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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파리 Aug 27. 2021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 건축만 있는 게 아니더라-1

스페인 바르셀로나

2014년 봄.

드디어 3년 동안 부은 적금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호기롭게 여름에 계획된 스페인-포르투갈의 여행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찌기 이른 봄부터 매일 비행기표를 검색하고 있었는데 어째 갑자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지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행 비행기 티켓이 하루가 다르게 매진이 되어 갔고 남아 있는 티켓의 가격은 점점 더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 해 봄에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이 방영되면서 스페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갑자기 온국민이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려는 열풍이 불었던 것이다.


억울했다.

정말 억울했다.

나는 3년이나 준비한 여행인데!!!

게다가 유행이라고 우르르 따라 하는 거 진짜 싫어하는데!

내가 그 사람들 중 한 명이 되어 버리다니...ㅠ.ㅠ


그렇다고 행선지를 바꿀 수는 없었다.

나는 그저 3년전부터 스페인이 가고 싶었던 거니까!

억울했지만 눈물을 머금고 생각보다 많이 비싼 항공료를 지불했고 

그 해의 뜨거운 여름을 수많은 한국 여행객들과 함께 스페인을 즐겼다.


첫 도시는 역시 바르셀로나였다.

'바르셀로나'니까 당연히 가우디 건축물을 보러 다니긴 했지만 한국에서 종종 이런 소식이 들렸다.

"아~ 스페인 여행 가셨구나~ 가우디 건축 보러 가셨구나~~~!"

나는 또 억울했다.

가우디 건축에 관심이 없는데!!!

그냥 스페인이 오고 싶어서 온 건데!


하지만 굳이 아니라고 부인을 해도 의미가 없었고

또 취향은 아니지만 가우디건축물을 실제로 보러 다니고도 있었기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가우디 건축을 보러 구엘공원에 갔던 날이다.

한여름의 땡볕을 견뎌가며 공원을 다 둘러보고 마지막 코스로 굿즈 샵에 들어갔다.

스페인 건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보았던 투어버스며 각종 디자인이 너무 훌륭해서 새삼 놀라고 있던 중이었는데 역시 샵에 있던 굿즈들이 세상 어느 나라의 그것들보다 훨씬 이뻤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여행의 짐을 늘리지 않으면서 나중에까지 추억하기 좋은 물건으로 북마크를 주로 사는 편인데

어떤 걸 사야 할지 모를 정도로 예쁜 북마크가 너무 많아서 열심히 구경을 하던 중 옆에 있던 책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바로 이런 책이었다.



바르셀로나의 현대건축물을 소개하는 책!

그냥 건물 소개만 있었으면 절대 눈길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책 안을 조금 훑어보니 접근이 쉬운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주변에 있는 현대건축물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쉽게 갈 수 있으니 너도 한 번 가봐라~"

"이렇게 쉽게 갈 수 있는데 안 가고 배기겠니?"

뭐 이런 느낌이었다.

그래 이거지!!! 

나는 당장 책을 구입하고 밖으로 나와 커피 한 잔을 하며 책을 들쳐보았다.


워낙에 건축물을 볼 때 무작정 모른 채로 찾아가는 편이라 설명이 짧은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단 쉽게 갈 수 있는 지역을 몇 개 고르고 남은 여행 기간의 일정을 수정했다.

<몬스테라>와 <피게레스> 가는 걸 포기하고 두 번의 오후 시간을 할애하여 책에 나온 건물들을 보러 가기로 했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위치를 번호로 표기해 주고

내용은 각 번호에 해당되는 건물의 사진 한 장과 간단한 설명이 전부였다.


약간의 탐구 끝에 이렇게 세 지역을 가 보기로 결정!

이때가 벌써 7년 전이니 지금이면 새로운 건물들이 업데이트되어 있을 테고 좋은 자료들이 많겠지만

어쨌든 당시에는 이 책자를 보고 멀지 않은 곳으로 이렇게 세 지역을 골랐다.


시간 순서대로

1. Ciutadella Vila Olimpica역 부근

2. Foum역 부근

3. Gl0ries역 부근






먼저...

1. Ciutadella Vila Olimpica역 부근


일단 여기는 바르셀로네타 해변 하고 가까워서 해변도 같이 구경할 겸 고른 곳이다.

나는 가지 않았지만 큰 공원과 동물원도 가까워서 같이 둘러보기 좋은 지역 같다.



지하철역에 내렸을 때부터 뭔가 분위기가 남달랐다.

거창하게 말하면 다시 한번 스페인의 도시정책에 놀랐다고나 할까!

역 부근의 작은 공원이 예사롭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의 다른 곳을 다닐 때도 자주 느꼈지만 도시 곳곳에 있는 외부 공간들이 굉장히 시원시원하면서도 디테일한 요소들까지 신경 쓴 느낌이었다.

