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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우 Jul 23. 2018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철수의 그림이야기


 


<즉흥9> 칸딘스키 1910년작




 


네가지 키워드

#예술의 궁극적 가치 #회화의 정신적요소

#색채 정신적요소연구 #예술작품과 예술가




#예술의 궁극적 가치



"미래의 영역으로 이끌어 가는 정신은 단지 감정에 의해 인식될 수 있다.(예술가의 재능은 이 감정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다.) "


"종교, 과학, 도덕 등이 흔들릴 때, 그리고 외적인 버팀목이 무너질 것 같을 때, 인간은 시선을 외적인 것에서 자기 자신에게로 향한다. 문학, 음악, 미술은 이와 같은 정신적 전환이 현실적 형태로 인지되는 가장 감각적인 첫번째 영역인 것이다. "

 




칸딘스키는 이 책의 서두를 예술가들이 '내적음향'이라고 불리는 핵심개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하며 시작 한다. 여기서 '내적음향'이라고 하는 것은 화가이기 이전에 훌륭한 음악가이기도 했던 칸딘스키가 예술의 정수(精髓)를 정의 하기위해  음악으로부터 비유를 취해 사용한 개념적용어이다. 이는 예술에서의 정신적요소를 뜻한다. 그는 다른 분야와는 다르게 예술 영역 고유의 가치를 '정신 적인 것'에 두었다.  실제로 예술은 다른 경제나 사회나 정치분야와 비교해볼때 비교적 저평가되고 도외시되기 마련이었다. 먹고사는것이 급하고, 계급간의 갈등 해소가 우선시되고, 사회적인 문제해결이 더 중요했다. 그에 비해 예술은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버텨다. 이에 칸딘스키는 예술 독자적인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였고, 그답을 '정신적인' 것에서 찾았다.  아무리 먹고사는 것이 급하고 전쟁이 나서 극한의 고통을 겪더라도 우리의 예술은 맥이 끊기지 않았다. 오히려 물질적인 만족이 가져다주지 못하는 궁극적이고 깊은 위로를 예술이 대체해주었고, 그 정신적인 힘으로 우리 인류는 지금까지 살아왔고 살아가고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예술에는 분명히 대체불가능한 궁극적인 가치가 존재하고, 그것이 '정신'이라는 것을 칸딘스키는 이 책을 통해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회화의 정신적요소


 

"밝은색, 더욱이 따뜻한 색들은 좀더 강하게 눈을 끈다. 주홍색은 인간을 언제나 매혹시키는 불꽃처럼 자극한다. 짙은 레몬색을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마치 고음의 나팔소리가 귀를 해치듯이 눈에 고통을 준다. 눈은 불안해 얼마 동안은 응시를 계속할 수 없게 되며 푸른색이나 초록색에 몰두하면서 쉬고자 한다. "

 

 

"우리는 색을 응시했을 때에 생기는 제이의 결과, 즉 색들의 심리적인 효과에 이르게 된다. 첫번째의 기본적이며 물리적인 힘은 색이 영혼에 도달하는 길을 열어 주고 있다. 그러므로 색의 조화는 오직 인간의 영혼을 합목적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법칙에 근거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이것은 내적 필연성의 원칙을 나타내고 있다. "

 


칸딘스키는 예술의 정신적 골자를 회화에서 찾았고, 회화요소 중에서도 특히 '색채'를 통해 이를 설명하고자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예술의 궁극적인 가치, 즉 정신적인것을 가장 잘 표현해낼수있는 회화적요소는 색채였다.

그리고 이러한 색채 요소들은  '내적필연성의 원칙'이라 불리는 공식에 의해 작용된다고 말한다. 내적필연성의 원칙이라 함은 인간의 영혼을 합목적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법칙를 뜻한다.  더불어 그는 내적 필연성을 세 가지의 신비스런 근원에서 연유한다고 말했다. 첫째, 창조자로서 모든 예술가는 자기의 고유성을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작가는 모두 고유의 개성적인 요소를 드러내야 함을 뜻한다. 둘째, 시대의 아들로서 모든 예술가는 자기의 고유성을 표현해야만 한다. 예술가들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정신을 작품에 반영해야 함을 말한다.

