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고등학교 졸업 이후 내 목표는 줄 곧 '좋은 대학 진학하기'였다.
공부를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걸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나름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성적 받아서 꼭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야지'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빠르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그때까지 버텨왔던 시간이 보상이라도 해주듯 나는 마침내 내가 원했던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
학교 합격 직후에는 마냥 기뻤다. 위에 언급했다시피 대학 합격 자체가 나에게는 하나의 큰 목표였고, 그 목표가 이루어진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공허함과 불안함이 내 안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서서히 내 안에서 부풀어가는 불안함의 원천은 나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다. 앞으로 잘할 수 있을지, 일단 대학에 오긴 했는데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첫 학기 동안 공부하면서 길을 잃은 기분을 자주 느꼈다.
나는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나?
졸업할 나이는 다가오는데 졸업 후에는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경제를 전공하는 게 맞는 선택이었나?
나는 진짜 경제 공부를 하고 싶나?
대답하지 못한 질문만 늘어난 채 겨우 학기를 끝마쳤다.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동안 나는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중에 나와 같은 학년의 한국 대학 교환학생 언니가 있었다. 언니와 단둘이 이야기해 보니 평소 하는 생각이나 고민이 서로 신기할 정도로 비슷했다.
원하던 대학에 진학했지만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한 나 자신이 답답하던 차였다. 그 시기에 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게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큰 위로를 받았다.
언니와의 대화 이후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던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 각자마다의 인생은 너무 다르고 정답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제를 계속 공부하던, 아님 갑자기 다른 공부를 시작하던 무엇도 정답은 아니었다. 그저 그 모든 과정에서 내가 시간을 들여 충분한 고민을 하고 결정을 내린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오히려 결론은 단순해졌다.
'몸과 마음 건강하게 졸업하자'
지금까지 하던 공부를 잘 마무리해서 무사히 졸업하는 것이 나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많은 질문 끝에 나온 답이 너무 단순한 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거창한 꿈이 아닌 하나의 결단이 필요했고, 자잘한 것에 마음을 뺏기지 않고 내 공부에 하나의 마침표를 찍을 필요성을 느꼈다.
대학에 진학해도 불안은 끝나지 않는다. 그 대학이 내가 간절히 바라던 대학일지라도 말이다. 아마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할 때에도 여전할 것이다. 하지만 불안이 그저 불안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생각과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면 이 또한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지금과는 또 다른 나를 마주하게 되리라 믿는다.
그러니 잘 버텨봐야겠다. 다른 건 몰라도 버티는 것만큼은 내 전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