야 너 몸이 왜 이래? 뭔 일 있어?”      


친구의 말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아 맞다. 내 몸 상태! 그렇다 나의 몸은 언제나처럼 멍으로 가득했던 것이다. 멍든 몸이 불쌍해서 사람들이 쳐다봤던 것인데 나는 멍청하게 내가 이뻐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 멍청하면 용감하다더니.. 그 말 저 들으라고 하는 말 맞죠?     


그날 이후 나는 나 자신에게 반팔과 반바지 금지령을 내렸다. 나는 괜찮으나 다른 사람들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직은 날씨가 그렇게 덥지 않아 견딜 만하지만 이제 곧 무더운 여름이 다가올 텐데 그땐 어쩌지...? 이제 진짜 폴댄스와 작별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 같다.     


폴댄스야. 한동안 너 때문에 참 즐거웠어. 하지만 넌 클라이밍과는 함께 하면 안 될 거 같아. 내가 나중에 클라이밍이 지겨워지면 꼭 다시 너한테 돌아갈게..(그런 날이 오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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