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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우 Jul 31. 2018

점·선·면-칸딘스키

철수의그림이야기





다섯개의 키워드


#점 #선 #면

#콤포지션 #내적긴장



『예술에서의정신적인 것에 대하여』가 이론적인 사고와 관련해서 씌어진 것이라면, 『점·선·면』 은 주로 칸딘스키가 1922년부터 바우하우스에서 부여받은 과제에 근거하여 쓴 것이다. 하지만 두 권의 책은 서로 깊은 관련이 있다. 『점·선·면』의 대부분의 내용은 전작에서 언급했던 주요내용을 근간으로 하고 있고, 글을 쓴 목적과 결과물 또한 전작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다만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해설과 연구를 한권으로 집대성 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작은 칸딘스키 예술론 1 이 책은 칸딘스키 예술론 2라고 불리어도 무방하다.

 

그가 생각하기에 구체예술은, 그 범위에서는 눈에 띌 만큼 크게 신장했지만 그 깊이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그는 예술분야에 있어서 회화의 기초 혹은 본질적인 요소에 관한 연구는 상당히 미흡했다고 여겼다. 음악은 상대적으로 이론적 연구가 상당히 진행되어있고, 또한 수단 그 자체가 자립적으로 예술적 생명감을 지니고 있는 반면에, 회화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음악은 자신의 수단을, 자연현상의 표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예술가의 영혼의 삶을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음악적인 소리의 자립적인 생명을 창조하기 위해 사용한다. 음악가가 닭 울음소리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해돋이에 대한 자신의 느김을 재생할 수 있듯이, 화가도 자신이 느낀 아침에 대한 인상을 표현하기 위해 순수 회화적인 수단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음악이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있듯이, 회화 역시 자연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며, 리듬·반복·음색·가락과 같은 음악의 요소들이 구상화의 매개체로 사용되는 것처럼, 회화도 음악과 유사한 예술이 되어야 한다.


 

칸딘스키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연구는 지나칠 정도로 세밀히, 꼼꼼하고 정확히 이루어져야 한다. 개개 조형요소의 본질, 고유성, 그 작용으로 인해 나타나는 아무리 조그마한 변화라 할지라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현미경적인 분석과도 같은 이러한 연구방법을 통해서만 예술학은 마침내 예술의 한계를 훨씬 넘어서 ‘인간적’인 것과 ‘신神적인’것이 ‘통합’되는 영역으로 뻗어나가, 포괄적인 종합에 이르게 될 것이다." 칸딘스키는 연구를 점·선·면 3가지 회화요소로 세분화 하여 진행한다.



그의 이론을 이해하기에 앞서 이해해야할 것들중 하나는 ‘긴장’과 ‘콤포지션’이다.

우선 그가 말하는 ‘긴장’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알아보자.

 

“외적으로 볼 때 기호적인 형태나 회화적인 형태 하나하나가 모두 요소이다. 그러나 내적으로 볼 때는 이러한 형태 자체가 아니라, 이 속에 살아 있는 내적 긴장이 요소이다. 그리고 실제에 있어선, 회화적인 작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은 외적 형태들이 아니라, 이들 형태 속에 살아 있는 힘들, 즉 긴장들이다.”

 -(하인리히 야코비, 『‘음악적인 것’과 ‘비음악적인 것’의 피안에서』’소재’와 음향 에너지간의 차이

 

여기서 말하는 ‘긴장’은 화면을 구성하는 외적인 요소들이 아니라 그 형태들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가치 혹은 정신적인 것들간의 관계, 그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힘의 균형 혹은 대립을 뜻한다.

 

그리고 ‘콤포지션’은 긴장된 채 모든 조형요소 속에 포함되어 있는 생기발랄한 힘을 정확하게 법칙에 따라 조직화하는 것일 뿐이다. 콤포지션은 1. 개개의 요소들과, 2.구성을 구체적이며 회화적인 목표 아래 내적이고 합목적적으로 종속시켜 정리하는 것이다. 한 작품의 내용은 콤포지션에서, 다시 말해 이 경우 필수적인 긴장들이 내적으로 조직되는 총체 속에서 표현되고 있다.

 

 

 

<Composition_8> 140cmx201cm .1923.Musée_Guggenheim_New_York

 

 

#점 

 

 

"어쨌든 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점에 대한 관념으로부터 나왔다.

이 세계에서 ‘점’은 예속성으로부터, 즉 실제적이고 합목적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 자립적인 본질로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며, 이 세계에서 그 예속성은 내적이고 합목적적인 예속성으로 변하게 된다. 이것이 회화의 세계이다."

