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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거인 Oct 26. 2022

그녀들의 독서모임

. 판교"북"모닝을 소개합니다.

2018년 연말 미뤄두었던 독서모임 멤버들을 모집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오전 9시 30분에 만나서 대략 두 시간 동안의 독서모임이라고 제가 사는 지역의 맘 카페에 공지를 올리고 댓글이 달리기를 기다렸습니다.

토요일 주말 아침이라는 것에 마이스너,

한 달에 한 번이라는 것이 아쉬울까?

본인의 시간을 내서 모임에 와줄까?

반신반의하면서 글을 올리기 무섭게 제 생각과는 다르게 12명이 댓글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2019년 1월 첫 모임을 시작으로 현재 2022년 11월이면 꽉 채운 4년 독서모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판교"북"모닝을 소개합니다.


2019년 10명 정도가 모여서 자신의 소개를 하고,  제가 먼저 추천한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첫 모임의 인상은 모두 좋았습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는데요, 시간이 흘러 그 느낌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제 이야기부터 하자면 전 고전문학 또는 과학분야의 독서모임을 원했지만 분야에 한정적이면 아침 독서모임에 참여인원이 없을까 봐 그냥 - 책 읽기 -라고만 했습니다.

모으는 사람과 모이는 사람의 입장은 너무도 다르고, 정확한 기준이 없으면 역시 정체성의 모호가 생깁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직업분야에 맞춰 자기 계발이나 인문 쪽을 원하는 것이 보였고,

어떤 사람은 그림책, 또 다른 사람은 과학, 지식서를 를 원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던 차

본인 역시 그 말을 남기고 우리 독서모임에서 퇴장하셨습니다.


충원에 충원을 해서 2년 동안은 고정멤버로 굳혀졌는데요, 지금의 멤버들에게 진심으로 저는 고마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4년 동안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분야의 독서만 고집한다면 분야별 모임을 찾아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한 달에 한 번 하는 독서모임을 즐길 요령으로 참여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만이 아닌 타인도 좋아하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폭을 넓히는 것도 삶의 이해를 넓히는 한 방법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양보를 하면서 하나를 이해하는 것.

또한 들어주면서 들려주는 것.

이것이 작은 성장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2019년부터 2022년도 책을 보시면 여러 책들이 등장합니다.

저는 이 리스트를 적으면서 처음부터 제가 무엇을 실수했는지, 또 놓친 게 무엇인지,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회칙을 정확히 만들지 않은 점, 타인을 위한다는 많은 생각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우리는 성인이기에 자유의사를 늘 존중하고, 또 자유를 주었지만 스스로 통제하고, 스스로 이 모임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기를 바랐습니다.

그건 글쎄요, 어렵더군요.

왜냐고요?  우린 서로를 그러기에 너무 몰랐습니다. 그렇기에 같이 만들어 가는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비로소 안정된 길로 진입하여 결속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은 그 결속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금도 맘 카페에 제 충원 글을 보고 쪽지와 채팅으로 결원 시 연락 달라는 분들이 계십니다.

제 마음은 12명으로 해서 결석 시 그래도 최하 6명으로 토론을 하면 어떨까 했는데 멤버들은 소모임을 원하고 7명이 넘어가면 토론 시 이야기도 잘 안 들리는 거리가 되기에 우리의 모임은 현재 휴식기를 갖고 있는 멤버를 제외한 8명 + (휴식 멤버 1명)을 고정으로 하기로 지난달 모임에서 최종 합의를 했습니다.


판교"북"모닝의 회칙은 이렇습니다.


1) 9명 현재 인원을 고정멤버로 정한다. (모두 소모임을 원함)

2) 결원 시 멤버들과 상의 후 충원 글을 올린다.

  이때 충원인원은 댓글 순이 아니라 아침모임/주말 모임/적어도 1년에 3번 이상의 결석이 없을(?) 사람으로 뽑는다.

3) 발제자 순서를 정한다.