셋째, 예술의 봉사자로서 모든 예술가는 일반적으로 예술의 고유성을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위의 두가지 법칙을 지킴과 동시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예술 고유의  순수한아름다움을 추구해서 그 핵심을 얻어야함을 말한다.  



#색채 정신적 요소 연구


 

"모든 사람에게 대체로 어느 경우에나 영향을 미쳐야 하는 색채에 대한 연구이다. 여기에서 곧 주목을 끄는 것은 두 가지의 커다란 분류이다. 색조의 따뜻함과 차가움, 색조의 밝음과 어두움이다. "


칸딘스키는 예술의 정신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예시를 회화의 색채적요소에서 찾는다. 선에 비해 보다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색채는 그의 이 주장을 뒷받침해주기에 적합했다. 그는 두가지 대립의 개념을 설정했다.

첫째는 노랑과 파랑으로 대변되는 따뜻함과 차가움이라는 개념이고, 두번째는 흰색과 검은색의 대립을 밝음과 어두움의 대립이라고 설정한것이다.

 

두가지 대립의 개념을 큰 틀로 하여, 칸딘스키는 각 고유의 색이 지닌 정신적인 힘과 그 효과에 대해서 상세한 연구를 진행했다.


"노란색을 (어떤 기하학적인 형태에서) 직접 관찰할 경우에 그 색은 인간에게 불안감을 주고, 찌르고, 흥분시키고, 색에 표현된 폭력적 성격을 나타낸다. 그리하여 이것은 끝내 대담하고 끈질기게 감정에 영향을 주고 만다. 노란색은 전형적인 지상의 색이다. 노란색은 우리에게 깊은 심도감을 줄 수 없다.

발작적인 광포, 맹목적인 착란증, 광조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

 


 



"  푸른색은 전형적인 하늘색이다. 푸른색이 극도로 심화되면 안식의 요소가 생겨난다. 검은색으로 침잠하면서 푸른색은 인간적이라 할 수 없는 슬픔의 배음(陪音)을 얻게 된다. "

 

"그리고 높고 밝은 푸른 하늘처럼 인간에게서 멀어져가고 냉담해진다. 그리하여 색이 밝아지면 밝아질수록 음향을 상실하고, 드디어 침묵이 정지상태에 이르렀을 때에 그 색은 희게 될 것 이다. "

 




"노랑은 예민해지기는 쉬우나, 강렬하게 심화해 침잠할 수는 없다. 반면에 파랑은 예민해지기 어렵고 강렬하게 상승할 수도 없다. "

 


 


"정반대로 다른 이 두 색을 혼합해 이상적인 균형을 얻은 것이 초록색이다.

여기에서 수평운동은 서로 소멸한다. 또한 원심운동과 구심운동도 소멸하며, 고요해진다. "


"눈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과 마침내 눈이 영혼에 미치는 영향은 동일한 결론에 이른다.

완전한 초록색은 존재하는 모든 색 중에 가장 평온한 색이다. 그것은 어느 쪽을 향해서도 운동하지 않으며 기쁨과 슬픔, 정열 등의 여운을 만들지 않으며, 그 무엇을 요구한다든가 어디로 불러내지도 않는다.  

 초록색은 지루한 효과(그러므로 수동적 작용)를 가져온다. 초록은, 자연이 일 년 중에 질풍노도의 계절인 봄을 견디어내고 자기 만족적인 평온 속에 침잠해 있는 여름의 지배적인 색이다. "

 

"빨간색은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 같이 한계가 없고 특정적인 따뜻한 색이다.

거의 외부로 향하지 않고 주로 자기 내부에서 분출하고 작열하는 빨강은 소위 남성적으로 성숙한 색이다.

빨강은 물질적 형태 속에서 대단히 풍부하고 다양하다. 가장 밝은 것에서 어두운 색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깔들을 상상할 수 있다. 빨강은 야외에서 초록의 보색으로서 각별히 ‘아름답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






 


"흰색은 물질적인 성질이나 실체로서 모든 색들이 사라진 세계의 상징과 같다.  "


"그렇기 때문에 흰색도 역시 커다란 침묵으로서 우리의 심성에 작용한다.

