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이신 광석샘과 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출간한지 2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창업 당시 선생님은 건강, 의료 분야에서 강의를 오래 진행하셨고 책도 8권 정도 번역한 이름있는 번역가였습니다. 저는 이름은 없지만 선생님과 친하고 디자인을 좀 할 줄 아는 사람이였구요. 번역가로 인세를 받는거보다 창업을 하는게 훨씬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선생님을 꼬셔 결국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예상은 맞아 떨어졌고 시간이 흐른 뒤 성공요인을 생각하며 글을 남깁니다. 1인 출판을 생각하는 디자이너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출판은 제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품을 제조하고 플랫폼에 노출하여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출판시장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저력이 있습니다. 또한 한번만 잘 구축해 놓으면 지속적인 수익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게 어렵긴 합니다. 하지만 제조기반 사업치곤 망해도 손해는 크지 않아 한번 뛰어들만한 사업입니다.
1인 출판사는 5인 이하의 소규모 출판사를 말합니다. 출판사는 대략 원고를 쓰는 작가, 원고를 편집하는 편집부, 디자인부, 마케팅부, 유통부 정도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원고 쓰는 것을 제외하고 1명의 디자이너가 이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책 유통에 대한 지식을 공부해야겠지만 몇 번 해보면 터특하는 것들이라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책판매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책을 판매하는 일입니다. 출판사를 차리기 전에는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이 실제로 나와서 책을 사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해봐야 합니다. 이 부분이 부족하다면 블로그 같은 자신의 채널을 개설해서 지속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해내며 인지도를 쌓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저희 출판사는 마케팅비에 1원도 투자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아주 오랜기간동안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습니다. 오랜시간동안 강의를 진행했고 블로그에 꾸준히 컨텐츠를 올렸습니다. 카페도 운영하여 커뮤니티 활동도 하였고 번역이 굉장히 매끄럽게 된 8권의 책도 냈었습니다. 물론 제가 한건 아니였지만 이런 것들이 뭉치고 뭉쳐 책이 판매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번외의 이야기지만 텀블벅 등을 이용하면 인지도가 없어도 브랜드를 소개할 수 있고 책 판매까지 이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의 주된 업 중에 하나는 좋은 원고를 발굴하는 일입니다. 규모가 작은 1인 출판사의 특성상 원고를 직접 작성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 소개되는 내용은 1인 출판으로 제작된 경우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규모가 작아 의사결정이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1인 출판에 어울릴거 같아 소개하는 바입니다.
1) 새로운 분야 소개
처음 만나는 피그마 / 송아미 지음 / 인사이트
페이스북에서 보고 우연히 사게 된 책입니다. 피그마를 공부하고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국내에는 아직 피그마에 대한 책이 없는데 처음 소개된 책이고 심지어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쉽게 피그마를 접할 수 있게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중요한 요소를 잘 뽑아 소개하였습니다. 선점은 여러가지 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런 식으로 유행이 올만한 소재를 빠르게 선점하여 출간하는 것도 굉장히 좋은 전략이란 생각이 듭니다.
2) 특수한 분야 소개
실무에서 바로 사용하는 박스 가이드 / 페이퍼팝 / 텀블벅 펀딩
패키지 디자인을 하며 박스를 제작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적입니다. 정확히 서적이라 정의하기엔 조금 벗어난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넓은 의미에서 서적이라 불릴만합니다. 텀블벅을 통해 알게 되었고 비싼 가격이지만 망설임 없이 구입했습니다. 언젠가 제작하게 될 작업 중에 사용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책에는 박스제작과 관련된 전문가의 정수가 녹아져있습니다. 자신만의 차별화된 컨텐츠를 출판한 좋은 사례라 생각합니다. 추가로 책의 범위를 종이책으로 국한짓지 말고 패키지를 결합하여 풍성하게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3)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번역서 소개
앉기 서기 걷기 / 소마코칭출판사
저희가 차용하는 전략입니다.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좋은 양서들이 많습니다. 이런 책들을 잘 발굴하여 번역 후 소개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 생각합니다.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으면서 나만 알고 싶고, 숨어서 보고 싶은 그런 책이 있다면 출간을 생각해봐도 좋겠습니다(이 책은 디자이너와 다른 분야 전문가의 콜라보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1) 기획, 차별화
: 사실 홈페이지라는 것도 어떤 면에서 책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만들면서도 마치 홈페이지를 만들듯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웹디자인의 끝에는 코딩과 개발이 있지만 책을 만들 때는 인쇄라는 작업이 있을 뿐입니다. 겹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준비단계에서 혼란스러움 없이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별화요소를 뽑아내고 시각적인 디자인 포인트를 뽑는 것의 중요함을 안다는 점도 출판사 운영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 시각화, 커뮤니케이션
: 책을 준비하며 원고를 쓰는 작가님, 책을 디자인 해주는 편집디자이너님, 책 교정을 해주는 분, 책 유통을 맡아주는 업체 직원 분 등 다양한 의사소통을 하게 됩니다. 나중에는 온/오프라인 출판사를 찾아가 MD와도 미팅을 하게 됩니다. 이 때 문서를 쓰고 서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용을 정리하고 시각화하는 작업 등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하는데 있어 디자이너가 가진 역량으로 좀 더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제안서를 하나 만들더라도 좀 더 빠르게 추진할 수 있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에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혹을 앞두고 삶을 돌아보며 디자인을 배워두길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한번 배워두니 쓸 때가 참 많고 이것저것 하는데 두려움이 적습니다. 비단 출판 분야 뿐만 아니라 비지니스 전반적으로 디자인은 활용되니 배우신 것을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혹 출판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으면 문의 남겨주세요. 성심성의껏 답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