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경 Mar 08. 2024

정글과 구름, 그 사이 어딘가에서

여정을 돌아보며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감사하다. 2개월간의 한 여름밤의 꿈처럼 신비로웠던 여정을 마무리하며 돌아온 집은 그전보다 더 온전하게 같은 자리를 지켜주고 있었다. 구름과 정글, 그 사이를 여행하며 내 마음도 그전보다 더 온전하게 깊은 바닷속 진주처럼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수고했어, 고마워. 내면의 아이에게 말해보았다.


정글에서 느껴본 모국의 맛

오랜 외국 생활에서 가장 그리운 것이 첫 번째로 엄마이고, 둘째로는 한식이다. 이번 정글에서의 디에타(스페인어로 Dieta, 특정한 약초나 과일을 복용하며 아야와스카 의식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는 한국에서 온 친구 J와 같이 동행하였다. 디에타를 하면서 소금을 제외한 아주 한정적인 식단을 지켜야 하는데, 그녀와 나눈 한식 이야기는 또 왜 이렇게 맛있게 상상이 되는지. 이야기를 하면서도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카시타(스페인어로 Casita, 정글식 오두막)에 돌아가 해먹에 누워있으면 한식이 눈앞에 몇 번이나 그려졌다.


마음이 연결된 친구와 자연에서 나눌 수 있는 것 자체로 마음이 정화가 되는데, 그 친구가 한국인이란 것이 나에게는 더욱 특별하였다. 내면의 과정을 진행하면서 모국어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정적 해소에 큰 도움을 주었으며, 가슴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모국어로 더 온전히 표현할 수 있었다. 같은 의미의 단어라도 영어로 말하는 것과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 그 울림과 파장이 다르다. 오랜 외국 생활동안 쾌쾌한 캐비닛에다 묵어두었던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드디어 꺼내어 깨끗하게 닦아주는 것처럼 개운하고 후련했다.


엄마, 고마워

여행의 첫 번째 반은 엄마와 같이 동행하였다. 엄마와 함께라서 여행 내내 따듯한 온기가 온몸과 마음에 느껴졌다. 엄마보다 더 감사한 존재가 있을까.


머나먼 이곳까지 딸내미 보러 와준 엄마, 고마워.

용기 내어 주어 고마워.

건강해주어 고마워.

나를 있는 그 자체로 수용해 주어 고마워.

따듯한 엄마의 마음으로 나를 포옹해 주어 고마워.

고요하게 내 옆을 지켜주어 고마워.

지혜를 선물해 주어 고마워.


여정을 돌아보며

페루의 정글과 안데스 산맥,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 멕시코시티와 치아파스 고지대를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팔로미노는 나를 편하게 맞이해 주었다. 여정을 하며 얻은 많은 가르침이 몸에 자리 잡아 뿌리를 깊게 내릴 때까지 남미에서의 여정은 아직 진행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이 그리웠나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