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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카 Braka Dec 07. 2021

시카고에서 시카고 피자 먹기

미국 유학생의 시카고 여행(2)

둘째 날이 밝았다.


시카고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은 흐렸다. 커튼을 열고 밖을 보니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흐린 날씨였지만, 내 마음만큼은 그리 흐리지 않았다. 커튼 밖으로 옥수수 빌딩과 트럼프 타워, 그리고 그 앞으로 흐르는 리버를 보는 것 자체가 그저 좋았던 것 같다. 구름이 때문에 햇빛이 가린 날에는 사진이 더 잘 나온다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전날부터 이어진 설레는 마음과 함께 둘째 날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부지런히 준비해서 우리가 향한 곳은 여행 오기 전부터 예약해 둔 Architecture Tour를 할 수 있는 선착장이었다. 시카고 높고 멋진 건물들의 외관은 이미 외부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 건축 전공 학생들도 시카고의 건물들은 관찰하기 위해서 많이들 찾는다고 들었다. 


1871년 일어났던 시카고 대화재로 인하여 시카고의 옛 건물이 불타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다. 내가 앞서 언급한 옥수수 빌딩과 트럼프 타워 외에도 서로 누가누가 더 높은가 경쟁하듯 크고 멋진 건물들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리버를 따라 세워져 있다. 나는 원래 버스투어, 보트 투어에는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여행하다 보면 다 둘러보게 될 텐데, 굳이 시간을 내어서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가만히 설명을 들으며 앉아있는 것 자체가 재미없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나 시카고 시티투어는 시티투어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즐거웠던 경험이었다. 


우리가 예약했던 시티투어는 미시간 호와 맞닿아 있는 네이비 피어(Navy Pier)에서 보트를 타고 출발해서 쭉 레이크를 따라 도심 속 건물들은 구경하고, 레이크가 끝나는 지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였다. 내가 재미있었다고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보트의 가이드 분의 설명 때문이다. 그냥 풍경만 봤다면 지루할 수 있었는데, 지나가면서 보이는 건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재미있게 설명해 주셔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던 것 같다. 건물 자체도 물론 멋있지만, 건물과 연관된 이야기를 알고 나니 더 멋지게 느껴졌던 것 같다. 중간중간에 사진 찍을 시간도 따로 주셔서 핸드폰으로 열심히 담았다. 시티투어를 지루하게 생각했던 나였지만 시카고 시티투어만큼은 정말 즐거웠다.


보트 투어를 마치고 나니, 딱 점심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여서 허기진 배를 달래며 브런치 가게로 향했다. 걸어서 10분 좀 더 되는 거리에 Yolk라는 유명한 브런치 가게가 있었다. 구글에 '시카고 브런치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두 가게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그날 찾았던 Yolk이고, 하나는 밀레니엄 파크 바로 옆에 위치한 Wildberry이다. 한국인 사이에서 유명한 만큼 맛은 보장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우리는 먼저 Yolk를 방문했다. 찾아봤을 때에는 대기 줄이 엄청나다고 해서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우리가 갔던 날에는 대기 줄이 전혀 없어서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안에 들어가 보니 꽤나 많은 사람들로 가게가 북적이고 있었다. 추수감사절 전날이라서 그런지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많았다. 우리는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Yolk에 오기 전에 이미 유명 메뉴에 대한 서칭을 해두었기에 메뉴 선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찾아보았을 때 유명하다던 HEY RICKY! OMELET과, 언니가 고른 BANANA-BLUE CRUNCH CAKES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조금 기다리니 직원분이 음식을 서빙해주셨다. 내가 골랐던 오믈렛은 평소에 알던 오믈렛보다 훨씬 두툼하고 안에 할라피뇨가 들어있어서 약간 매콤했다. 또한 함께 곁들여 먹을 소스가 토마토 베이스의 멕시칸 소스 느낌이어서 전체적으로 멕시칸 향이 나서 맛있었다. 특이했던 같이 나온 치즈(?) 수프였는데, 처음 보는 음식이었다. 그 수프를 뭐라고 불렀는지 까먹었는데 내가 느끼기로는 치즈가 들어간 노란색을 띠는 미음 같았다. 맛은 그저 그랬다. 


