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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특강계획표

by 서유현

곧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이 다가온다.

사실 아직 겨울방학은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 11월이었는데

말도 안 돼 게 문자가 많이 온다.

겨울방학특강에 대한 학원 광고인데

이렇게 많이 쏟아져 내렸던가 싶게 다양한 특강 안내 문자가 오고 있다.


예비 중1이라는 것이 엄청난 타깃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어쩜 나는 예비중 1 맘이 될 때까지 이 순간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천하태평했던 5학년 겨울방학이 생각난다.


우식이네 겨울방학은 1월과 2월을 통으로 쓴다. 두 달 남짓한 겨울방학 기간에 대한 준비는

굉장히 필수적이다.

삼시 세끼는 물론 하루 수면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이

허공에 떠돌기 시작하면

불안감과 화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이든 준비해야 한다.


학교 겨울방학 특강 컴퓨터 수업과 오전시간에 자리 잡은 탁구, 피구, 배드민턴 수업 등이 유혹한다.

학교의 특강은 오전시간을 채워주는 일정이라 매우 훌륭하다.


날이 추워지니 야외활동이 줄어들 테고 어떻게든 운동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함께 러닝을 해 볼까도 생각하지만

집순이 기질이 다분한 나에게 추운 겨울 러닝에 입문한다는 것은

사실 그냥 헛소리나 다름없다.

아이라도 운동을 시켜야 하는데 운동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우식이에게

새로운 운동을 제안해야 할지 그동안 해오던 축구 횟수를 늘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예비중 1 맘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드는 과목은 과학이다.

다짜고짜 중등물화를 듣는 거라고 한다. 중등 물리와 화학을 1~3학년 과정 통째로 배우는 커리큘럼이다.

'그럼 중학교 가서 과학과목 내신 준비는 또 다른 건가?'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넘나들며 과학의 세계는 어떻게 짜여 있는지 검색해 보았다.

그렇다. 중등과학과목을 선행하는 수업은 대체로 잘 없다.

중등물화를 한 뒤, 고등물화로 넘어가야 하는데 바로 넘어가기 힘드니 브릿지라는 과정을 또 들어야 한단다.


왜 물화만 듣는가? 생지는 안 듣는 건가?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은 암기과목이라 일찍부터 하지 않아도 된단다.

입시를 생각해 보면 물리와 화학 쪽이 이공계에서 인기 있는 전공들의 기초과목인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선택과목을 고려한다면 물리와 화학에 상위권 아이들이 더 많이 포진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서울대가 물리와 화학 중 하나를 선택해야 의대 진학이 가능한 세팅을 해둔 탓도 있을 것이다.


암튼 물화생지가 있지만 물화중심으로 과학은 진행된다.

이번 겨울에 과학을 시작해야 할까?

선배맘에게 물어보니 하는 게 맞단다. 그냥 가랑비에 옷 젖듯 쭉 주 1회로 끌고 가라고 했다.


그런데 왜 나는 마음이 끌리지 않는 걸까?

솔직한 마음으론 중등 내신 과학 문제집이나 미리 보고 갔으면 좋겠다.

1학년 2학기에 처음으로 보는 과학 범위를 아이가 다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중등과학엔 물화만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아이는 5학년 2학기부터 과학과목이 꽤 어렵다고 이야기해 왔다.

초등에서야 특별히 시험도 중요하지 않으니 그래 그렇구나 하고 넘기고

정말 어려운데 단원평가가 있다고 할 때만 문제집을 한번 같이 봐준 적이 있다.

근데 정말 어렵긴 하더라. 초등과학도 이렇게 수준이 높았던가 싶었다.


그런데 세상엔 과학과목만 있는 것도 아니다.

독서도 마지막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시간이 없기 전에 더 읽었으면 하고

수학도 조금 더 꼭꼭 씹어서 문제를 풀기 바란다.

영어문법도 시간을 갖고 천천히 따라잡아보고 싶다.

겨울방학이 길어봤자 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때로 놀러 갈 일도 있고, 명절도 있으며, 졸업식도 있고, 훌쩍 떠나고 싶은 날도 있을 텐데 말이다.

폭설이라도 내리면 눈싸움과 눈썰매도 타야 하는데

벌써 기대가 되는데 말이다.


늦은 밤까지 주황색 가로등 밑에서 눈싸움하고 눈썰매 끌며 놀던 어린시절 생각이 난다.

아- 너무 낭만적이었다. 발 시리겠다 우리 아들. 방한부츠랑 따뜻한 장갑도 커진 몸에 맞춰 사줘야겠다.


그래서, 과학은, 여름방학에 해보기로 했다.

그거 말고도 할 게 너무 많은 관계로..

엄마도 늘 계획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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