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새벽이 마음 아프다.
새벽 3시 반 즈음이 되면 기상하는 것이 일상이 돼버린 지 수년이다.
엄마는 수년 째 아침이 오기까지 그 기나긴 시간을
어둠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낼까
깨어버리는 정신이 얼마나 괴로울지 아니면 조금은 무던하게 생각할 수 있는지
새벽에 안방에서 새어 나오는 TV 빛을 보면
일어난 지 얼마나 된 건지 걱정스럽다.
그러다 할머니의 새벽이 생각났다.
내가 어릴 때 우리 할머니도 새벽에 참 일찍 일어나셔서
부엌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시며 각종 그릇소리, 냄비소리를 내곤 하셨다.
허리도 굽은 몸으로 새벽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할머니가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수많은 노인들의 새벽은
어떻게 오고 그분들은 그 시간을 어떤 것으로 채워 가는지
삶이 무언가로 가득 차 있던 나이를 지나
텅 빈 공간처럼 텅 빈 시간을 가지고 사는 훗날의 시간이
덜컥 두렵게 느껴졌다.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흐를까?
시간에 쫓기지 않는 삶을 살고 싶지만
채워지지 않는 너무 많은 시간들을 마주했을 때
외롭고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삶은 충분히 가치 있고
오늘이 나에게 소중한 하루라는 것을
매일매일 기억하며 살 수 있을까.
엄마의 새벽이 따뜻하면 좋겠다.
인생의 외로움이 덮쳐오는 시간이 아니라
오늘도 어김없이 밝아올 해를
힘들어하지 않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