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비트코인을 선택할까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가를 경신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파격적인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죠. 전략적 준비자산이란 국가 차원에서 보유하는 금이나 석유, 외환 등의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말합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 미국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재확인한 것입니다.

이미 법안도 나온 상태입니다. 미국 와이오밍주 상원 의원인 신시아 루미스 의원은 지난 8월 연준이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고, 5년간 약 100만 개를 매입해 20년간 보유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된 지난 11월 6일 그는 "우리는 전략 준비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비축할 것'이라며 재차 강조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미국은 왜 비트코인을 선택할까요?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도 있고, 오랜 역사를 지닌 금도 있는데, 왜 갑자기 비트코인에 집중하는 걸까요?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 답변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에 따라 비트코인이 지속적으로 각광받는 자산이 될지, 아니면 신기루처럼 사라질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부채 해결사, 비트코인

미국의 극심한 재정 적자와 부채를 비트코인으로 해결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미국 국가 부채는 최근 사상 처음으로 36조 달러(약 5경 1100조 원)를 넘어섰죠. 미국 내에서는 “비트코인 가치가 최소 100만 달러까지 오르면 미국은 비트코인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월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어쩌면 우리가 35조 달러의 국가 부채를 갚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작은 암호화폐 하나만 건네주면 되죠. 그렇지 않나요? 약간의 비트코인만 주면 35조 달러의 부채를 한방에 청산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발언은 다소 과장된 뉘앙스를 담고 있지만, 미국이 비트코인을 재정 문제 해결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암시합니다. 특히, 비트코인의 가치 상승이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전략적 방어를 위한 선택, 비트코인

미국의 달러는 글로벌 준비 통화입니다. 국제 금융 시스템의 중심이죠. 세계가 달러를 원했던 덕분에 미국은 끊임없이 달러를 발행해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이유로 달러의 위상이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같은 국가들은 달러보다 금을 선호하며, 달러 대신 금을 대량으로 비축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경제 제재를 받은 러시아의 사례를 보면, 이들이 왜 달러를 배척하고 금을 선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서 미국은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발행하는 달러를 흡수할 새로운 자산을 모색한 것입니다. 그 답이 비트코인이었습니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통해 단순히 달러의 과잉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됩니다. 전 세계 유동성이 비트코인으로 몰리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대량으로 비축한 금의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경제적 이득을 넘어, 비트코인을 통해 달러의 글로벌 위상을 방어하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이상이 미국이 비트코인을 선택하게 된 두 가지 주요 이유입니다. 첫째는 국가가 직면한 막대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며, 둘째는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의 지위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방어입니다. 이 두 가지 이유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이 분석이 타당하다면, 비트코인에 대한 지지는 트럼프 정부에 그치지 않고 그 이후 미국 정부들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된다면 비트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지속적으로 각광받는 글로벌 자산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만약 이 분석이 타당하지 않다면, 트럼프 정부 이후 비트코인은 찬밥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다시 폭락할 것입니다. 결국, 이 모든 판단은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