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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떼뜨망 Mar 17. 2024

낯선 바르셀로나에서 맡은 익숙한 유자유의 향기!

고집쟁이의 유럽여행(스페인 2):  카탈루냐어, 타파스, 교류반 친구들

Bon dia!

Adeu,

Gracies.


스페인어도 아니고 프랑스어도 아닌 이 애매한 언어의 정체는 카탈루냐어이다. 


카스티아 왕국에서 유래된 마드리드, 그리고 아라곤 왕국에서 비롯된 바르셀로나. 아라곤 왕국은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에서 패배한 대가로 카스티아 왕국에 막대한 배상금을 청구받게 되는데, 그로부터 뿌리 깊은 바르셀로나를 향한 억압, 감시, 진압이 시작된다. 


스페인의 혐오시설이 모두 바르셀로나에 모이게 된 것이 오히려 경제력의 바탕이 되며 현재 바르셀로나에서 발생되는 경제적 가치는 스페인 경제의 1/4 규모에 이른다.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었던 친구와 해외 축구 경기를 직관했던 날이 생각났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겨루면 한일전만큼 뜨거웠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친해졌던 L과 바르셀로나에서 재회했다.

스페인어 전공이라 언어 실력을 늘릴 겸 교환을 온 L은 바르셀로나에서 1년간 교환학생 생활을 보내며 느낀 고충들에 대해 털어놨다.


La cerveseria catalana에서 먹은 음식들


지금 듣는 수업 중 하나가 100% 카탈루냐어로 진행된다고 했다.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사람도 6개월 정도 바르셀로나에 살아야지만 습득할 수 있는 카탈루냐어인데, 중국에서 태어난 L에게는 너무 어려운 도전일 것 같아서 기특했다.


"교수님도 스페인어를 잘하셔서, 교환학생이 많으니 혹시 수업을 카탈루냐어 대신 스페인어로 진행하면 안 되냐고 여쭤봤거든, 그랬더니 바르셀로나에서 살기로 결정했는데, 왜 바르셀로나의 문화를 고려하지 않냐고 한 소리 들었다? 스페인어를 쓸 바에는 차라리 영어로 수업하시겠대!"


스테이크와 함께 씹으면 혀 위로 녹진하게 퍼지는 푸아그라 타파스, 버터가 잔뜩 섞인 감자와 함께 먹으면 입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의 문어 타파스, 생선의 신선함과 꿀 소스의 조화가 좋은 꿀대구 요리를 먹으며 얘기했다. 조금 무거운 식사였지만, 상큼하고 톡톡 쏘고 적당히 달콤한 상그리아와 먹으니 금방 소화됐다!




신념이란 참 신기하다.


나는 축구장에서 자기 팀이 골을 넣으면 환희에 차 소리 지르는 훌리건들과 동물 인권을 위해 미술 작품에 수프를 던지는 운동가들, 종교 때문에 쇠고기를 마다하는 힌두교도인들을 보면 놀랍다.


어떻게 자기의 취향과 목적과 믿음을 확신하지?


바르셀로나가 독립해야 한다는 카탈루냐 인들의 신념은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까지 한 시간짜리 비행만 하면 곧바로 명백히 틀린 것이 되고, 마드리드에서 파리까지 3시간 비행을 하면 의미 없는 것이 된다.


결국 모든 신념, 취향은, 문화는 환경의 산물일까?

파고 들어가면 뿌리는 밥그릇 싸움일 수도 있다. 레알 마드리드 축구팀을 응원하는 취향이 지역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처럼. 


바르셀로나 속 풍부한 건축 문화들도 대게 집안의 부를 뽐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순서대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카사 바트요, 까사 아마트예 내부


우리 학교의 교환학생 외국인 친구들을 보면 각자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파리를 즐긴다.

머리에 항상 해드밴드를 쓰고 다니는 발랄한 그리스 친구는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클럽과 카페를 섭렵하고 있다. 

마스터셰프 브라질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한 친구는 미쉐린 레스토랑을 투어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싱가포르 친구는 오래된 재즈바나 뮤직 스트리트 같은 숨겨진 명소를 찾아다닌다.

아메리카나 아시아에서 온 친구들은 많이들 비행기 표 값 몫을 채우기 위해 꼼꼼히 유럽 여행을 다닌다.


이 친구들의 취향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참 재밌다. 새로워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파리에 온 나는 아마 나도 모르게 내 속 깊숙이 베인, 남들이 봤을 때는 이해하기 힘든 나만의 버릇으로 이 도시를 전전하고 있을 테지.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소개받게 된 고려대학교 교류반 친구들은 가족처럼 바르셀로나를 즐기고 있었다. 기숙사가 제공되지 않아서 같이 자취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주 모여 같이 저녁을 해 먹는다.


치즈 등갈비, 대하 소금구이, 그리고 내가 졸라서 산 피 소시지까지 한국스러운 메뉴가 한 가지도 없었지만 그 친구들과 함께한 이틀간 신촌이나 안암 골목길의 술집에서 밤늦게까지 2차 뒤풀이에 남아있는 기분을 느꼈다. 낯선 바르셀로나에서 맡은 익숙한 유자유의 향기!


외로웠던 나랑 놀아준 투명하고 착한 친구들! 이 날 먹은 1유로짜리 와인과 오렌지 환타가 그립다


유럽에 와서 혼자 주말 마켓에서 여러 식재료를 사 혼자 요리를 해 먹는 것도 항상 좋았지만, 한국에서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함께 식사하던 평범한 일상 속 순간들이 울컥하고 그리워졌다.


각자 플라를 주문하고 애피타이저 정도만 나누는 프랑스 사람들은 이런 내 신념을 이해하지 못하겠지?

커다란 냄비에서 각자 그릇에 김치찌개를 뜨고, 여러 반찬 위로 왔다 갔다 하는 젓가락들이 경로가 겹치면 먼저 양보하는 그 정.


슬슬 외로워지던 시기에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왁자지껄한 온기를 안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파리로 떠나기 직전, 뜨거운 초콜릿 소스에 갓 튀긴 바삭한 추로스를 찍어먹으며 지난 4일을 돌이켜봤다. 

여행 중 느낀 정으로 인해 내가 외롭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동시에 그 외로움을 정으로 치료받은 마지막 이틀이 너무 소중했다.


아무래도 이 따뜻하고 풍부한 도시가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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