언니가 주문한 팬케이크도 평범하진 않았다. 팬케이크 자체가 갈색 빛을 띠는 것을 보니 반죽 자체가 곡물 믹스인 것 같았다. 중간에는 그레놀라와 블루베리가 들어가 있어서 씹는 재미가 있었다. 위에 토핑 된 바나나와 메이플 시럽과 함께 먹으니 달달하고 맛있었다. 나는 원래 팬케이크 자체를 좋아해서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만족스러운 점심을 끝내고, 우리는 드디어 시카고에서 첫 쇼핑을 하기 위해 쇼핑거리로 향했다. 거리의 이름은 Magnificent Mile이다. 이쪽으로 가면 명품 숍들도 있을 뿐만 아니라, 나이키, 자라, H&M 등 익숙한 브랜드들도 많이 보인다. 블랙프라이데이가 가까워지던 때라 그런지 세일 문구가 많이 붙어있었다. 


시카고를 방문할 때 사람들이 한 번씩 꼭 들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 테리(Chicago Starbucks Reserve Roastery)도 이 거리에 있다. 나도 스타벅스 리저브가 이 거리에 있는지 몰랐는데 거리를 구경하면서 걷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발견한 김에 들어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매장이 더 컸다. 건물은 네 층과 가장 위에 루프탑으로 이루어져 있다. 들어가자마자 느낀 것은 건물도 크지만 큰 건물만큼 사람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매 층마다 주문을 받는 프런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프런트에 웨이팅 줄이 어마어마했다. 시간도 애매하고 저 긴 줄을 기다렸다가는 해가 질 것 같아서 언니와 나는 전체적으로 구경만 하고 나왔다. 평소에 보던 스타벅스와는 다른 인테리어와, 그 자리에서 구운 듯한 먹음직스러운 빵,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모습까지 볼 수 있어서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창 쇼핑을 하다 보니 해가 졌다. 해가 지고 나니 거리에 장식된 불빛들이 더 예쁘게 반짝거렸다. 어느 정도 쇼핑을 마치고 우리는 저녁을 먹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가까운 거리에 우리가 전날 가지 못했던 시카고 피자 giordano's 체인점이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도착했을 때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시카고 피자를 먹기 위해서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얼른 줄을 서서 대기번호를 받고 밖에서 기다렸다. 시카고 피자 자체가 두껍고 조리시간도 오래 걸려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먼저 pre- order를 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가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1층은 크리스마스 장식도 있고 조명도 아늑해 보였는데, 우리가 안내받은 2층은 조금 휑한 감이 있었다. 프리 오더를 이미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체 손님이 많은 땡스기빙 전날이라, 안으로 들어간 이후에도 40분 정도 더 기다렸던 것 같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피자를 받았다. 시카고에서 먹는 시카고 피자라니! 피자를 쭉 늘어뜨리는 영상을 찍으면서 다시 한번 내가 시카고 여행을 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시카고 피자의 맛은 솔직하게 특별하진 않았다. 그러나 피자가 두꺼운 만큼 한 입을 베어 먹을 때 들어오는 토핑이 더 풍부했고, 무엇보다 치즈가 맛있었다.


피자는 맛있었지만 상상한 것만큼 특별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내가 시카고에서 시카고 피자를 먹었다는 것 사실 자체로 기분이 좋고 행복했다. 행복했으니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나의 첫 시카고 피자였다!


흐린 시카고의 아침


네이비 피어(Navy Pier)에서 바라 본 시카고 건물들
유명 브런치 가게 Yolk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 테리(Chicago Starbucks Reserve Roastery)
생각보다 더 크고 사람이 너무 많았다
giordano's 메뉴판
우리가 시켰던 시카고 클래식 딥 디쉬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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