4) 책 선정은 발제자 우선이며, 발제자가 책 선정이 어려워 추천받을 경우 단체 톡방에서 추천 책 선정을 받아서 투표로 진행한다. 이때 기한은 이틀을 넘지 않고 정한다. (하루는 책 추천, 하루는 투표)

5) 발제자가 자신의 발제 달에 못할 시 최소 2주 전에 발제 뒷 순서 사람과 순서를 바꾼다.

6) 미참석하는 일이 생길 시에는 꼭 단톡방에 알려준다.

7) 단체 톡방 공지 담당은 00님 / 평점과 그 달의 모임 사진 및 책 사진 담당 00님

8) 책모임은 쉬는 달 없이 열두 달 모두 진행한다.

9) 날이 좋은 계절에 미참석자가 너무 많을 시 1일 청강생 모집을 할 수 있다.(청강생은 계속 논의 중)


로 정했습니다.


우리의 첫 모임 이름은 “모닝캄"이었습니다.

네, 물론 둘 다 제가 지은 것입니다.

제가 모 항공사 모닝캄 회원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아침의 고요란 뜻도 좋았고, 무엇보다 내가 모집한 독서모임에 참여하시는 당신을 편안하게 모시고 싶습니다~라는 작은 뜻도 있었습니다.

(항공사 벤치마킹입니다. ^^;)

그리고 저는 모임을 만들었지, 리더는 돌아가면서 하길 원했습니다.

어떤 책임감 또는 진짜 리더의 면모를 보여주시는 분이 있다면 그 카리스마를 느껴보고 싶었답니다.

그렇게 2019년, 2020년에는 두 분께서 지원을 해 주셨는데 아쉽게도 한 분은 탈퇴를, 한 분은 육아로 휴직과 함께 독서모임도 휴식기입니다.

그 두 분으로 말미암아 정리가 되었고, 무엇보다 책 리스트도 만들고, 심지어 모임의 로고까지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더는 멤버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제가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모임에서 저는 2023년 누군가 멋진 독서모임 운영 계획이 있다면 적극 수용할 테니 지원을 또 받을 생각이라고 말씀은 드렸습니다.

저는 2023년부터 제가 전부터 꿈꿔왔던 독서모임에 조금 더 욕심을 내보려는 속내가 있긴 합니다.

멤버들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평점과 사진을 제가 담당하니 만큼 편집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것으로 뭘 하고 싶은지는 여기에 쓰지는 않겠지만 멤버들에게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가 여러분들께 드리는 아니 우리에게 남기고 싶은 "선물"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진심은 그렇습니다.



가끔 멤버들에게 제가 받은 오해는 우리의 독서모임을 확장하고 싶은지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아니요! 저도 소모임을 지향합니다. 단지 기회라는 것을 주고 싶었습니다.

판교라는 지역에 이사를 와서 맘 카페에 가입을 하고 독서모임을 찾아서 쪽지를 주시는 분들께 뭔가 기회라는 것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또한 그렇게 찾아서 문의를 주신 분들은 열정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결석률 낮게 참석하실 것도 같기도 해서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냥 흘러가는 수다 말고 독서모임을 통해서 하는 말들은 묘하게 심리적인 안정과 위로를 전해 줍니다.

그래서 독서 모임이 요즘 더 확장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모 방송에서 촬영 의뢰까지 받았습니다.

네. 제 블로그를 통해서 모 방송국에서 촬영 의뢰를 주셨습니다.

예전에도 받았고 최근에도 받았습니다.  또한 전에는 반찬 모임으로 저희 집에서 촬영한 적도 있긴 하네요.

뉴스의 한 컷으로 들어갔지만 그 촬영을 위해 멤버들과 진심 긴장하고 즐거웠고, 후에 추억으로 남는 것을 보니 언젠가 또 촬영 의뢰가 들어오면 그땐 거절 없이 하고 싶네요.


제가 지금까지 참석을 하는 분들의 특징을 살짝 적어보자면


: 1타 강사를 하셨던 분께서 3남매를 낳고 키우느라 지금 쉬는 중인데, 줄곧 육아만 하시다가 독서모임에 처음 나온 순간 말씀하시던 그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아이들 이야기가 아닌 책 내용을 이야기하다 본인의 속마음을 털어놓으셨어요.


