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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Nov 09. 2023

시간이라는 족쇄

혹은 축복

아시아의 수많은 미덕중 하나는 "규율을 따르며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한 강한 믿음과 신념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어렸을 때적부터 교육받아와서 그런지 한가한 마을 생활을 하면서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할 때가 종종 있었다.


이곳의 삶을 시작했을 무렵, 지인들과 같이 진행하였던 프로젝트의 전재가 느려도 한참 느린 탓일까, 아니면 캐리비언의 문화에서 시간약속은 존재하지 않는 이유일까,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들은 나에게 고통으로 다가왔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선택한 삶의 방식이 선물해 준 풍요로운 시간은, 나에게 발목을 조여 오는 족쇄처럼 느껴졌었다.




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저항하는 이유는 죄책감에서 온다. 내가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다는 후회가 섞인 죄책감. 하지만 우리는 매 순간을 무엇을 생산해야만 가치가 있는 기계가 아님으로, 진정으로 주어진 미션은 삶의 의미를 몸과 마음을 직접적인 경험하는 것이다.


어진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은 타인과 사회가 정해준 가치시간을 빽빽 채우는 것이 아닌, 나의 본연의 마음과 가치가 자연스레 수면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비워두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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