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 작가 / 나를 이해하기 위한 글쓰기
각기 다른 분야에서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10명의 사람이 모여 매일 101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합니다. 10개의 질문마다 한 명씩 질문 하나를 맡아 브런치에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조유진 작가님의 글입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평소 운동을 등한시해온 나로서 마라톤 완주란 넘을 수 없는 허들과 같았다. 그러니까 내 인생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몸을 움직이는 일이라곤 영 재주가 없어 운동에는 흥미조차 생기지 않았고 그렇게 쌓인 게으름이 계속되자 몸이 버틸 수 없었는지 알 수 없는 이유로 하나둘씩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몸이 보내는 적신호는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고,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을 떠올리며 결심과 동시에 운동을 시작했다.
실로 대단한 운동을 한 것은 아니고 한 시간씩 집 근처 천변을 걷거나 실내 사이클을 탔다. 이러다 보면 마라톤도 할 수 있겠는데? 생각했을 때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을 때였다. 42.195km라는 거리도, 결승점도 정해져 있으니 끝까지 잘 달리기만 하면 되는 걸까. 그럼 잘할 수 있을 텐데.
아주 어렸을 때 집 밖의 큰 도로에서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뛰는 듯 걷는 듯 각자의 호흡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음이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도 생생히 그 모습이 기억나는 걸 보면 꽤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그들에게 마라톤은 어떤 의미였을까. 고통의 인내였을까 인내 끝의 환희였을까. 지금의 나로선 알 길이 없다. 멀찍이서 바라본 그들은 그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달렸을 뿐이다.
인생도 마라톤처럼 한 가지 길만 정해져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느새 나는 아무도 골라주지 않는 수십 가지 갈림길 위에 선 성인이 되었다. 제삼자가 바라본 나는 잘 달리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날 봐줄 사람이 필요해서 오랜 시간 나를 봐온 a에게 물었다. 뛰는 게 지겨워지면 걷기도 하고, 그래도 힘들면 딴 길로 새기도 해. 네가 원하는 것이 네 길이야. 한참 뒤에야 온 a의 답장은 긴 밤을 지새우게 했다.
내 마라톤 완주의 끝은 아직 모호하다. 언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걷고 있는 듯하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이 길에서 내가 바라는 것은 완주뿐이다. 희망 사항이 있다면 후회 없는 웃음으로 결승선을 밟고 싶다.
조유진
나를 이해하기 위한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