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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Nov 22. 2023

산으로 가는 길

시에라 네바다 산맥

콜롬비아 카리브해 연안 지역의 위치한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는 타이로나 (Tayrona) 문명을 이어가는 여러 원주민 부족이 살고 있다. 1500년대 스페인제국이 콜롬비아를 식민지로 삼았을 때 그들은 깊은 산으로 들어가 그들의 문명과 전통을 지킬 수 있었다. 밀접하게 얽혀 있는 수많은 산골짜기들이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만들어 외방인은 쉽게 들어오거나 침범할 수 없는 미로가 된 것이다. 이처럼 산은 위대롭고 신비하며, 수호신처럼 도움을 청하는 이들을 보호해 준다.


동방의 도인들도 더 깊은 차원의 진실을 마주하러 산으로 들어갔다. 시작과 끝이 없는 고요함에서 진실의 소리를 들었고, 홀로 있음에서 우주 전체가 연결돼 있음을 느꼈다. 흐르는 물에서 무상의 법을 깨달았으며, 피어나는 꽃들과 노래하는 새들에게서 사랑을 배웠다. 이처럼 산의 순도에는 흠이 없어, 더 깊은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우리도 처음에는 산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꿈을 가지고 콜롬비아에 도착했다. 하지만 삶이 굴곡과 배움이 없으면 스토리가 만들어지지 않는 듯,  의도하지 않았지만 성장에 필요하였던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 결국에는 우리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산기슭이 카리브해가 만나는 팔로미노 계곡에 자리를 잡았다. 산이 마을을 품고 있듯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도 산이 있으며, 바다와 산이 만나는 특별한 이곳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산으로 가는 길을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때가 되면, 더 깊은 산이 우리를 반겨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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