 

"점은, 그림을 그리는 도구가 화면이라는 물질, 즉 기초평면과 일단 부딪침으로써 생겨나는 결과이다."

 

"점의 크기와 형태는 변한다. 이에 따라 추상적인 점의 상대적인 울림도 역시 변하게 된다. "

 

"점은 사실적인 형태로 나타날 때 무한히 다양한 형상을 취할 수 있다.

이때 어떠한 경계도 확인할 수 없으며, 점의 세계는 제한적이지 않다."

 

"점은 보다 짧은 또는 보다 긴 침묵이 융합되어 있는 개념으로 규정했다.

점은 내적으로 가장 간결한 형태이다."

 

"점의 긴장은 결국 언제나 중심집중적이다."

 

"점은 하나의 조그만 세계다. - 이것은 어느 정도 사방으로부터 동일하게 떨어져 있으며, 주변으로부터 거의 빠져 나와 있다."

 

 


 

"점이 찍힌 기초평면의 중심으로부터 점이 밀려나는 순간 - 비중심적인 구성-에 이중울림이 들리게 된다.

1. 점의 절대적인 울림. 2. 기초평면 위에 찍힌 점 주변의 울림

점은 시간적으로 가장 간결한 형태이다."

 

 

"기하학적인 무한대 속에서 그 나름대로 규칙적인 여러 가지 상이한 모습으로 부유하고 있는 기하학적인 점들의 복합체이다."

 

 

(도구와 점의 성립)

 

"동판화법= 드라이포인트,

동판화에 사용되는 바늘은 동판위에 하고 싶은 대로 그때그때 곧바로 할 수 있는 성급한 분위기와 손쉽게 조화를 이루고, 또한 정확성이라는 예리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바늘은 아주 정확하게 최고도로 단호하게 움직이면서 판재(板材)속으로 탐욕스럽게 파고든다. "

 

"바늘은 뾰족한 금속이다-차가움

판재는 매끄러운 동판이다- 따뜻함."

 

 

목판화 - 도구-대패-금속-차가움

판-나무-따뜻함

"여기서 ‘점’이라고 하는 것은 기구가 점을 터치하지 않는 상태에서 생겨난다. "

 

석판화

"판재- 돌, 어떻다고 규정할 수 없는 누런 빛이 나는 색조- 따뜻함

도구- 펜, 크레용, 붓, 여러 가지 서로 다른 크기의 접촉면을 지닌 어느 정도 뾰족한 대상들, 그리고 가느다란 빗방울.(분무기에 의한 정착화법) 최대의 다양성과 최대의 유연성."

 

 

"마지막으로 관찰해야 할 것은 ‘질감’이라는 특수한 문제이다.

1. 제작도구를 고려해 볼 때, 받아들이고 있는 화면의 유형(이 경우 판재의 유형)과 관련된 점의 성격

2. 점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수용 화면(이 경우 종이)과 결합하는 여러가지 유형에 따른 점의 성격.

3. 최종적으로 확정된 화면 자체의 성질(이 경우 매끄러운, 오톨도톨한, 줄무늬가 들어 있는, 거친 종이의 성질)에 달려 있는 점의 성격."

 

"질감은 그 자체만으로 중요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되고, 이것은 다른 모든 조형요소(수간)와 마찬가지로 콤포지션의 구상(목적)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

 

 


"만일 밖으로부터 가해지는 하나의 힘이 어떤 한 방향으로 ‘점’을 움직이게 하면 선의 제일차적인 유형이 생겨나게 된다. 이것이 직선이다. 즉 이것은 그 긴장 상태에서 무한한 움직임의 가능성을 지닌 가장 간결한 형태이다. 선은 긴장뿐 아니라 방향에도 반드시 참여하고 있다."

 

"직선의 가장 단순한 형태는 1)수평선이다. 이것은 차고 무한한 움직임의 가능성 중에서 가장 간결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2)수직선이다. 수직선은 무한하고 따뜻한 움직임의 가능성 중에서 가장 간결한 형태이다. "

 

"직선의 세번째 유형은 3)대각선이다. 대각선은 차가움과 따뜻함의 균등한 일체감을 결정한다.  따라서 대각선은 차고 따뜻하며 무한한 움직임의 가능성 중에서 가장 간결한 형태이다."

 

 

"그 외에도 선은 4)‘각진 선’ 또는 ‘모난 선’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 선에서 발생하는 각도가 뾰족하면 뾰족할수록 그것은 더욱 자극적이고 따뜻한 것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반대로 적색 직각 쪽으로 향한 따뜻함은 점차로 감소되어, 차츰 차가움 쪽으로 향해 드디어 둔각(150도)이 생겨날 때까지 기울어진다."

