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라는 콜롬비아 시골생활이 무언가를 움켜잡고 있던 내 손을 하나씩 펴가며 그제야 열린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것은 인내심.
원치 않은 상황이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조급함 따위는 이곳에선 수용되지 않는다. 수많은 실망과 좌절을 겪을 때마다 조급함을 꽉 쥐고 있는 내 손을 피라고 혼내는 엄마처럼, 삶은 나에게 필요한 가르침을 아픔을 통해서 주었나 보다. 그때에는 없었던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지금 돌이켜 보면,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보낸 후의 내면 성장이 가장 눈부셨던 것 같다. 그때에 나에게 힘들지만 숨을 고르면서 아픔을 삶의 일부로 수용하라고, 다 괜찮아진다고 말해주고 싶다.
인내심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원치 않은 상황을 부정하고 싶을 때, 그럴 때마다 상기되는 인내심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 또한 지나간다라는 받아들임을 뜻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저항 없는 받아들임은 무상의 가르침이 세겨져있으며, 그 기반은 현실세계의 경험으로 닳고 닳은 인내심으로 뿌리 잡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콜롬비아는 한국에 비해 3배는 저렴하되 3배는 느리다고 생각한다. 서류 작업이나, 공기관 절차, 구매, 수리 등등 모든 일은 3배 정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거주하고 있는 캐라비언 지역은 콜롬비아에서도 손꼽히는 특색 지역인데, 이곳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늦는 것은 기본이고, 연락두절도 당연하다. 마치 시간 약속은 깨라고 정하는 것 같이, 늦어도 연락두절이 돼도 사과는 없다. 처음에는 (사실 아직도)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곳 문화에 화도 나고 짜증도 났다. 타인의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문제는 시간이 약이듯이, 나의 시간관념도 어느새 이곳에 물들어져 있었다. 마을에 나가면 조금 한 동네이니 아는 얼굴이 많아 이분 저분 인사하면 10분, 더워서 10분, 비 와서 10분, 나무가 쓰러져서 30분, 대모 해서 30분, 전기가 끊겨서 30분. 이제는 누가 1시간 늦어도 그냥 잘 왔다고 웃어주며, 연락이 없으면 새로 생긴 시간 여유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