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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우 Sep 15. 2018

민화(民畵)이야기

철수의그림이야기





민화(民畵)이야기



여섯개의 키워드

     

#민중예술 #민화의 기원 #본능적

#불합리 #현대적 #무명(無名)의 화가



#민중예술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적지 않은 한국의 미술사적 지식을 쌓아오며 살아왔다. 전공생을 배제하고서라도 대중들 또한 많은 한국의 예술품과 유명한 화가들을 인식하고 그의 작품들을 보면 쉽게 알아채기도 한다. 이름있는 그림, 제작자와 제작 시기가 분명한 작품들은 미술사를 공부하는 우리들에게 너무나 당연시 여겨지는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 외에도 이름없는 무명의 화가들과 장인들이 쌓아온 예술의 업적과 역사가 있다. 바로 ‘민화民畵’가 그중 하나이다. 민화는 중국의 예술적 영향 아래 시작되어 우리 민족 본연의 예술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정통회화와는 또 다른 우리 미술사의 중요한 갈래이다. 정통회화가 왕과 귀족, 사대부들의 비교적 좁은 범계층의 향유예술이었다고 한다면, 민화는 일반백성들이 모두 쉽게 접할 수 있는 보통사람들의 예술이었다. 양식적으로나 주제면에서도 정통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고, 중국의 영향을 벗어난 한국 본연의 뿌리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할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민화가 지니고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점들에 대해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민화의기원



민화의 시작을 조선후기 17세기에서~19세기 사이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이 시기에 많은 민화작품들이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민화의 고유 회화적 특징이 이 시기에 구체화되어 드러나기 시작한것은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민화의 근본적인 태동은 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음이 분명하다. 민화란무엇인가?』의저자 임두빈선생은 민화의 시작을 고구려 사신도라고 본다. 사신도의 주제는 일단 당시 주류였던 인물화 혹은 장식화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원시적이면서도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는 생소한 것이었다. 이 특이성에 주목함과 동시에, 한(韓)민족 무의식에 자리한 정신적 근원을 여기서 찾고자했다. 임두빈선생은 “사신도의 네 마리 동물의 형상이 오랜 세월 동안 내려오면서 사람들에 의해 되풀이되어 그려지고 정형화되어 조선시대의 민화를 낳게 한 것으로 생각된다. 민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용, 호랑이, 거북이, 봉황등의 그림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대부분 그 뿌리를 고분벽화에 두고 있다. 고분벽화는 그림의 도상학적 의미와 기법에 달통한 전문엘리트 화가의 작품이다. 민화는 결코 일부 극찬론자들이 말하듯이 자생自生한 것이 아니라, 엘리트층의 고급 회화를 오랜 세월 동안 되풀이 모방하는 데에서 서서히 형성된 것이라고 하는 사실이다.”라고 저서 『민화란 무엇인가?』에서 민화의 기원에 대해 설명했다. 민화의 사실적이면서도 비사실적인 모순된 회화적특성은 오랜기간동안 민간의 화가들이 정통회화를 모방하는 끊임없는 과정을 통해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결국 실현이 된 셈이다. 그들은 단순한 모방에 머무르지않고 창작에도 열을 기울였다. 그림 속 대상들이 갖춘 구체적인 모습과 때론 사실적인 장면들은 앞서 말한 정통회화의 사실적인 점을 취한 것 이고, 원근법무시, 비례파괴, 강렬한 원색채의 나열등은 민화 작가들 스스로 연구하고 실험하여 얻어낸 고유의 회화적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본능적인 그림



민화는 상당히 본능적인 그림이다. 민화의 주요주제들은 주로 장수长寿, 부귀富贵, 다남多男, 성애性爱 등으로 인간의 본연적인 욕망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들은 확실한 모티프와 도상들로 화면에 명료하게 묘사되어진다. 솔직한 인간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속시원히 드러내는 민화는 상당히 노골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와 표현방식들이 은유와 비유가 가득한 정통회화의 상징적인 그림보다 백성들의 입맛과 더 맞아 떨어졌고, 인기를 얻었으며,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 틀림없다. 구체적인 주제범위가 정해져있다보니, 그림을 사는 목적도 뚜렷했고, 그림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심오한 미적감각을 요하지 않았다. 민중들이 쉽게 접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그림인 것이다.

