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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 따라가는 사람 Jul 21. 2022

칼럼|AI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

이미 오래전부터, 컴퓨터 제국의 기계 전사가 시간을 오가며 인류를 말살하고(터미네이터), 우주선의 조종과 상황 판단을 컴퓨터와 만능 로봇에게 맡기며(스타워즈, 스타트랙, 스페이스 오디세이), 물에 빠진 주인과 약자 중 약자가 아니라 주인을 먼저 구하는 로봇(아이, 로봇)이 영화에서 활약할 때부터 우리는 기계와 컴퓨터에 대한 경고와 두려움을 간접적으로 체감하였고, 로봇과 달리 죽음을 두려워하는 필멸자라는 근본적인 한계도 절감해 왔다(로봇이 전원 꺼지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라는 상상은 지금은 접어두자). 이들 영화, 소설, 드라마, 그리고 만화에서 제시된 이러한 내용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AI기반 환경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어디 어디를 여행하면 무엇을 경험할 수 있고, 어떠한 것이 있다는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어디에는 무엇이 위험하고 어디에는 무엇이 해가 될 수 있으니 절대 가지 마시오라는 출입 금지 안내문 같은 느낌이다. 과연 이런 것만을 AI시대의 지침으로 삼는 것이 타당할까? 


지금은 이러한 두려움만을 내세울 수 없다. AI 기술이 적용되는 시대는 이미 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기술은 그 어떤 기술보다도 빠른 확장 속도를 가지고 우리 생활에 들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로봇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현재의 기준으로 해석하여 더욱 증폭시키는)에 사로잡히거나 19세기의 러다이트 운동(1811~1817년에 일어난 기계 파괴 운동.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우위를 점하고 실업자가 늘어나자 기계가 빈곤을 몰고 왔으니 파괴하자는 운동)과 같은 태도는 곤란하다. 작은 물결은 방파제와 흙더미로 막을 수 있지만, 거대한 물결(흔히 기업들은 Mega Trend라는 말로 표현한다)은 막을 수 없음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미래의 혼란을 막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사람과 인공지능·로봇의 궁극적인 차이,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존재 필요성을 다시 근본적으로 정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필자는 AI, 그리고 IT가 강조되는 시대일수록 인간 본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강조하고는 하는데, 사실 이런 주장은 필자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AI 시대를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까? 그저 인간의 나약함, 정신력, 감정, 한계가 있는 삶만을 읊조려야 할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고, 꼼꼼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이러한 내용만을 AI라는 넓은 은하계를 여행하기 위한 지침서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지침서 개정판을 여러분들에게 제시하려고 한다.

 

첫째, AI시대의 의미와 인간 본연의 역할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산업혁명 시기의 러다이트 운동을 생각해보자. 그때의 증기기관처럼, AI는 하기 싫어하고 귀찮아했던 일을 혁신적으로 줄이고 있다. 단순 반복 계산, 문장의 요약, 음성의 자동 텍스트 변환을 실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동 예측, 증권 실황의 요약을 담당하고 있다. 기존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대신하는 가상 캐릭터까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 예로, 배우 유아인 씨가 모델로 활동하는 무신사라는 패션업체는 "무아인"이라는 디지털 트윈 캐릭터를 내놓기도 하였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경악"과 "충격"이라는 감정을 강요하고 주입하는 것은 아닐까? 미리 깨달아야 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미리 깨닫는 것과 미리 겁먹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것인데 말이다.  


다시 질문하겠다. AI시대는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여전히 AI의 지적 수준은(이 말이 타당한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느끼는 충격과 달리 그다지 높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이며, 많은 복잡한 업무, 그리고 정밀함을 요구하는 일들은 여전히 인간의 손을 필요로 한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 종합적인 판단을 통한 의사결정, 객관적인 이유를 말할 수 없지만 꼭 해야 하는 직관성이 요구되는 업무, 그리고 이 모든 역할을 통합하는 역할이 바로 인간의 역할, 반면 누가 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게 되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반복되는 역할이 AI의 역할인 것이다. 


둘째, AI시대는 우리가 겪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이다.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고 적응해야 한다.

그것을 우리는 디지털 리터러시라고 부른다. 당신이 마케터, 영업관리, 의사, 자영업, 또 다른 어떠한 직업이든 데이터를 다루고 그를 통해 의사결정의 책임이 주어진다면, AI를 활용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계산과 데이터의 정제, 삭제, 수집의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역할이 AI의 역할이라면 우리는 AI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시하고 체계적으로 일의 순서를 정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익히고, 나의 역량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어? 그건 내 역할이 아니야. 젊은 애들이 하는 일이잖아? 나는 디지털맹이고 모바일맹이야, 해봤자 잘못해라며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은 부족해도 스스로 해보겠다는 의지와 배우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처음 기업들이 컴퓨터 기반으로 업무를 전환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면서 하급자에게 그 역할을 떠넘겼다. 지금은 어떠한가? 모든 직원의 책상에는 컴퓨터가 놓여 있고, 태블릿으로 보고서를 전송하게 된다. AI시대도 마찬가지이다. 


셋째, 조직 문화를 AI로의 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 

학교, 기업, NGO, 심지어 종교 단체에서도 이미 인터넷과 컴퓨터를 활용한 업무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AI시대에는 더더욱 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며, 조직 문화의 변화가 없다면 조직에 속한 몇몇의 사람들만이 이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만 조직에 남길 것인가?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일을 잘하고 AI시대에 미리 대비한 사람들이 먼저 그 조직을 떠날 것이다. 지금 시대는 내가 스스로 노력하여 얻은 역량을 기업과 조직을 위해 쓰는 시대가 아니며, 더 이상 그 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다. 내 직장이 아니라 내 역할에 충실한 직장인이 대세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러한 사고를 가진 직장인들이 "절이 싫어서 떠난다"는 말을 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대비하여도 떠나는 직원들이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막을 수 없는 변화다. 하지만, 적어도 AI시대에 맞는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직장이 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자칫 나가기만 하고 들어오지 않는 회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여러 번 강조한 것처럼 AI, 빅데이터, 메타버스라고
무언가 대단한 것이 아님을 기억하자. 

놀라운 기억력과 암산력, 그리고 업무 처리 용량을 가지고 있지만, 그리고 매우 세련되고 고차원적인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모든 것은 정해진 프로세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이며, 생활과 일하는 방식이 더 AI에 가깝게 변하고 있을 뿐이다. 이 시대를 계속 살아가야 할 당신과 나, 우리 모두의 건투를 빈다.


* 이 글은 디지털미디어인 파인드비에 필자가 2022년 7월 18일 기고한 내용을 요약,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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