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아저씨의 이야기
올해로 마흔 살이다. 국제표준으로는 39살.
화장실 거울에는 불룩 나온 배와 숱 없고 가느다란 머리카락 밑으로 무표정한 얼굴이 기다린다.
육체도 영혼도 한 번에 바뀌지 않는다. 모든 것은 서서히 변해갔고 나만 그걸 몰랐던 거다. 혹은 외면했던 거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회사에 오면 '집에 돌아가면 글을 써야지. 책을 읽어야지. 운동을 해야지.'와 같은 목표를 세우고 다짐을 하지만 귀가 길 마지막 목적지는 편의점이다. 4캔에 만원으로 회사에서 세운 목표와 다짐은 내일의 것이 된다.
주말이 되면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주중에 이루지 못한 목표와 다짐을 실행에 옮겨야겠다 생각하지만 침대에 묶여버린 주말은 맥주 8캔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
이 세상 모두는 나와 같이 지리멸렬한 무한반복의 삶을 살고 있다고 위로해봤자 어떠한 마음의 위안도 찾아오지 않는다.
뭔가 크게 잘못된 건 없어 보이지만 2021년 1월 1일 0시 기준으로 나는 똥덩어리가 되어 가고 있다. 근데 이렇게 똥덩어리가 될 순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