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끊기지 않는 글
올 해는 무엇이든 한번 "닥치는 대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무엇이든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고 시동을 거는데 무척이나 오래 걸립니다. 잘하고 싶거든요. 촘촘한 계획성은 어찌 보면 망칠까 봐 두려운 방어기제이고,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신중함의 실상은 불신의 모습일 겁니다. 지독한데 열매 없는 완벽주의지요.
그에 반해 남편은 눈앞에 보이는 것부터 닥치는 대로 일을 처리하는(것처럼 보이는)데 저는 이것을 종종 "앞뒤 모르는" 일처리 방식이라 비웃으며 팔짱 끼고 잔소리를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갈지(之) 자로 가도 어딘가에 도달해 있는 사람은 늘 남편이었고 저는 여전히 팔짱만 낀 채로 제자리였지요.
올해는 그야말로 눈에 보이는 것부터 손에 잡히는 것부터 닥치는 대로 시작 해보려고 합니다. 순서 좀 안 맞으면 어떻습니까. 두서 따위 없으면 좀 어떻고요. 어쩌면 그것이 믿음의 한 모습인가 봅니다. 갈 바를 알지 못했지만 일단 떠났던 그 사람, 아브람처럼요.
오늘 글은 병적으로 퇴고를 거듭하는 제가
뒤도 안 돌아보고 단번에 올리는 첫 글이 되겠군요.
묘하게, 제가 조금 더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