자칫 유명한 관광지들만 신경 쓸 수 있는데 버려지는 곳들이 없도록 도시 전체를 잘 디자인한 느낌이랄까.

아주 짧은 여행으로 느낀 매우 주관적인 관점이다.


수공간과 데크 가로등 경사로 조경 등등 많은 요소들이 허투루 있지 않았다.




자연석을 쌓아 놓은 경사로의 벽체와 수공간에 있던 조형물.

사진에는 없지만 건너편에 있던 조형물은 매우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던데 이것도 왠지 그럴 것 같은 느낌의 자태를 가지고 있었다.






PRBB 

Parc de Recerca Biomèdica de Barcelona

바이오 메디컬 리서치 파크

(=생명 공학 & 의학 연구소) 내의 한 건물

...Institut Hospital del Mar d'Investigacions Mèdiques (IMIM)


처음 본 건물은 이름도 어려운... 뭐 하는 곳인지 몰랐던 건물.

한가지 분명한 건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는 곳이었고 나는 책자에 있는 외관이 궁금해서 이 건물을 골랐었다.

목재 루버의 디테일이 궁금했는데 이렇게까지 잘 보일 줄이야!

곡선의 외관을 한 번 더 둘러싸고 있는 목재 루버를 잡기 위해 많은 파이프들이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또 견고하게 잡기 위해 각종 디테일이 필요했고

역시 이중외피는 백조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는 평온해 보이지만 안에서는 열 일하고 있다는...!




곡선을 해결하기 위해 목재들은 짧게 끊어서 연결이 되어 있었고.



반대편 모습은 더 재미있었다.

중정이 확 열려 있어 외부 계단이 몰려 있었고

앞으로 튀어나와있는 발코니가 '나도 저기 한 번 앉아 봤으면~~~!' 하는 느낌을 주었다.

필로티를 통해 중정으로 들어갈 수 있었나 본데 지나다니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의료 연구소인 것 같은데 이런 건물의 단점은 여행객들이 내부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피스 빌딩 같은 건 정작 보러 가면 사진보다 못 한 곳들이 많기 때문에 잘 선택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른 볼거리랑 같이 모여 있지 않으면 말이다.


외부에서만 건물을 보면 외관의 형태나 재료의 디테일, 주변과의 조화 정도는 알 수가 있지만

시각적인 이미지 이외의 건축적인 경험은 별로 남는 것이 없어 아쉬운 감이 있다.

건물이 다양한 방법으로 말을 걸어올 때 소통하는 즐거움이 있는데 그것이 부족한 것이다.


건축물의 표피가 결국은 외부와 만나는 경계이자 표정이지만 훑고만 지나가는 느낌인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여기서도 조금은 아쉬운 채로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ps. 이 건물이 있던 대지 전체가 여러 동으로 이루어진 생명과학 연구단지라고 한다.

코로나 전까지는 오픈 데이나 투어 가이드도 있었나 보다.






해변을 조금 걸어서 조형물을 보러 갔다.

프랭크 게리의 조형물은 그냥 진짜 조형물이라 가까이서 보기만 하고 돌아왔다.

물고기 모양의 조형물이고 망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저것의 재질은 청동이라고 한다.



수영하러 오지 않은 나에게 해변이란 곳은 5분 컷!

날씨마저 흐려서 열정적인 스페인 지중해 해변의 모습은 상상했던 모습과는 매우 다르게 사진이 나왔다.

그래도 사람들은 한여름의 평화로운 해변을 즐기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이 해변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리던 시절 인공으로 만든 해변이라고 한다.






이제 이 구역의 마지막으로 점찍어 놓은 건물로...

Gas Natural Fenosa

도시가스회사


이 또한 표피만 보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 오피스 건물이라 사진 찍기 좋은 사이공간으로 지나가는 걸로 만족한다.



뒤편에서 들어가 통과하여 정면을 바라본 모습은 꽤나 흥미로웠다.

깨진 바위의 단면 같은 매스와 중력을 거스르는 어마어마한 캔틸레버가 있는 타워의 조합이 주변의 블록들로 통과하는 관문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켄틸레버의 길이는 42M라고 한다.

여러 동으로 나누어진 다양한 볼륨의 조합이 단조로운 유리 커튼월의 빌딩을 다채롭게 만들고 있었다.


중간에 서 있는 관리자 아저씨가 자꾸 째려봐서 서둘러 사진 찍고 발걸음을 옮겼다.



(c)2014.mongpary all rights resreved.


이렇게 반나절을 전부 투자해서 보러 갔던 1번 구역은 조금은 아쉽기도 하였다. <몬스테라>를 그냥 보러 갔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하였는데 내일을 기대해 보자.


이 날보다는 후회스럽지 않았던 2,3번 구역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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