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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카 Braka Sep 28. 2021

개강한 대학생은 어느 나라든 피곤하다

최근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왜 이렇게 피곤하지?"


미국에 오면 자유로운 분위기와 넓은 교실에서 숨 쉬면서 집에서 공부하는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방 한 곳에서만 공부하는 것보다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하고 교수님과 다른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지만, 내가 상상했던 것만큼의 여유로운 감정은 아니다. 반대로 마음이 더 바쁘고 지치기도 하는 것 같다.


개강을 하고나서부터 학교생활로 인하여 본격적으로 바빠졌다. 학교 과제가 하루 단위로 내 학사달력에 표시가 되고, 주말을 뺀 평일에는 매일 수업이 있다. 수업을 아침과 점심시간쯤으로 모아 둬서 오후에는 쉴 수 있지만 그만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고충이 있다.


나는 국제학생이라면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영어수업과 내 전공과목인 경제, 중국어, 중국어 문화수업을 듣고 있다. 미국까지 와서 왜 이렇게 중국어를 열심히 듣냐고 물어본다면 사실할 말이 없다. 교수님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로 중국어 수강 학생수가 급격하게 줄었다는데, 그래서 그런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적어서 서로 얼굴을 다 알고 수업 분위기도 다른 수업들에 비해 굉장히 친화적이다. 내가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때부터 함께 수업을 수강했던 학생들과 교수님과 쭉 함께하고 있는 수업이라 그런지 내 전공과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업 듣는 것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수업과 사람들에 정이 들었달까? 그리고 이제는 이전에 설렁설렁하던 애들은 다 그만두고 열심히 하는 학생들만 남아서 나도 수업 들으며 같이 자극을 받는다. 처음에는 조금이나마 아는 영역이니 쉽고 재미있게 하려고 시작했는데, 이제는 한번 시작한 중국어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가장 과제가 많은 수업을 고르자면 바로 영어 수업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국제학생들을 위한 영어수업을 ESL이라고 부르던데, 우리 학교에서는 EAP(English for Academic Purpose)라고 한다. EAP수업에 과제가 많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모든 과제가 reading- writing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과제 하나를 하려고 해도 기사나 어떤 글을 읽고 요약, 정리를 해야지 다음 단계로 글을 쓸 수 있기에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읽어야 하는 글이 해석을 못할 만큼 어렵거나, 글을 쓰기 위한 질문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완성된 essay를 써야 한다는 심적인 부담감(?)때문에 조금 더 고민하고 시간을 더 쏟게 되는 것 같다. EAP는 매 학기마다 가장 과제가 많고 반복되는 글쓰기에 지치는 수업이지만, 학기가 끝나고 나면 또 그만큼 배우고 영어 실력이 늘 수 있는 수업이다. 다른 수업들도 똑같이 모두 영어로 진행되어도 EAP 교수님처럼 내 문법이나 글 구조를 지적해 주진 않기에 실제적으로 영어 실력이 늘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EAP는 가장 번거롭지만 또 국제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수업이다.


전공과목인 경제 같은 경우에는 역시나 어렵다. 내가 지금 듣고 있는 수업은 Macroeconomics(거시경제학)이다. Microeconomics(미시경제학) 같은 경우에는 작년 여름 계절학기로 이미 수강하였다. 사실 경제로 전공을 정하게 된 것도 그 계절학기가 발단이 되었다. 한국 대학 같은 경우 봄학기부터 시작하지만, 미국 대학은 가을학기제이기에 나는 가을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봄, 여름 계절학기를 먼저 들었다.  그때는 지금보다도 영어 독해가 안되던 때라 Micro 수업을 혼자서 따라가기에는 힘들었다. 특히나 계절학기는 본 학기보다도 진도가 빠르게 나가기에 아빠의 도움을 받아서 차근차근 공부를 하기 시작하였다. 아빠와의 공부는 1:1 경제학 과외를 받은 것과 다름없었다. 아빠가 나보다 먼저 원서를 읽고 함께 공부하는 시간에 한 과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을 해주셨다. 아빠가 설명해주신 내용을 들으며 책에 필기를 한 후, 책을 다시 읽으며 공책에 내용을 다시 노트필기를 하였다. 아빠의 강의 시간이 있었기에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보다 과제하는 시간이 2-3배로 들었지만 정확히 개념을 짚고 넘어갈 수 있었고 특히 아빠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관심이 없던 수업도 좋아하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수업이면 그 과목 자체를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아빠와 함께 경제를 공부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점점 경며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이번 학기에 경제학으로 전공을 틀면서 Macro도 듣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Micro에서 배웠던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 어렵지 않았는데, 저번 수업부터 조금씩 세계경제 내용이 나오고 있다.  