 

 

"그 다음은 5)곡선 이다.

직선과 곡선은 근본적으로 가장 대립되는 한 쌍의 선이다.

단순한 곡선과 복잡한 곡선으로 나뉜다."

 





1. 능동적인 압력과 수동적인 압력의 콤비네이션.

2. 여러 방향의 울림이 함께 작용하는 효과.

이 두 가지의 울림 요소에

3. 선 자체 내에서의 악센트가 부가될 수 있다.

 

 


 

 

"길이는 이마 하나의 시간개념이다. 손가락으로 직선을 더듬어 따라가는 것과, 한 곡선을 따라가는 것은, 비록 그 길이들이 동일하다 할지라도 시간적으로 서로 상이하며, 곡선이 동적이면 동적일수록 더욱더 이것은 점점 시간적으로 연장된다. "

 

 

"점-정지. 선-내적으로 움직이는 긴장, 운동에서 생겨남. 이 양쪽의 요소들- 말로는 이룰 수 없는 하나의 고유한 ‘언어’를 형성하고 있는 교차와 합성, 이러한 언어의 내적 울림을 증발시키고 흐르게 하는 ‘부가적인 것’을 배제하는 작업은 회화적인 표현에 최고도의 간결성과 최고도의 정밀성을 부여하고 있다."

 

 

 

#기초평면



 

"도식적인 기초평면은 두 개의 수평선과 두 개의 수직선에 의해서 한계지어지고, 이렇게 구획됨으로써 그 주변 영역에서 자립적인 본질로 표현되고 있다. "

"두 개의 수평선은 위쪽과 아래쪽에 위치하며, 두 개의 수직선은 오른쪽과 왼쪽에 위치한다. 네 개의 변은 따뜻한 안정감과 차가운 안정감의 한계를 넘어서 그 자신의 고유한 울림을 전개시킨다."

 

그 중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해보자면,

먼저 ‘하강’이 있다.

1하강-’극적 느낌의 효과’

2. 하강- ‘균형’

 

왼쪽과 오른쪽은 각기 다른 효과를 발휘한다.

 

"기초평면의 ‘왼쪽’은 한층 더 얽매이지 않은 유연성·경쾌감·해방감, 나아가서는 자유의 느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왼쪽’을 향한다는 것- 밖으로 나감(자유지향)-은 먼 곳을 향한 움직임이다."

 

"이에 반해 ‘오른쪽’은 어느 정도 ‘아래’의 연속, 즉 동일한 완화를 지닌 연속인 셈이다.

‘오른쪽’을 향한다는 것- 안으로 들어 감(속박 지향)-은 집으로 향하는 움직임이다."

 

"아무튼 반복해 두고 싶은 점은, 기초평면의 어떤 부분이든지 각기 개성적으로 고유의 목소리와 내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작품은 내적으로 생명이 있어야 하고, 작품의 울림을 생산해내기 위해서 모든 구성요소와 그 형태가 필수적일 때, 그리고 이 작품이 내적으로 울려 퍼져야 할 때이다. 작품의 가치는 표현형식의 다양성, 즉 내용의 풍부함, 표현의 힘, 그리고 정확성에 있다.” 칸딘스키는 회화의 섬세하고 예민한 내적가치, 긴장들을 파악하기 위해 치밀하고 세세한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에서 강조했던, 색채의 정신적인 면, 따뜻함 차가움, 내적필연성의 원칙등의 개념들을 기초위에 점,선,면등의 회화의 기본요소들에 대한 정보를 더했다. 필자는 회화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는 거대한 또는 무모한 그의 도전에 의심을 했지만, 탁월한 비유와 구체적 예시를 하나 하나 확인해 나가며 그의 이론에 어느정도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더불어 회화요소의 설명이외에도 책 이곳저곳에 가끔씩 등장하는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과 신념은 필자에게 더 없는 위로와 응원이 되었다. 이 글의 마지막은 칸딘스키가 생각하는 예술의 가치에 대한 생각이다.

 

 

 

“예술은 부질없이 사라져 가는 사물을 아무런 목적 없이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힘이며, 인간의 영혼을 발전시키고 심화시킨다. 곧 인간성을 정신화하고 정신적인 분위기를 창조하는 데 기여하는 힘이다.”

 


<Arch-and-Point>  42cm x 46.5cm. 1923. The Solomon Guggenheim Museum, NY

 






이미지출처- google image

참고문헌 - 『점·선·면』칸딘스키 , 열화당,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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