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웠나 보다
여행자들이 자신을 더 쉽게 드러낼 수 있는 이유
자유의 기운이 살아 숨 쉬는 멕시코 치아파스주(Chiapas)의 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 (San Cristobal de Las Casas)에서 나를 이끄는 하얀 줄을 따라가는 것만큼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여행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마음이 열려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팬데믹을 정글에서 보낸 후 마침내 쿠스코에 내려가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을 때, 마침 드디어 산책을 나갈 수 있게 된 강아지들처럼 우리는 사람이 그렇게 반가웠을 수 없었다. 그때의 기억을 상시 시킬 만큼, 이번 여정은 사람여행이 되어 콜롬비아 내내 시렸던 내 마음 한 구석을 따듯하게 해 주었다.
Sumidero 캐니언 투어에서 만난 시원한 웃음이 좋았던 한국 친구, 인도네시아 식당 파티에서 만난 일본 언니,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자신의 걸어왔던 길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던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나눌 수 있는 정과 온기를 느꼈다.
참으로 희한하게도, 한 곳에 정착하여 사는 과정은 빡빡하고 자주 외롭게 느껴지지만, 처음 와보는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는 내면 속 깊은 이야기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서로 모르는 이여서, 나를 아는 이들이 없는 곳이어서,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만남이어서. 우리는 더 솔직하고, 부끄럼 없이, 스스럼없이, 나를 들어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행 길이여서인지, 아니면 이곳의 진정한 멕시코 마법의 마을 (Pueblo Magico)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곳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