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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빛날희 Dec 25. 2023

10개월 후 이야기

예상대로 흘러왔다.

 벌써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왔다. 이번 2023년은 연애를 하느라 정신없이 한 해가 지나가버렸다. 직장 생활하면서 느꼈던 답답한 마음을 글로 써보면서 해소하는 날들이 많았는데,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옆에서 들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굳이 글로 쓰지 않더라도 마음속에 남기지 않고 떠나보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런치 글 기재가 멀어졌는데, 문뜩 작년에 작성했던 예고글이 생각났다.


 "00 선생님이 이번에 채용되었습니다"라는 말로 말문이 막히고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어렵게 만들어낸 약간의 자유로운 교사실 분위기가 무너지지 않을까라는 불안감과 함께 시작된 2023년 첫 학기에서 나의 태도는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었다. 어째서인지 머릿속으로  '그 선생님도  고용된 사람이다. 내 위치는 내가 지킨다.' 하며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은 거절할 수 있는 용기와 함께 수직적인 교사분위기를 이끄는 사람이 채용될지라도 나 스스로 상황에 맞춰서 헤쳐나가면 나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지가 분명 있었다. "아~ 선  넘으면 그냥 싸워야지"하면서 필사적으로 방어막을 장착하고 출근했다.

*

*

지나온 한 해 동안 유치원 교사실내 분위기는 이전과 달라진 점이 없다. 

*

내 할 일이 끝났다 싶으면 퇴근했으며,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터치 없이 진행해 봤다. 유치원 내에서 다양한 의견은 서슴없이 내비쳐보았고, 조금은 부당하다고 생각 드는 일에는 힘들다는 이야기도 해보았다. 그래도 왜 그렇게 하는지를 물어보는 이 없고, 눈치 주면서 면막 주는 이도 없었다. 물론 초반에 "어 원감선생님이 퇴근 안 했는데~!" 하는 말은 있었지만 "에?"하고 웃으면서 컴퓨터를 껐다. "언니가~ 언니는~"하면서 직장동료로 공적이 아닌 유치원 일을 사적으로 대할 땐 그냥 잘 듣고 대답해 주었다. 한 달 이상을 교육과정 교사들이 힘들게 준비해 온 음악회 행사가 끝나자 "교육과정 선생님들 돈 모아서 행사 날 도와주신 방과 후 선생님들 선물 사주자 다 동의하지?"라고 해도 애교 섞인 목소리로 "방과 후 선생님들 하루씩 쉬고 대신 우리가 대체교사해드기로 하지 않았나요.. 우리 돈도 내요..ㅠㅠ?" 하고 거절도 해봤다. 손은 떨렸다. 도와주신 선생님들에게 감사함은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개인적인 일이 아닌 유치원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쓴 노력과 고생은 보람으로만 갖고 당일 도와주신 선생님에게 돈 한두 푼도 아니고 3만 원 이상을 주면서까지 보답을 해야 하는 이유를 받아들이기는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불편한 상황은 당연히 있었지만 "괜찮아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하면서 생활하려고 했기에 웃으면서 일하는 날도 많았었다.

교사실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나는 단단해졌다.


어느 날 '격려'와 관련된 직무 연수에서 들었던 강의 내용을 내 파란 노트에 적은 적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인지한대로 삶을 받아들인다. 인생의 의미는 자기가 자신에게 부여하는 것_ 알프레드 아들러' 

우리는 과거의 사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 <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지금 자신의 삶을 결정한다고 한다. 이전에 부장선생님의 안 좋은 소문으로 지레 겁먹고 눈치로 시작을 했다면 지금의 편안함과 교사 주도성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 같다. 나는 유치원을 자유로우면서도 어느 정도 공적으로 선을 지키며 개인적으로 생활을 하고 싶기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너무나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면 예의 바르게 선을 스스로 지켜가면서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태도를 가지겠다고 생각했고 행동해 왔다. 그래서 직접 부딪쳐 행동했더니 참 괜찮았다는 것이다.


2023년 눈 내리는 연말과 함께 찾아온 겨울 방학을 맞이하면서 나는 앞으로도 내 직장 생활 내에서의 마음가짐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서 더욱 보람찬 2024년 직장 생활을 할지 차분하게 녹차라테를 마시면서 생각하고 노트에도 기록해보려 한다. 

끝으로 우리 집안은 불교이지만 예수님의 탄생일을 기념하며 니버의 기도문과 함께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스스로 의미를 부연한 직장생활을 잘 헤져나가를 바라며 마무리해보려 한다. 모두들 메리크리스마스~^__^


'신이여 바라옵건대 제게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구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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