경제 파트는 말할 것도 없이 신문을 열면 사건 사고 페이지만 정독하고 덮어 버리던 내가 어쩌다가 경제 전공까지 하게 되었는지는 나도 알다가 모를 일이다. 아빠와의 좋은 추억으로 인하여 조금 미화된 느낌도 있지만, 처음 가졌던 좋은 느낌 그대로 끝까지 공부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수업은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하는 과목 중에 가장 특이한 중국 문화 수업이다. 그냥 중국문화 수업이라고 하면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수업의 본 명칭은 "A taste of China: learning Chinese Culture and Society through Cuisine"이다.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중국 음식으로 중국 문화와 사회 배우기'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과목 명 그대로 매 수업마다 주요 도시들을 위주로 그곳의 음식과 음식의 발전 배경, 나아가 역사까지 전체적으로 훑어본다.  지금까지 북경, 사천, 광둥 지역의 음식을 배웠다. 고등학생 때 3개월 정도 중국에서 지내면서 중국음식을 나름 이것저것 접해봤었는데, 수업을 통해 내가 맛봤던 중국 음식이 어느 지역 음식인지 알아가는 게 흥미롭게 느꼈졌다. 사실 다른 것 보다 파이널 기간에 반 친구들과 조를 만들어서 중국식 만두를 만드는 과제가 있다던데, 나는 그 과제가 가장 기대된다.


이렇게 내가 듣는 수업에 대해서 하나씩 글로 정리해보니 다양한 수업에 나름 흥미로운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에 나는 마냥 힘들고 지친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2주 전 생일을 기점으로 가족과 집이 그립고 한국 음식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빵과 느끼한 음식을 즐긴다고 해도, 매일 매끼 탄수화물을 밀가루로 섭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지난 글에서는 운동도 생활 습관도 잘 유지 중이라고 적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그것 또한 많이 무너졌다. 한 가지에 몰입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것들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아 하는 것도 내 좋지 않은 습관 중 하나이다. 다른 것들,  예를 들어 운동이나 잠 패턴, 식습관이 무너지면 공부하는 패턴 또한 같이 무너진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기가 시작되면 한 번씩 이런 시기가 찾아온다. 이런 나 자신을 보면서 실망하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열심히 관리하는 나도 나고, 이렇게 여유로운 나도 내 모습 중 하나라는 것을 이제는 인정한다. 그래도 가장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를 넘기고 이제 다시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내일부터는 다시 아침 운동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요 며칠 조금씩 요리 아닌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해봤자 계란 프라이나, 즉석조리 식품을 데우는 정도밖에 안되지만 유튜브를 보면서 간단한 메뉴부터 도전해 볼 것이다.


개강한 대학생은 피곤하지만 피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피곤 속에서 열심히 나를 찾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가는 중이다.


미국은 지금 가을과 함께 할로윈을 준비하고 있다. 마트에 가면 할로윈 호박과 할로윈 에디션 과자들도 많다.




2주 전 내 생일 케이크. 한국 시간에 맞춰서 전날 밤에 생일 축하를 했다

 

생일 당일 날에는 친한 언니와 함께 밀워키 썸머 페스트에 갔다
추석에는 비록 쉬지 못했지만 대신 떡볶이를 해 먹었다. 밥상이 없어서 캐리어로..
계란 프라이가 너무 먹고 싶어서 냄비에 해먹었다 ->  드디어 프라이팬과 뒤집개를 장만해서 제대로 된 프라이를 먹을 수 있다
이제는 혼자서 계란 잘 챙겨 먹는다. 생각보다 미국 냉동식품들도 먹을만하다
학교에서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인 분수. 날씨 좋은 날에는 보고만 있어도 힐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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