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중성의 창조물이다. 혼자 있으면 타인과의 감정연결이 그립고, 타인과 있으면 혼자의 시간이 그립다. 이중성이 짙게 물든 그림자에서 나의 모습을 찾는 과정은 없는 인내심을 자꾸만 요구한다.
P과 2년의 여행을 마치고 하나의 지붕에 살아가는 것도 이제 3년 반이 훌쩍 넘었다. 이 지붕아래서 우리는 참 많이 웃고 울었으며,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또 다투기도 많이 다투었으며, 수차래 성장통을 겪어가며 각자 내면의 힘과 인내심을 키워왔다. 특히, 하나의 공간을 나누며 본인의 공간을 지키는 일은 꾸준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깊이 체감하였다. 둘 다 온라인으로 일을 하니 가능하면 나는 2층에서, P는 1층에서 일을 하며 개인의 공간을 지키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는 내가 찾아지고 싶지 않을 때 나를 찾고, 나도 그가 혼자 있고 싶을 때 그를 불렀다. 혼자 있고 싶은 시간과 공간에 서로 의도하지 않은 방해를 주고받으니, 결국 각자, 그리고 관계에서 자유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점점 더 무거워지는 짐을 짊어든듯하였다.
홀로 있는 시간과 공간을 창조하는 것은 같이 있는 시간과 공간을 존중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정은 가능하면 집 밖 다른 공간에서 시간을 정해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일과 휴식의 시간적 바운더리도 더 분명해지고, 방해받지 않은 공간적 바운더리 역시 더 명확해진다. 그동안은 밖에 나가면 소비되는 비용이 아까워서 자주 그러지 못하였는데, 이제는 우리의 정서적 안정이 모토값, 주스값보다 더 값지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 있고 싶을 때, 방해받고 싶지 않을 때, 나만의 공간을 지킬 수 있으며, 타인과의 깊은 정서적 연결에서 오는 행복을 누리는 것을 자신에게 허락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많은 시행착오와 인내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길은 멀고 때론 지치게 하지만, 치유의 길임을 알기에 오늘도 한 발짜국씩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