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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Sep 14. 2024

어디쯤 서 있는 걸까?

마녀 아줌마의 세상 

인생은 하나의 여정이라고 표현하던데, 그렇다면 출발점과 종착점이 있다는 의미인 반면, 일반적인 여행과 다른 게 있다면 계획을 짜거나 혹은 계획한다고 해도 완전히 컨트롤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나마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피상적으로나마 다른 이들과 비슷한 길을 걸어갈 수 있으나, 그 지점을 통과하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 언제 어디서 끝날 지 아무도 모르고 내가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조차 알 길이 없다. 


불과 이삼 년 전, 앞에 펼쳐진 망망대해를 건너갈 계획을 세우긴 했다. 운동으로 체력관리하고 그림 그리고 여행 다니고, 책 읽고 영화 보고, 취미생활로 뜨개질을 배우거나 미싱을 배우고 기타 등등. 국내 여행만 가더라도 최소 오 년은 지나갈 거라는 추측도 했고, 나이가 더 들어 이사 혹은 여행의 기회가 줄어들면 작고 소박한 집에서 조그만 화분에 물을 주며 꼬물꼬물 살아갈 게 분명해 보였다. 


그저 평온하고 미니멀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커다란 윤곽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삶은 조그만 사건들의 연속으로 이어지므로,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자잘 자잘한 결정과 감정들이 뒤섞여 맑았다가 흐렸다가 비가 왕창 오거나 천둥 번개가 치면서 지금 내가 대체 뭔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이 방향이 맞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고, 혼란의 빈도가 점점 잦아지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중간점검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2년 동안 했던 짓거리 목록

은퇴 선언

한국어 강사 자격증 하나 따볼까 싶어서 내일배움카드로 수업은 모두 수료했지만 아직 시험은 보지 않았는데, 아마 안 할 듯. 아, 이제 공부가 싫어!

책 읽고 둘레길 걷고 혼자 여행 떠났고, 여행사의 당일치기 국내여행에 열나 따라다녔다. 발칸반도 4개국 여행 다녀옴

돌아다니면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포스팅함

아이패드 드로잉을 꼬물꼬물 혼자 익혀 봄

네이버 블로그 외에 브런치에도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엉망이고 인기도 없지만 생각 정리에 도움 됨

동영상 편집 배움

스페인어 동영상 강의를 한번 정주행 하면서 어렴풋한 개념 파악. 스페인어로 회화까지 하는 건 무리인 게 분명하고, 그냥 여행지에서 간단한 문장해독 할 정도로 만족할 예정

앞으로 해야 하거나 할 의도가 있는 짓거리의 목록

두 번째 해외여행 - 사실 내 주제(?)에 일 년에 두 번이나 가는 게 무리인데, 패키지여행이 생각보다 힘들어서 더 나이 들면 가기 힘들 것 같아 그냥 감행하기로. 

가장 중요한 건 이사 - 아, 정말 골치다. 가긴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대중교통과 헬스장, 채광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곳이 대체 어디란 말인고? 

지금까지 썼던 브런치글을 정리해서 브런치 북 발행하기.

그림 그리기 - 작업 공간을 확보하는 대로 시작하고 혼자서 힘들면 몇 달이라도 화실에 나가기로. 

글쓰기 배우기 -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데 주민센터 혹은 구청에서 진행하는 강의라도 한번 들어볼 의향이 많음

일본어 독학 - 삽 십 년쯤 전에 딱 석 달 배운 적이 있는데 그때 상당히 열심히 한 덕에 대충의 개념은 알고 있는 상태. 일본 여행은 혼자 갈 생각이므로 회화까지 하고 싶어서 일단 유튜브 강좌 찾기로.

뜨개질 배우기 - 미싱은 포기했으나 뜨개질은 배우고 싶어!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시도했던 건 맞으나 지금까지의 결과가 아주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느슨하게 살고 싶어서 계획이나 하루 일과를 정하지 않았는데 반드시 해야 할 의무적인 일상이 사라진 만큼 뭔가 정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새벽운동(오전 5시 반~7시 반)

아침시간(8시부터 12시까지)과 저녁시간(5시 이후): 작업공간이 마련되는 대로 그림 그리기

오후 1시~4시: 가장 멍청하게 흘려버리는 시간 - 강좌를 듣거나 카페 혹은 도서관에서 브런치 글 정리하거나 드로잉을 하거나. 

트래킹이나 당일치기 여행은 주로 주말에 하기로. 특히 혼자 산에 갈 때는 무조건 주말에 가라고 하더라. 주중에 가면 조용한 건 좋은데 위급한 상황이 되면 위험할 거 같음.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의 키워드는 '이사'이다. 공간을 옮긴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도, 터전을 옮기는 건 또 다른 혼란과 귀찮음을 불러들일 게 분명 하나, 이제 조금 더 포근하고 밝은 서식지가 필요한 나이가 되었다. 마음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다. 느긋하게 살려고 하면 게을러지고,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들면 왠지 급해지므로 그 중간 어딘가 무게중심이 딱 맞는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도 헤매는 중이고 왠지 모르게 길 잃은 느낌이어서 눈 딱 감고 시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렇게 정리해도 다른 변수가 등장하고, 또다시 흐트러져서 다시 정리할 필요가 생길 터이지만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서 반성모드로 들어가고 새로운 방향을 잡게 되겠지. 다람쥐 쳇바퀴처럼, 바보처럼, 같은 실수를 계속하겠지. 그래도 기운 내자, 아자! 


해피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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