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의그림이야기
이 글을 쓰게된 이유는 중국에서 유학하는 필자가 느낀 모종의 문화적차별에 대한 반발에서였다. 중국에서 중국근현대미술을 공부하는 필자는 중국인들의 문화적 우월감과 자부심을 곳곳에서 쉽게 느낄수 있었던 반면에, k pop, k drama, 화장품, 한식을 주로 하는 한류문화 외에 한국의 전통적 문화 혹은 예술의 입지가 상당히 좁다는것을 실감했다. 실례로 학교 필수 외국어에는 일본어와 영어가 있는 반면 한국어 수업과정은 있지도 않았다. 일본과의 예술교류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실제로 서점에서도 일본문학코너가 별도로 있지만, 한국문학코너는 찾아볼 수 없었다.한국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들으면서 한국화장품을 쓰지만, 우리의 전통적 예술과 문화는 무시하거나 그것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래서 적지않게 한국예술의 전통성과 뿌리에대해 여러차례 중국친구들 혹은 교수님들에게 설명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필자조차도 한국미의식을 뚜렷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이것에 대해 더 공부해야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한국만의 아름다움은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인들끼리 느끼는 모종의 공통된 미의식은 한국미美로 표출되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구체화 되었으며, 또 이를 국제적인 언어로써 개념화하여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미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조선왕조가 무너지고 열강들의 침탈이 본격적으로 시작된이래 조선은 너무나 급작스런 변화를 맞이했고, 일본의 노골적인 문화적 침탈과 역사왜곡아래 확실한 미의식을 성립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와중에도 한국미 정립을 위한 많은 국내외의 학자들이 있었고, 그들의 시도와 노력은 후대의 학자들에게 적지않게 큰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학자들을 언급하자면 국내학자들로는 고유섭, 김용준, 윤희순, 최순우, 김원용이 있고, 서양학자들은 안드레 에카르트,
디트리히 젝켈,에블린 맥퀸 등이 있다. 그리고 일본인 중에서도 특별히 한국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랑했던 대표적인 인물로는 야나기 무네요시, 세키노 타다시 등을 들 수 있겠다.
한국의 학자들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더 애틋하게 예술품들을 바라보고 분석을 했다. 고유섭 선생은 한국미에대해 “적요한 유모어, 구수한 큰 맛”, “무기교의 기교”나 “무계획의 계획”, “비정제성”이나 “비균제성”을 주장했고, 김용준 선생은 “담백하고 청아한 멋, 소규모의 깨끗한 맛”, 윤희순 선생은 “힘의 약동에서 청초미清楚美로의 여정”을, 최순우 선생은 “무심스럽고 어리숭한 둥근 맛, 풍아의 멋” 을, 김원용 선생은 ‘자연의 미’ ‘자연주의’를 , 조요한 선생은 ‘비균제성’과 ‘자연순응성’, ‘한’과 ‘해학’을 언급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주관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말처럼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벗어나 지나친 칭찬과 화려한 수사여구의 나열이라고 생각이드는 주장도 있었다.
서양학자들은 비교적 다양하고 참신한 관점으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조명했다. 에카르트는 조선최초의 미술사서적을 저술했고, “유연함에 숨겨진 고전적 조화, 단순미와 소박한 아름다움”을 한국의 아름다움으로 내세웠다. 에블린 맥퀸은 “내핍에서 발원한 선과 형태의 미”을 주장하면서 한국미 창조의 근원을 안빈낙도로 보았다. 디트리히 젝켈은 한국미를 파악하기 위한 분석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의 견해는 한국문화의 심연에 다다르지 못하고 양식적 분석이나 대략의 얕은 겉핧기 식의 평가에 머물렀다는 평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문제시되는 일본학자들의 견해가 있다. 세키노 타다시는 전형적인 일본의 관용학자로써 초기에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문화지배정책에 입각하여 미술품을 분석하고 왜곡하는데 앞장섰지만, 후에는 한국의 미를 발견하고 옹호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한국예술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했으며 ‘민예론’을 주장함으로써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친 학자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글과 합리적인 개념을 주장한다고 해도, 역사적인 이유로 일본인 학자들의 견해를 무조건 차용하기란 무리가 있었다.
전세기 많은 학자들의 한국미 탐색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동안 한국의 아름다움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소홀했으며, 연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지엽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인정해야하는 것 같다. 물론 이 방면에 있어서 필자가 아는바가 많지 않다는 것이 이유일수 있겠으나, 그말은 곧 한국미에 대한 개념이나 그것의 연구성과에 대해서 많은 이들 또한 잘 모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것이다. 『한국의美를다시읽는다』는 한국미의 탐색과 그것의 정립을 위한 뜻깊은 시도였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통해 한국미에 대한 연구가 더 심도있게 진행되고 그 결과물이 확립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한국미는 한 시대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선사시대부터 이어져오는 한민족의 공통미의식을 아우르는 개념이어야 한다. 미술이라는 협소한 분야를 뛰어넘어 음악,문학,극, 인류학을 포괄하는 큰 범위에서 이루어져야한다. 굳이 한가지 개념어로 정의하려 애를 쓰느라 핵심을 놓칠 필요는 없다. 최종적으로 글로벌차원에서 언어로 이를 정리해내고 그것을 대외적으로 설득하기위해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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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필 외 지음,『한국의美를다시읽는다』,돌베개,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