: 대기업에 다니고, 해외생활을 오래 하신 어느 멤버님은 첫 모임에 나와서 편도체 고장으로 감정을 표현 못하는 소설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자신의 어떤 아픈 부분을 살짝 이야기하다 눈물을 보였습니다.


: 편집을 하시는 분은 첫 모임 책이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데 그 책으로 인해 생각에 대한 생각을 했으며


: 마케팅과 광고 쪽 일을 하시는 멤버님은 처음 모임도 좋았지만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나와서 미안했으며ㅡ 그 후 좋은 책과 사람들로 인해 원래 실증을 잘 내서 모임에 오래 못 나오는데 자진해서 이날을 기다린다고, 남편도 의아했다고 하셨습니다.


: 인형같이 예쁘게 생기신 멤버분은 자신이 먼저 나오고 동네 친한 분을 모시고 왔는데 지금 하시는 일과 이과를 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잘해주세요.


: 오랜 휴직 기를 끝내고 지난달부터 다시 본캐 수의사의 일을 하시는 분은 일 년이 넘게 자신의 직업을 감추시다 발제 책과 하시는 일이 어쩌다 어울리게 선택을 하시게 됐습니다.


: 대학 졸업 후 오랜 해외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외무고시를 준비하고, 또 직장에 들어간 우리의 막내 격 멤버님은 언제나 신선한 책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또한 작년에 연말 와인파티 생각을 주셔서 즐겁게 연말을 마무리했습니다.


:지금 휴식 중에 계시는 제가 마음으로 참 아끼는 분.

역시 대기업에 디자인팀에 계시고, 로고를 만들어 주시고, 무엇보다 자신의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하면서 늘 밝은 모습에 마음은 열려있고, 유머와 우아를 동시에 겸비한 분.

또 저랑 단 둘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남은 유일한 처음 만난 사람입니다.

그 유일함이 제가 그분에 대한 애틋함으로 번지는 것 같아요.

그분께는 직접 티는 내지 않았지만 지난달 모임에서 제가 왜 그분을 그렇게 아끼는지 멤버들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마치 짝사랑하는 사람을 선배들에게 고백하듯이 말이죠.


지난달 오랜만에 고전문학 <이방인>을 한 후 모임의 방향에 대해 깊게 이야기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우리의 모임 멤버들은 지식수준이 높고, 인품이 좋아요.

시선이 봉사와 타인을 향하고 있고, 무엇보다 편안함을 줍니다.

발제 수준도 높습니다.

그저 책을 읽고 느낌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 없는 부분이나, 또는 연관된 책과 유튜브 같은 작가의 다른 책까지 읽고 오는 경우도 있어요.

또한 저희는 단톡에서 친목을 도모하진 않습니다.

누가 말한 것도 아닌데 다들 적당한 선을 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가고,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모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엄마가 되고 나서

또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여자들은 인체의 신비(출산)를 경험하면서

내 안의 생명을 만들었듯이, 그 생명을 잘 키워야 한다는 마음만 앞서 출산과 동시에 다시 직장일을 한다고 해도 그 이전의 "나"를 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온전히 "나"를 말하는 시간은 어쩌면 그녀들의 독서모임이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다가 소설 속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을 보면 내가 이입이 되고,

지식의 과학서나 인문학을 읽으면 대학시절의 내가 생각나서 그립고,

철학책을 읽으면  우리들만의 개똥철학개론을 만든 것처럼 그렇게 즐거울 수 없어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논하면서 웃음과 한숨으로,

세계적인 이슈와 맞물리는 책을 읽으면 독재와 공산주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전쟁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최종적으로는  또 아이들에게로 향합니다.

종합예술 사회과학이 함께 하는 우리의

“그녀들의 독서모임”이 이제 2023을 시작하면 5주년이 됩니다.



책의 말들은 우리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말하게 하듯이,

우리의 말들이 10주년에 닿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알기에 사랑하게 되는 것들이 너무도 많아집니다.


책의 기분 말들은 곧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말합니다 책의 말들은 곧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말합니다

기분 좋은 독서모임을 한번 만들어 보세요.

이 가을에.



책의 말들은 곧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말합니다.

책의 말들은 곧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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