     

  







#불합리한 그림


   

‘민예(民藝)’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고 조선의 민속예술과 공예품에 깊은 관심을 품었던 일본의 미술비평가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의 민화를 이렇게 평했다.

     

“나의 직관은 이 그림(조선민화)이 대단히 매혹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무언가 신비로운 아름다움까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혜를 짜서 다시 바라보니 이 그림만큼 모든 지혜를 무력하게 만드는 그림은 좀처럼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 사실은 이 그림이 근대적인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모든 불합리성에서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

     

무네요시가 민화를 불합리하다고 평한 이유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민화를 양식적으로 분석해본다면 기존의 정통회화와는 다른 여러 가지 특징들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한 그림에 한가지 시점이 일반적인데 민화에서는 여러 시점이 한 번에 나타난다. 또한 그림속의 대상들은 각자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 공간감을 설정하기 마련인데, 민화에서는 원근법이 무시된다. 또한 과거, 현재, 미래가 한 그림에 동시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사물간의 상호 비례관계가 무시되고, 각 사물의 개별적 색채 효과가 극대화 되어 표현된다. 색채의 강도를 강,중,약으로 나누어진다면 민화의 그림속에서 개별 대상은 모두 강·강·강으로 묘사되어진다는 뜻이다. 원근감과 비례관계가 무시되다 보니 개별 사물은 평면적으로 묘사되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특징은 사물들이 대부분 대칭형,나열형 구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현대적인 그림


 

전통적인 회화기법이나 구도로만 따져보자면 ‘민화’는 기준을 많이 벗어났다고 할 수 있겠다.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그림인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모더니즘과 후기모더니즘에 이르러 지금의 시점에서 재평가해보자면 역설적이게도 200년전 그림 민화는 상당히 현대적이다. 불합리하게 여겨졌던 회화적 요소들은 현대회화에서 너무나 보편적인 시도들이다. 원근법 무시, 다시점, 병렬, 대치, 나열등 모든 기법, 참신한 구도와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이미 모든 실험을 거쳐 시각화해낸 현대회화에선 민화의 일탈이 가볍게 여겨질 정도이다. 더불어 민화의 강렬한 원시적 색채는 한국의 전통적이면서도 민족적인 색채를 탐색하는 현대작가들에게 중요한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무명(無名)의 화가


     

민화는 그림을 그린 이가 누군지 알 수 없다. 혹여 그림에 낙관이 있다고 할 지라도 그 이름이 누구인지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무명(無名)’을 전제로 하는 민화는 어떤 특정한 작가의 개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민화는 비개인적이고 집단적인 가치감정을 상징화한 예술양식이다. 같은 주제를 다룬다고 할지라도 정통회화는 이름있는 작가의 개성과 사상이 그림속에 뚜렷하게 반영되는 주관적 작품인데 반해, 무명의 생활화가들이 그린 민화는 집단이 공감할 수 있는 공통된 감정을 다루고 형식화해낸 객관화를 통해 제작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민화의 민중의 집단적인 무의식을 건드리고 그들안에 녹아드는 예술적가치는 오랫동안 동양미학의 골자로 여겨져왔던 장자의 물화사상을 상당히 닮아있다고 할 수 있겠다.




     









*참고문헌


     

허영환『동양미의탐구』학고재1999

다카사키소지 『야나기무네요시평전-미학적아나키스트』효형출판2005

임두빈『민화란무엇인가?』서문당1997

  



*이미지 출처


월간민화

사단법인 민화연구소

https://jewelrytimetravel.blogspot.com/2018/01/s-2017-7.html

http://songam.incheon.go.kr/board/1618/1910145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132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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