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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Jan 04. 2024

너와 나의 거리

관계 속 적당한 거리

매일 알콩달콩 치고받고 붙어 지내던 그와 떨어진 지 3주가 지냈다.


작년에는 거의 일 년 내네를 P와 함께 보냈다. 연말에 들어서자 예상보다 훨씬 더 지연되었던 마당 우물 구축이 계기가 되어 그동안 쌓인 걱정과 불안이 불에 붙어 상대방에게 힘든 마음을 투영하기 시작하였다. 살짝만 건드려도 불편한 감정은 짜증으로 번지고, 이는 싸움으로 치닫았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감정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 위에 나는 것은 관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꿰뚫어 보는 지혜. 그 지혜는 관계의 균형을 되찾도록 필요한 거리를 재창조하는 일이다.


사실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전에도 관계의 밸런스를 재맞춤해야 한다는 니즈는 충분히 느꼈었다. 그래 하여 P는 항상 가는 페루의 정글로, 나는 콜롬비아의 안데스 산맥으로의 여행을 계획해 왔었는데, 집과 마당 프로젝트의 연기로 여행 일정이 한참은 미루어졌다. 하지만 그 위태로운 시기를 어찌 되었든 잘 보내어 관계가 돈독해진 것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니 이번 여행은 각자 개인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꼭 필요한 시간과 거리를 안겨주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주어지자마자 나는 그가 그리워졌고, 그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한층 더 깊어졌다.


어느 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관계는 불과 비슷하여, 너무 가까우면 데고, 너무 멀면 춥다고 하였다. 너무 뜨거워 데이지 않고, 너무 멀어 춥지 않은 그 중간지점을 우리는 왔다 갔다 하며 서로의 손을 잡고 왈츠를 춘다.  


내일은 그는 정글에서 내려와 우리와 함께 안데스 산맥에서 만난다. 오늘은 아무리 아름다운 산맥을 보아도 그의 얼굴이 눈앞에 더 선명하게 보인다.


산들도 산과 산의 공간으로 계곡이 흐르고 꽃들이 피며 마을이 생긴다. 그 공간에 감사하며 내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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