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이기적이다.
아침 일찍 너의 잠을 깨웠을 때에 나는 내가 너의 잠보다 더 큰 안식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찰나의 오만이었다. 사실 내가 너의 안식이 되지 못하다는 걸 알았더라도, 네가 악몽을 꾸는 건 아닐까 합리화를 하고 너의 눈동자를 봐야만 했겠지. 저녁 메뉴로 네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만들어 줄 때에도, 내가 가로수길에 있는 수많은 파스타 전문점보다 더 멋진 저녁을 차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너는 분명 먹어본 것들 중 제일 맛있다고 했지만 아님을 안다. 그 대답을 해야 우리의 사랑이 견고해진다고, 그게 맞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나를 객관적이지 못하게 만든다. 사랑은 잠시 모든 이성이 내 편을 들게 만든다. 그러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이기적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사랑은 날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몇 번을 생각해도 사랑은 이기적이다.
멀어지는 우리의 관계에 접점을 만들려 노력을 하던 것도, 내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임을 한다고 연락이 늦는 너를 기다리겠다고 한 것도, 불쑥 찾아가 깜짝 이벤트라며 널 놀라게 하려 한 것도 이기적이었다. 너는 당황했고, 나는 당황하는 너를 보며 황당했다. 내 머릿속 회로에서는 너의 웃는 모습만 시뮬레이션을 돌렸는데 , 멍한 표정을 보니 그다음 행동양식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날 내가 행동을 멈추니 너는 날 가동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도 모르게 돌아와 곱씹어보니 왠지 억울했다.
사랑이라는 말은 잘 포장된 이기심이다. 내 사랑에는 너의 허락이 필요하지는 않았고, 내 행동은 웃는 너의 얼굴을 보기 위함일 뿐이었으니까. 이건 억울할 일이 아니다. 내 사랑의 정도는 너와 협의된 게 아니었다. 2달째에는 20프로만큼의 사랑을 하고, 17분 간격의 대화를 카톡으로 주고받자- 등의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 그만 이기적으로 굴어야지 네 입장을 생각해야지 해봐도 나는 사랑을 하고 있으니 자동적으로 이기적이여 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