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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Jan 15. 2021

Yellow bird in blue

파랑 속 노랑새


살구를 키운 지 6년 차가 되었다.

처음 데려왔을 때, 삼사 개월 정도 되었을 것이다 마트 직원이 짐작했을 뿐 살구의 정확한 개월 수는 아무도 모른다.

살구의 컨디션이 요즘 부쩍 좋지 않다. 몇 달 전부터 목 주변 털을 다시 뽑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으면 훤히 드러날 정도로. 털의 윤기도 예전만 못하다. 체중은 빠지지는 않은 것 같다. 기껏해야 50그람 근처의 작은 몸이지만 내 왼손 두 번째 손가락에 올라올 때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살구는 더 이상 나를 물지 않는다. 물론 장난을 치겠다며 애교를 부리거나, 급작스런 아이들의 장난 때문에 놀라서 깨물 때도 있지만, 더 이상 예전같이 이유 없는 입질을 하지 않는다. 내 입술 근처에 손가락에 수시로 생기던 칼자국 같은 얕은 상처들은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 길들여지고 있다는 게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살구가 예전만큼 어리지 않다는 것, 활기차지 않다는 것을 더 실감하는 요즘이다. 

수시로 눈을 감고 한쪽 발을 들고 졸고 있는 모습, 스트레스를 받는지 비명을 지르며 털을 뽑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쪽이 무겁다. 

마트 직원은 모란앵무가 5년 정도 살 거라고 했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어떤 모란앵무는 얼마 전에 12살이 되었다. 

살구가 얼마나 더 나와 함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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