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북페어에 다녀왔다 with 잉팔사
책을 낸 지 3년만인 2023년 4월, 지난 주말에 제주북페어에 셀러로 참가했다. 오래도록 함께하고 있는 독서모임 ‘잉말사’(읽고 말하는 사람들) 에서 사람들은 읽고 말하기에서 그치지 않고 쓰고 그리기에 이르렀으며, 그들이 모여 ‘잉팔사’(읽다가 팔게된 사람들) 유닛을 결성했다.
제주북페어에서 배운 점을 남겨보자면
200개의 부스와 잘 만든 책들 사이에서, 사람들의 1초의 관심이 지나갈 때 영업을 성공할 수 있으려면 진심으로 우러나온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만든 이도 설명해낼 수 없는 좋음을 사는 사람이 어떻게 알겠나? 첫날에는 자신감이 없어서 사람들이 물어봐도 설명을 제대로 못 했다. 둘째 날 오후, 이 책이 어떻게 쓰였고 당신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막힘없이 설명해낼 수 있었을 때부터 책이 팔리기 시작했다.
부스 자리는 둘인데 우리는 넷이라 둘은 꼭 돌아다녀야 했던 점이 다행이었다. 고객의 입장이 되니 아무래도 뭔가 사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매대와 좀 떨어져서 먼눈으로 판매 물품들을 훑게 되었고, 셀러와 구분되는 벽이 있을 때 느끼는 편안함이 있었다. 꼭 멈춰서게 되는 가벼운 체험거리를 준비한 부스에서는 꼭 얼마를 쓰게 되었고, 눈에 띄게 판매 물품을 잘 배치해둔 부스들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우리도 부스 배치를 조금씩 변경했다. 책의 내용이 잘 보이도록 펼쳐 두고, 읽었으면 좋겠는 문장에 하이라이트를 쳤다. 앨범을 넘겨서 볼 수 있도록 배치했던 엽서와 스티커는 꺼내어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스티커의 판매가 그때부터 불타올랐다. 좋은 시도였다.
독립출판 씬이 그리 크지 않다 보니 이 안에서 사람들이 만들고 팔고 산다. 부스를 돌며 다른 셀러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몇 마디를 친근히 나누면 꼭 그들도 우리 부스에 찾아와 책을 사주었다. 책을 팔았던 것도 즐거웠지만 다른 창작자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큰 기쁨이었다.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님들께 도전이 많이 됐고, 회사에서 만났으나 독립출판의 대선배인 ’012B’팀의 부스에서는 북페어 다회 참여팀의 관록이 느껴졌다. 쓰기 모임에서 시작해 책을 낸(그리고 또 낼 예정인) 4인조 모임 ‘욱림솔훈‘은 그 기획이 성공했다는 것도 대단했지만 글도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기대되는 팀이었다.
제주의 지역 축제같은 느낌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어린이들이 정말 많이 왔다. 우리가 준비한 스탬프를 즐겁게 찍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고, 어린이 손님을 위해 쌀과자를 준비하자고 하였던 자베르의 배려가 돋보였다. 취업 준비하는 책을 읽기에는 너무 어린 손님들이지만 북페어 자체가 재밌는 경험이 되었기를.
이웃 부스의 셀러들과 친해졌던 것이 참 좋았다. 바로 옆 부스의 ’한아‘님께 일러스트의 사연을 들으며 디테일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고, 전에 책을 입고해주신 우도의 ’밤수지맨드라미‘ 서점에서는 페어가 끝난 뒤 책을 재입고 해주셨다. 세상에… 3년 전 책을 입고했던 독립서점 부스들에도 인사를 드리며 뒤늦은 감사를 표했다.
다음 페어는 5월 마지막주에 코엑스에서 열리는 ’리틀프레스페어‘다. 이번 페어를 발판 삼아 더 잘 준비해 보아야지. 혼자서는 못 하겠지만 또 잉팔사와 함께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