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엄마가 된 걸 후회한 적이 있나?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를 키우고,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는 너무 감격스럽지만,
아주 가끔은 정말 가끔씩은 내가 엄마가 아니었다면?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는 '나'라는 존재를 매우 사랑했고, 그래서 더 나에 대한 생각이 많았고 나에 대해선 매우 자유로운 존재였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점점 '나'는 사라지게 되었다.
아이가 없는 주변 친구들을 보거나, 아이가 있지만 계속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는 워킹맘들을 보면 없이 나 자신이 작아지기도 한다. 나도 지금 회사에서 꾸준히 일하고 있었다면 과장 또는 팀장이라는 위치는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도 든다. 그런데 어쨌거나 내 선택이기에 누구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아이는 점점 성장하고, 나는 그만큼 늙는다.
아이는 성장하고 자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습득하는데, 나는 뭔가 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뭐라도 조금 더 배워보고 성장하려고 아등바등 하지만 막상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다. 오히려 다른 것에 신경 쓰느라 집안일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도 생긴다.
집안일.. 엄마... 나 그거 하라고 대학원까지 다닌 거 아닌데...
가끔씩 욱하고 화도 나고 울고 싶을 때도 많다.
왜 집에 있는 사람이 집안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걸까? 아이 보는 것은 일이 아닐까?
이런 감정이 들 때면 정말이지 모든 걸 손 놓고 싶을 때가 많다.
사람마다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다르다.
집안일도 여자라고 해서 다 잘하고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렸으면 좋겠다.
어떤 친구는 일을 하지만 자기는 아이를 보는 일이 너무 잘 맞는다고 한다.
어떤 친구는 아이보기보다 일하는 게 더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며 내 커리어는 '엄마'로 멈춰있었다. 그 사이 조금씩 내 영역을 만들어 가기 위해 글을 쓰고 조금씩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버텨왔다. 그런데 이것도 너무 힘들더라 내가 나약한 존재인지 모르겠지만 크게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맘 편히 쉬는 것도 아니고 뭣도 아닌 이 상황에서 내 휴식시간만 사라지게 되었다.
그냥 '엄마'라는 커리어를 누군가 인정해주고 이해해 주면 참 좋겠다.
아이 혼자 그냥 크는 거 아니라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보낸다고 모든 게 쉬운 것 아니라고 말이다.
엄마이기에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
엄마니깐 더 당당하게 도전해 보고, 엄마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자.
우리는 옛 시대의 어머니와는 다르다. 그러니 옛 시대적인 사고로 엄마들을 가두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