 흰색은 죽은 것이 아닌, 가능성으로 차 있는 침묵인 것이다. 이는 시작하기전의 무요, 태어나기의 무인 것이다. 지구는 빙하기의 백시대(白时代)에 아마 그런 식으로 음향을 냈을 것이다."

 

"그리고 가능성이 없는 무, 해가 진 후의 죽은 무, 미래와 희망이 없는 영원한 침묵과 같은 것이 바로 검은색의 내적인 울림인 것이다. 검은색은 외적으로는 가장 음향이 없는 색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은색 위에서는 어떠한 다른 색도, 말하자면 가장 약한 음향을 가진 색일지라도 좀더 강하고 명확한 음향으로 울리는 것이다. "

 

"회색은 음향과 운동이 없다.

회색은 절망적인 부동성이다. "

 





"갈색을 필수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형언할 수 없는 내적 아름다움, 즉 억제미가 나타난다. "

 

"주황은 자기 힘에 자신을 가진 사람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건강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

 

"보라색은 인간으로부터 멀어지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보라색은 일종의 병적이며, 불꽃이 꺼져 버린것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내부에 비극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

 

 

 

#예술작품과 예술가

 


"회화는 예술이며, 대체로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공허하게 사라질 사물들을 맹목적으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목적이 있는 힘이다."


"또한 예술은 인간의 영혼을 발전시키고 순화시키는 데에 (삼각형의 운동에) 기여해야 한다.

예술은 자기 고유의 형식으로써 사물에서 영혼에 이르는 말을 주고받는 언어요, 또한 영혼이 이런 형식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나날의 양식인 것이다."

 

"예술가는 무엇인가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릇 예술가의 임무라는 것은 형식을 지배하는 데에 있지 않고, 내용에 적합한 형식을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내적 영혼의 필연성이 생겨나는 것은 아름답다. 내적으로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다."


칸딘스키가 보기에 회화는 분명한 목적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일이다.

회화의 힘이라고 하는 것은 진보하는 정신을 발전시키고 또 순화시키는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예술가는 이러한 회화의 힘으로 무장한채 작품활동에 임해야 한다. 화가 본인의 개성과 시대정신을  작품에 잘 녹여내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고, 그것을 실행해나갈 한가지 중요하고 효율적인 구체적방법은  앞서 말했던 색채들의 정신적요소들을 연구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들이 잘 지켜진다함은 내적필연성에 따른 원칙들이 자연스럽게 발현됨을 뜻한다. 그 결과로  예술가의 예술 작품은 내적음향 즉 '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예술가들을 위한 희망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막연에 대한 애정은 지속적인 예술활동을 담보하지 않는다. 조금더 뭔가 구체적이고 확실한 신념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이유에서건 작가 본인의 사적인 이유에서건 많은 예술가들은 슬럼프를 겪는다. 그리고 본인들의 예술적 동기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그 결과로 많은 이들이 예술계를 떠나기도 한다. 필자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술만이 지닌 궁극적 가치에 대한 무지와 불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하는 예술작업에 확신이 없고, 스스로를 저평가하고 최종적으로 예술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이 악순환의 원인을 칸딘스키는 적확하게 짚어내고있다.  


예술만큼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위로해주는 것은 없다. 물질적 만족이나 사회적인 지위에서 오는 우월감 그 어떤 좋은 감정으로도 채워지지 못하는 정신적인 허전함을 바로 예술이 채워준다. 좋은 음악을 듣지 않으며 살수 없고, 문학 작품 없이 살 수 없다. 드라마, 영화, 영상매체를 떠난 무료한 삶을 생각할수 없다.  펜을 쥔 우리 손은 아주 잠깐의 순간일지라도 무언가를 적거나 그리거나 하기 마련이다. 통제불가능한 인간 표현의 욕구는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발휘되고 이는 곧 주관적정신의 객관화 과정이라고 할수 있겠다.


내용이 짧고 대부분 한번에 이해하기 힘든 많은 비유법이 사용되었지만, 칸딘스키는 예술의 핵심을 정말 잘 묘사내었다. 그가 예술가로써 예술가들을 위해 확실하고 직접적인 조언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색채에 대한 연구와 그 중요성을 강조함은 이후의 많은 화가들과 미술사학자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가로줄> 칸딘스키 1923년 작
<스카이블루> 칸딘스키 1940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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