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미술관생존기>두번째이야기
한국인에게 영어공부 스트레스는 다이어트 만큼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직종을 막론한 대부분의 직장에서 기본적으로 영어성적표를 요구하고, 영어를 쓸 일이 전혀없는 이들도 영어를 잘하고자 하는 열망은 대단하다. 그렇다면 미술관에서의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실력은 어떻게 평가되며 실제 업무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이 번 장에서는 미술관 학예업무에서 실제로 영어는 어떻게 사용되며 어느 정도의 실력을 요하는지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한다.
사실 큐레이터(학예사)는 기본 석사이상의 학력을 갖추어야 공기관 및 사립미술관에서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러하다. 그렇다보니 석사기본 요구사항인 영어성적을 가지곤 있지만 실무에서 Toeic 점수가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르겠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영어 혹은 외국어를 써야하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그렇다면 도대체 미술관에선 어떤 영어 혹은 외국어 능력이 필요한 것일까?
학예업무의 필수과정인 전시 리플렛 및 도록제작 과정에서 외국어능력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보통 국문으로 쓴 전시서문 혹은 필진들의 글은 영어번역을 외부인에게 맡기기 마련이다. 본인의 영어능력이 탁월하여 스스로 번역을 할 수준이 된다면 물론 그럴필요가 없겠지만 대부분은 외부번역가에게 수주를 맡긴다. 번역이 완료된 영문은 여러차례 막내에서부터 팀장학예사까지 검수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때 국문의 내용이 올바르게 번역되었는지의 여부와 더불어 문법상의 문제가 없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주요 작업이다. 이때에 중요한건 문법상의 동어반복, 단수복수, 주어와 동사가 바르게 쓰였는지 등의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문제들을 짚어내면 된다.
앞서 말한 외국어 원고 교정 검수 능력은 큐레이터 업무중 가장 기본적인 일이자 필수적인 일이라고 한다면, 국제전 기획업무는 조금 다르다. 일단 업무 자체가 외국작가 및 관계자들과 진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영어 및 외국어를 사용하는 빈도와 수준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보통 학예사외에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하는 외부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국작가와의 이메일 컨택, 스카이프 미팅(화상미팅), 계약진행등 해야할 일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를 상중하로 보자면 상에 해당하는 이라면 국제전 업무를 맡게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요즘 추세로 보아 영어권 국가를 제외하고도 유럽, 중국(대만포함) 국제교류전이 상당히 빈번하다. 그래서 영어를 제외한 중국어 및 제2외국어에 대한 요구치도 상당히 높아졌다. 영어는 기본정도 실력이지만 제2외국어 실력이 출중하다면 또한 상당히 쓸모가 있다. 작가 리서치를 비롯한 자료정리에 있어 하나의 필드를 더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 해당 국가와의 교류전이 진행될 경우에는 담당학예업무를 맡게 될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
외국어능력은 자신만의 무기다. 물론 잘한다는 가정하에서다. 그래서 기왕 영어공부 혹은 외국어 공부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거라면, 한 번 정점을 찍을 정도로 열심히 하기를 권한다. 애매모호한 영어실력이나 외국어실력은 크게 내세울 장점이 되지 못하고 실제 업무를 하다보면 본인이 큰 장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미 해외유학을 다녀온 유학파들도 넘쳐나고 고학력자들이 대다수인 미술계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국내파 중에서도 출중한 영어실력을 갖춘자들도 분명히 있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질투도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론 국내파들도 충분히 자신만의 노력여하에 따라 두각을 나타낼 수 있구나라는 가능성을 목도하기도 했다. 필자를 비롯한 현직의 많은 분들이 여전히 끊임없이 외국어공부를 하며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나, 살려면 공부해야지. 나아가야만 도태되지 않는다. 외국어공부에는 마스터라는 단어는 없다, 다만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