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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 Traveler Jan 25. 2021

음악은 왜 그만뒀어요?

음악 전공자가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법_01

"음악은 왜 그만뒀어요?"

"음악 했던 거 아깝지 않아요?"


내 전공이 무엇인지 알게 된 사람들에게서 항상 듣는 말이다. 그게 회사 면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는 예중-예고-대학교까지 10년 넘게 음악 전공자로 살아왔다. 그것도 아직도 사람들에게 생소한 국악 그중에서도 '해금'연주자로 말이다.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음악을 스스로 그만두고 세상을 탐험하며 기획자/마케터로 살아온 지도 10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국악계에서 말하는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고 원하던 대학에 입학에 정신없이 대학생활을 즐겼다. 그러다 중간에 휴학도 하고, 여행 등을 겪으며 자꾸만 내 안에서 해금 연주자로 살아가는 걸 밀어내는 것 같았다. 그때 당시에는 대학교를 졸업하면 연주자가 되거나 선생님이 되거나 대학원을 가는 등 이미 정해져 있는 선택지 중에 골라야 한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물론 내가 선택한다고 해서 다 된다는 보장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정해져 있던 길에서 탈출했다.

아, 그런데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일을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혼자만의 벽에 끝없이 부딪혔다. 그래서인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외롭기도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자신 있었다. '음악 전공한게 어디서 밀리진 않지~'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신의 처지를 잘 파악한다고 했던가.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나에게 음악계에서만 존재하는 엘리트 학벌은 오히려 독이 될 때도 꽤 많았다.


'음악을 왜 그만뒀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으면서 이 질문이 면접 압박질문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어둠의 터널 안에 있을 땐 이 물음들을 스스로에게 두 번째 화살로 만들며 더 자책하곤 했다. 그래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전공했다는 걸 굳이 밝히지 않았다.


'방송사 인턴-영화마케터-커뮤니티 매니저-브랜드 마케터-?' 그 밖에 많고 많은 사이드 프로젝트들까지.

음악인의 길을 떠나 다양한 일을 했다. 그리고 그 범위는 앞으로 더 넓어지고 깊어질 예정이다. 곧 있으면 음악과 함께 했던 시간보다 회사원으로 퇴사하고 이직하며 보낸 시간들이 더 많아진다. 벽에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음악을 그만둔 걸 후회하는 때도 당연히 있었다. 그리고 이 후회는 당장 내일이라도 또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오면서 나만의 이야기가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내가 항상 듣는 질문에 답은 하나다.

"다른 세상을 살아보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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